사뭇 강펀치 안전가옥 쇼-트 7
설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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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 작가를 만난 것은 [ 내가 만든 여자들 ]이라는 단편집을 통해서였다.

소설가가 된 사연도 특이했지만 ( 외고 교사였는데 불행한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기 힘들었다고.. ) 복싱에 심취한 작가라는 것도 독특했다. 복싱이라는 운동의 특징 ( 헝그리 정신 등등 ) 을 생각해 봤을 때, 절대 우아해질 수 없다는 점 ( 피와 땀이 넘쳐남 ) 이, 그녀를, 한국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작가로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와... 이 책도 정말 날카로운 " 잽 "처럼 내 마음속에 " 훅 " 하니 들어왔다.

작가와 PD 가 협업하여 작품을 이끌어내는 실험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안전가옥 출판사에서 출간한 쇼트 시리즈 중, 7번째에 해당하는

설재인 작가의 [ 사뭇 강펀치 ]. 이 책에는 책 제목과 같은 단편인

사뭇 강펀치를 비롯, 그녀가 말하기를 과 앙금이라는 2개의 단편이 더 실려있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3편을 읽고 난 느낌은.. 3편 다 엄청난 문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독성은 물론이거니와 ( 3편 다 다소 구어체의 느낌이 큼 )

현실 비판과 정의 구현이라는 주제의식도 잡아내는데, 이런 부분을

여러 화자와 시점을 동원해서 아주 영리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도록 추천해 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사뭇 강펀치 ]

복싱 실력이 뛰어난 현진이는, 그러나, 언젠가부터 눈에 띄게 말라간다.

현진이의 빵빵한 볼을 좋아했던 짝꿍 윤서는 말라갈 뿐 아니라 온몸에 멍투성이에

학교에서 엎으려 잠만 자는 현진이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던 어느 날, 현진이의 사연을 들은 윤서는 신문 기자인 이모를 그녀에게 소개해 주는데...

* 어른들의 탐욕과 불의에 당하기만 했던 한 어린 복서의 통쾌한 복수 이야기!

[ 그녀가 말하기를 ]

한 소년이 깨진 안경을 쓴 시체 한 구를 우연히 발견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젊은 청년 시체가 한 구 더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찰이 난감해하는 장면이 지나간 후, 화자가 전시적 작가에서 주인공 여성으로 바뀌면서, 이야기는 보다 밀도 있게 펼쳐진다. 이 젊은 여성은 그 누구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마치 짐승과도 같은 생활,, 마치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곧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았던 삶을

누군가에게 고백하듯 늘어놓는다..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상대는 누구일까?

* 반전이 기가 막힌 한편의 스릴러..라고 할까? 무방비로 성이 팔려나가는 SNS 와

종교의 이름으로 혹세무민하는 사람들을 날카롭게 비난하는 듯한 단편.

나머지 단편인 " 앙금 " 도 매우 내 타입인 소설이다. 가장 무시무시한 장소는

어둡고 음침한, 인간의 내부, 즉, 질투와 탐욕으로 가득 찬 그곳이 아닐지...

이란성 쌍둥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혈투가 볼 만했고

엄청난 반전에 숨을 들이켰던 작품이었다.

설재인 작가의 필력과 안전가옥의 시스템이

만나니 이렇게 훌륭한 장르 소설이 탄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 내가 만든 여자들 ] 에서 느낀 신선함과 탄탄한 필력이 이 책에 그대로 녹아들어있다.

복서가 가진 에너지를 키보드 끝에 강렬하게 뿜어내는 작가, 설재인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궁금해지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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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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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여,, 힐링이 필요하십니까?

그런, 이 책 [ 뮤직숍 ] 을 집어들고 한번 읽어보세요.

당신을 금방 미소 짓게 만들 수 있을 매우 따뜻한 소설입니다.

”그리움의 끝을 잡고 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뮤직숍을 운영하는 프랭크는, 한 마리 곰같은 점잖은 남자이다

40대이고 독신인 그는, 독특했던 어머니의 양육 덕분에 천재적인 음악감각을 가졌지만

연인들간의 친밀감을 두려워한다. 음악을 들을 줄 알고 지식이 풍부한 남자이지만

친밀감을 두려워하는 탓에 애정사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매우 따뜻하고

공감력이 뛰어난 남자라서, 새롭게 들어선 상가인 유니티스트리트에서도

이웃 사촌들과 잘 어울리게 된다.

프랭크가 권하는 음악을 들으면 그 어떤 문제도 술술 풀린다

프랭크는 손님들이 들어야할 음악을 콕 집어내는 기이한 능력이 있다.

문제를 가진 손님들의 감정을 진단한 다음, 문제를 해결할 음악을 골라주는데

조건은 무조건 " 엘피판 " 만! 그는 반짝거리는 새로운 물건인 CD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대할때도 약삭빠르고 일을 잘 하기보다는, 키트처럼 어딘지 서툴러보이지만

성실하고 진지한 사람을 고용한 프랭크.

이 이야기의 배경은 1980년대 말이고, 약간은 괴짜스럽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상인들로 가득한 유니티 스트리트이다. 주인공은 엘피판만 취급하는 프랭크이고

그는 작은 뮤직숍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실 그 외에도 종교 장식품을 판매하는

전직 신부 앤서니와 투덜이 타투이스트 모드 그리고 폴란드 제빵사와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두 형제 등등 조연들이 이야기의 감초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평범했던 프랭크의 삶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한 인연으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다. 완두콩색 코트를 입은 한 젊은 여성이 프랭크의 뮤직숍

창가에 서 있다가 갑자기 기절해버린 것. 쇠락해가는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런 이미지를 풍기는 한 여자가 나타난 순간,, 이 거리의 에너지는

한꺼번에 바뀌어버린다. 긴 목에 깊고 검은 눈동자를 가진 이 여인...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한편 유니티스트리트는 현재 부동산 개발업자의 타겟이 되어버렸다.

이곳에 살고 있는 괴짜들, 즉 부적응자들은 함께 모여서 집회를 하는 등

뭉쳐서 저항하면 충분히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삶의 터전을 되찾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마음 속으로는 이들 공동체를 응원하긴 하지만,, 글쎄.......

어쨌든 레이철 조이스라는 작가는 비록 쇠락했지만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이 훈훈한

공동체를 독자들이 꼭 살아보고 싶은 동네로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다.

그렇다면, 녹색 코트를 입고 온 그 여인? 그 여인과 프랭크와의 관계는 어떻게 된 걸까?

혹시나 로맨틱 코미디를 상상했던 독자들은 조금 실망감을 맛보았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책은 가슴 찡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피식 웃게 만들었다가 잠시 후엔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니까. 이 책은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이런 류의 책, 감동적이면서도 코미디적 요소가 있는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읽고 나니까 이 책의 메세지는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인간은 모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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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의 본질 - 재정 적자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스테파니 켈튼 지음, 이가영 옮김 / 비즈니스맵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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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적자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 책은 현대 화폐 이론 ( MMT ) 을 통해 정부 재정 운용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그 시도가 매우 혁신적이고 도전적이라고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이 책에 나온 이론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믿고 있던 상식을 완전히 깨부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를 잘 모르긴 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통해서 재정을 확보하고 그런 뒤에

적절히 사용한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인 스테파니 켈튼 교수는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한다.

저자의 주장은, 바로 통화에 대한 주권을 가진 나라들 (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국가적 부채가 없는 나라들 ) 의 경우, 스스로 통화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공공 부채, 다시 말해서 재정 적자가 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 부채로 인해서 세금을 인상해야 하고 엄격한 긴축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거나 그동안 해왔던 공공 이익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그녀의 요지이다.

실제로, 통화 주권을 가진 국가들 ( 여기에 나오는 국가들 - 미국, 영국, 일본 등등 ) 의 경우는 통화 창출로 인해 항상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 나라들은 전쟁이 발생한 경우 혹은 은행을 구제해야 하는 경우, 실제로 많은 돈을 창출하여 어려움을 돌파해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나 월급을 받아야 하는 가계와는 달리 정부는 세금을 통해 돈을 거둬들이기 이전에 이미 돈을 발행할 수 있다는 이 쉬운 논리를, 정치인들이 무시하고 유권자들은 간과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이 현대 화폐 이론 ( MMT ) 을 이용해서 경제 회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국가는 화폐에 제한을 두기 보다는, 오히려 화폐를 이용하여 토지나 사람 그리고 물적 자원과 같은 요소를 활발히 활용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 적자를 너무나 큰 제한으로 바라보고 있고, 화폐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생 걱정에 급급한 경제적 모델 때문에, 많은 자원 ( 노동과 자본 ) 이 사용되지 못한 채 빈둥거리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돈을 다소 많이 찍어내는 듯 보이더라도 인적, 물적 자원 활용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MMT 이론의 궁극적 주장인 듯 하다.

사실 이 [ 적자의 본질 ] 은 미국의 상황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 다른 나라에는 맞지 않는 이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인들이 조금만 더 머리를 쓰고 이 책의 말미에서 언급하고 있는 " 보편적 고용 보장 " 이라는 부분을 생각해 본다면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경제 불안 상태가 조금 더 개선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경제에 무지한 나 같은 독자가 읽어도 MMT 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쓰여졌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국민이 각각 돈, 세금, 노동에 대해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아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통찰력이 돋보인 책이었다. 사실 경제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MMT 이론이 국가가 재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최고의 방법인지는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의 이론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코로나로 인해 경제 불황에 시달리는 많은 국가에서 한번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확대 재정과 적자에 대한 그동안의 상식과 통념을 바로잡게 해 준 책 [ 적자의 본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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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 K. 본 지음, 민지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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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엄 녹스는 인류가 이룬 기념비적인 성취인 목성의 달인 유로파로 향하던 유인 우주선을 이끄는 지휘관이다. 그런데 힘차게 지휘하고 있어야할 그녀는 어두운 집중 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깨어나는데, 깨어나고 보니 자신이 몇 달 동안이나 기억을 잃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드문 드문 승무원들과 나눈 경험들에 대한 기억이 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현재 모두 실종된 상태다. 우주선은 엄청난 파손을 겪었고 승무원들은 실종되었다? 도대체 중간에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이런 장면들을 보니, 우주라는 텅 빈 공간에서 고독하게 생존하기 위해 혈투를 벌였던 주인공들, 영화 [ 마션 ] 과 [ 그래비티 ] 의 주인공들이 생각나면서, 과연 이 지휘관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최근 화성으로의 우주 탐사가 곧 현실화될 것이라는 소문도 도는 만큼, 목성의 달로 향하는 인류의 여행에 대한 주제는, 나 뿐만 아니라 우주 여행에 열광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 공간에서 나 자신 외에는 모든 것과 단절되어 있는 한 여성의 모험 이야기로 들어가본다.

메이는 유도된 혼수 상태에서 깨어났고, 이로 인해 사건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승무원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지만 다행스럽게도 기내 A.I. 인 이브는 작동 중이다.

안타깝게도 이브 또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없긴 하지만. 메이가 찾아낸 여러 문서를 통해서 그녀는 자신과 승무원들이 수행했던 임무가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로 가는 여행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메이의 어머니 이름을 따서 이브라고 이름 붙여진 이 A.I 는 메이 녹스가 우주선의 손상된 많은 중요한 시스템들을 고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만약 실패한다면 죽음 밖에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에 이브의 도움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던 중, 메이는 지구에 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자신의 우주선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기 위해서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남편 스티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메이와 스티븐은 그녀가 지구를 떠나기 직전에 이혼을 신청했고 기억 상실증에 걸린 메이는 그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은 더욱 복잡해져 버렸다. 마치 지독하게 꼬여버린 실타래처럼 잔뜩 꼬여버린 사건들... 메이는 과연 해결해내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재난 스릴러 처럼 시작했다가 드라마로 혹은 음모이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인 듯 하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너무 딱딱하지 않은, 인물 중심의 이야기라서 좋았던 것 같다. 메이 혼자만의 이야기에서 스티븐이 등장하면서 그 둘 간의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의 교차 장면을 통해서 드러나는데, 메이의 성격이 매우 재치있고 냉소적인 편이라 더욱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플래시백이 다소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메이의 현재 상황에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은 자칫 지루함에 빠질 수 있는 독자들에게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다주는 듯 하다.

[ 마션 ] 속의 주인공이 물자 부족에 시달리면서 감자를 키우던 장면과 [ 그래비티 ]의

주인공이 완전한 고독 속에서 좌절감에 빠지지 않고 살아돌아왔던 감격이 떠오른다.

메이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그녀의 우주선이 겪었던 사건이 무엇일지

읽는 내내 매우 궁금했던 책 [ 갤력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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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나무
아야세 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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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사랑밖에 품을 수 없는 나와

완전한 사랑이 아니면 용납하지 못하는 당신,

둘 중 어느 쪽이 더 추한 걸까.

눈이 달린 잎사귀가 그려진 단편 소설집 [ 치자나무 ] 는 표지의 느낌 만큼이나 그로테스크하고 괴기스런 아름다움을 풍기는 여러 단편들이 실린 소설집이다. 대부분 사랑 이야기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어딘지 이상하고 냉혹하고 괴기스런 내용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라는 것의 밝은 면만 보려고 했지, 그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이 내포하고 있는 " 비정상 " 을 애써 보지 않으려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뒤틀린 사랑의 감정, 질투나 소유욕 등등을 괴상한 아름다운으로 그려내고 있는 책이다.

아야세 마루 작가는, 대체로 여성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여러 감정들

( 대체적으로 어둡고 음습하고 지독한 감정들 ) 을 신체 일부, 벌레 혹은 짐승 같은,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소재를 이용해서 표현하고 있다. 아무리 강렬하게 느낀다 하더라도

감정은 추상적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애매모호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 이렇게

구체화되어 표현될 수도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어쩌면 매우 실험적인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독자들에 따라 호불호가 매우 갈릴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솔직히 우리 나라에서는 불호에 가까운 내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고귀하고 신비롭다고 생각했던 사랑의 감정이, 단지 벌레의 장난에 의한 것이라면?

전체를 다 가져야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사랑의 일부, 예를 들자면

신체 일부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단편들 중 [ 치자나무 ] 속 주인공 유마는, 몇 년간 사귀던 아쓰타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는다. 이유는 , 유부남이었던 그 남자가 가정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것. 이별 선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그의 질문에 팔을 떼어주길 원하는 유마. 그때부터 유마와

팔의 동거가 시작된다. 아쓰타 못지 않게 다정하고 상냥한 팔.. 머리를 쓰다듬고

팔베개를 해주는 등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가 생긴건 아쓰타의 아내가

그녀에게 팔을 되돌려받기 위해서 찾아왔을 때 부터이다.

" 사랑이라는 말로 누군가를 완전하게 소유하는 것이 가능한걸까? 그렇게 소유하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언제쯤 사랑은 추악하게 변하는 걸까?

[ 단편 ] 꽃벌레에서는 서로에게서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운명의 꽃을 발견하는

커플에 대한 이야기이다. 훗날 남편이 되는 유진이 누드 모델을 선 날 그를 그리던

여주인공은 유진의 발목 근처에서 향기를 내는 꽃을 발견한다. 유진도 여주인공의

눈꼬리에서 꽃을 발견하고, 서로는 서로가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신비로운 사랑의

힘에 감탄한다. 하지만 과학도인 하루토의 한 마디로 인해서 커플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 천생 연분이라는 말이 있는데, 과연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 걸까?

내가 특별하기 때문에 누구랑 맺어지는 걸까? 아니면 자연이라는 본능이

서로를 향헤 이끌리도록 만드는 걸까? "

단순히 괴기스럽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라, " 사랑 " 의 본질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어서 좋았던 [ 치자나무 ]. 이 작은 단편집 속 글들 속에

존재에 대한 철학과 사랑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여성들이 주로 느끼는 강력한 감정들, 소유욕이나 질투 등을 여러 단편집 속

비유나 상징을 통해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괴물이 되어버리는 감정들...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론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단편집 [ 치자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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