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고 싶은 알렉산더
레이 크루즈 그림, 주디스 바이오스트 글,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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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의 경제학

-‘부자가 되고 싶은 알렉산더’를 읽고-


 경제활동을 어른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어린이들의 호주머니에 돈이 생겼을 때 그 쓰임을 자세히 추적해 보면 어른들의 경제학이 보인다. 미국인의 지출 방식이 특히 돋보이는 ‘부자가 되고 싶은 알렉산더(주디 바이오스트 글, 레이 크루즈 그림, 지양어린이 펴냄)’의 책장을 넘겨보자.

 ‘부자가 되고 싶은 알렉산더’는 다소 거칠지만 소박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림과 함께 경제활동의 개념을 동화형식으로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이 책이 1978년 출간되었지만 2004년에 와서 우리말로 번역 출간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도외시되었거나 어렵거나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는 경제개념을 어린이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에게는 안토니와 니키라는 두 형이 있다. 지난 일요일 할머니와 할아버지로부터 1달러라는 거금을 받았다.(지금의 1달러와 1978년도의 1달러 가치는 많은 차이가 있다.) 어머니는 용돈을 모아 원하는 워키토키를 사라고 했지만 당장 1달러가 손안에 들어오니 워키토키는 먼 미래의 일이었다.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호주머니에 돈이 있으니 풍선껌을 파는 가게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돈이 있는 것을 안 형들이 알렉산더가 이기지도 못할 내기를 걸어온다. 그리고 친구의 뱀을 빌리고 노는데 용돈을 쓰게 되었다. 거기다 놀리는 형들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10센트의 벌금을 내야 했다. 이 부분에서는 미국인들만의 특이한 처벌개념을 보게 된다. 영악한 니키 형의 속임수에 다시 4센트를 잃고 또 형에게 발길질했다는 이유로 5센트의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분실 8센트. 마지막으로 눈알 빠진 인형, 타다만 양초, 패가 맞지 않는 카드를 사고 나니 알렉산더에게 남은 것은 잡동사니들과 버스토큰 두 개뿐. 

 알렉산더가 빈털터리가 되어가는 과정이 어린이다운 어리숙함과 호기심이 어우러져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지출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른의 생활을 엿보는 듯하다. 풍선껌 사기, 뱀 빌리기, 바자회 물건들 사기는 가치교환에 해당하고 내기는 도박, 형들에게 대든 죄, 형의 쵸콜릿 바를 먹은 죄로 벌금을 내고, 니키형의 속임수로 사기를 당한다. 거기다 분실까지 했다. 가치교환, 도박, 벌금, 사기, 분실. 9시 뉴스에나 나옴직한 말들이다.

 이 책은 앞의 전 과정을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이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읽어낼 수 있다. 돈은 물론 교환의 수단으로 생겨난 물건이다. 따지고 보면 도박도 돈을 통해 욕망을 사는 것이고 벌금도 더 큰 욕망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다 받는 처벌이다. 사기 역시 밑바탕에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욕망을 충족하는 데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야 한다. 사회의 약속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즉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를 탐구해 보고 갖가지 욕구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이롭고 가치가 있는 것을 정해 잘잘한 욕구들을 극복해야한다. 알렉산더에게는 워키토키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가치롭고 소중한 욕망이 될 것이다. 욕구를 조절하고 지연하는 능력. 이게 ‘부자가 되고 싶은 알렉산더’가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은 소비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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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같은 논술 논술 같은 수다 - 내 아이 논술 학원 보내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박기복 지음, 황중환 그림 / 예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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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애가 묻어나는 논술


-‘논술같은 수다, 수다같은 논술’을 읽고-


 ‘논리’라고 하면 메마름과 딱딱함이 먼저 떠오른다. 언어 속 수학이라 말할 정도로 일정한 공식과 빈틈없는 치밀함을 담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제목에서처럼 저자는 논술을 수다에 비유했다. 수다처럼 따뜻함이 묻어나는 논술이 진정 가치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과연 논술에 제대로 다가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잠재우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필자는 논술은 쉽고 마음을 담은 따뜻함이 묻어나는 것이며, 재미 또한 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논술같은 수다, 수다같은 논술(박기복 글, 예담 펴냄)’은 논술의 주춧돌을 이루는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이 논리적 사고를 배양해 내갈 수 있는 지도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초등논술, 책읽기, 글쓰기, 토론으로 나누어 펼쳐 보이는 논술 이야기는 재미와 함께 잔잔한 감동마저 불러일으킨다.

 초등논술의 핵심은 사고력 향상에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자유로운 생각의 틀이 이 시기에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논술기교를 익힌다한들 그 논술은 죽은 논술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이 당연한 말이면서도 간과하기 쉽다. 아이가 논술문 형식을 빌어서 쓴 글을 볼 때 어른들은 자신의 기준에 맞춰 형식과 내용을 보고 틀린 부분부터 빨간 줄을 그어 나간다. 글을 쓴 아이의 솔직함과 독특함은 서툰 형식과 기성세대의 사고에 가려 평가받지 못하기 일쑤다. 그러나 논술이 인생과 공통점이 있다는 필자의 말에서 논술의 전부를 통찰하게 된다. 어른을 포함해 앞서 산 사람들의 인생이 정답이 아니듯이 그들의 생각이 옳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답을 찾는 것. 생각한 답이 충분한 근거와 자기 논리가 있는지, 자기 노력으로 찾은 것인지가 중요할 뿐......’

 인생이 그렇다. 정답지가 없는 것이다. 어느 타인도 내 인생을 평가할 권한이 없다. 스스로 살아온 인생을 평가하는 자신의 눈과 남겨진 느낌만이 평가의 전부이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자기평가에 관대할 수 없다. 스스로 안이하게 자위하더라도 내면에 스며드는 느낌은 거짓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논술에서 책읽기는 중요하다. 다독보다는 깊이 읽기가 책읽기의 핵심이다. 책을 깊이 읽는다는 것은 생각을 하며 읽는 것이고, 이는 사고력을 확장시킨다. 그래서 책읽기에서 이해하기는 생각하기의 전제조건이지만 이해하기가 생각하기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생각하기를 통해 필자의 책을 독자의 책으로 변화시킨다면, 읽은 책은 오래도록 독자의 뇌리에 남겨지게 된다. 깊이읽기를 자극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필자는 독서노트 쓰기를 권장한다. 아이만 쓰는 독서노트가 아니라, 부모가 함께 책을 읽고 감상을 적는 독서노트 활동은 깊이읽기의 자극제가 되고 읽은 책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글이란 소통의 매개이다. 글의 형식과 내용, 문체에서 생각과 감정이 읽혀진다. 인간사이의 교감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게 글이다. 사고력이 미숙한 아이가 점점 성숙해가는 과정에서도 타인과의 교감이 필수적이다. 물론 책읽기도 교감의 대표적인 형태이지만 사고력의 모태를 제공한 부모나 가까운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은 사고력의 발달에 크나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부모와 함께 쓰는 독서노트는 아이에게 정서와 사고력면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온다.   

 글쓰기의 기본은 기교가 아니라 풍부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특히나 요즘 아이들은 도구적 합리성은 있지만 도덕적 합리성이 결여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타인을 배려하는 폭넓은 사고력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다. 가장 좋은 글이란 논리력이 완벽한 글이 아니라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설득시키는 형식인 만큼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이 기계적인 합리성만 드러나는 글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진지한 경청이다. 제대로 들어야 상대의 의견을 발판으로 보다 설득력 있게 생각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이야기 종합하기, 혼자 발표하기, 배경중심으로 이야기를 자극하는 활동을 하게 되면 아이들의 토론능력이 많이 향상됨을 알 수 있다.    

‘논술같은 수다, 수다같은 논술’은 아이들만의 창의성과 인간애가 묻어나는 논술이 진정 훌륭한 논술임을 강조하고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식과 기교가 아니라 애정과 관심이라는 사실. 애정과 관심이라는 보금자리 속에서 아이들은 지식을 탐구하고 터득해가며 사고력을 깊고 넓게 확장시켜 간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의 모습을 보고 아이다움을 칭찬하고 격려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야말로 최고의 논술지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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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한 개 푸른숲 작은 나무 12
김향이 글, 남은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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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은 어디로 갔을까

-'붕어빵 한 개'를 읽고-


 인간은 자연의 동물이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인간을 자연과 대립 내지는 비교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간 중심의 사고일 뿐이다. 인간이 인정하든 아니하든 인간은 자연의 품에서 태생되었고 살고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아왔다. 마치 신이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을 지배하려 들고, 동물을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본다. 인간이 동물과 자연을 창조한 분명한 증거가 없는 이상, 자연의 우위에 있다는 착각은 겸손한 마음으로 벗어 버려야 한다.  

<붕어빵 한 개(김향이 글, 푸른숲 펴냄)>는 동심과 자연의 자연스런 교감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창작동화집이다. 대표작 '붕어빵 한 개'를 비롯하여 모두 다섯 편의 아름다운 동화가 실려 있다. 표제작 '붕어빵 한 개'는 한 어린이가 떨어뜨린 붕어빵 한 개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자연과 고리를 맺고 있는지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려내고 있다. 도둑고양이가 물고 가 숨겨놓은 붕어빵이 늙은 쥐의 차지가 되고 늙은 쥐가 먹다 남긴 빵이 참새의 먹이가 되며, 지나가던 개미와 풀잎들이 그 남겨진 것들의 수혜자가 된다. 작가는 아주 정겹고 세밀한 시선으로 길가에 떨어진 붕어빵 한 개를 추적해 간다. 그 과정 속에서 아주 사소한 물건일지라도 그것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는 커다란 만족감을 줄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사람사이의 관심과 애정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사랑과 관심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인생을 바꿀 정도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선물'에서도 동심과 자연의 자연스런 교감을 정감있게 그리고 있다. '선인장과 나팔꽃'에서는 선인장과 나팔꽃을 통해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정감으로 맺어지는 과정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같이 있을 때는 나팔꽃이 귀찮고 시기심의 대상이었지만, 막상 그 상대가 떠나버리자 선인장은 외로움에 가득 차 그 빈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작가는 선인장의 눈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심리상태와 이를 통해 교훈을 얻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움이 애정으로 바뀌고 그게 잉태되어 아름다운 선인장 꽃으로 화하는 과정을 통해 참다운 삶의 의미를 전해주려 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락에서 나온 보물'에서는 옛 물건들이 꿈결같은 행복감을 가져다 주는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마술의 비밀'은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전신 장애인이 남다른 노력 끝에 어린이들에게 값진 행복을 선사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자연과 스스럼없이 동화하는 동심을 그려내고 있는 <붕어빵 한 개>는 어린이들에게 겸허하고 거짓 없는 삶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자연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더 나아가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내면화시키게 한다. '붕어빵 한 개가 어디로 갔을까?' 바로 자연을 닮은 어린이들의 마음 속으로 쏙 들어간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나눔의 행복에 대해 토의활동을 해보고 자연에게 편지를 써보는 활동을 하면서 이 동화책이 강조하는 주제의식을 한껏 높여보는 것도 좋은 활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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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여행 풀빛 그림 아이 3
파울 마르 지음,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하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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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고독 속에 핀 상상


-‘엘리베이터 여행’을 읽고-

 


 고독 내지는 무료함, 약간의 두려움은 상상을 낳는다. 어른이 되어서는 ‘먹고 살 일’에 빠져 고독할 틈이 없다. 하물며 먹고 사는 일과 관련이 없는 일에도 전투적(?)으로 매달린다. 약간 무료하다 싶을 때는 그것을 못 견뎌 pc게임을 찾고 TV오락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눈을 돌린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고독을 즐길 줄 모르는 일이다. 

 ‘엘리베이터 여행(파울 마르 글, 풀빛 펴냄)’은 어린이들이 고독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로자는 8층 아파트 맨 위층에 사는 여자아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엄마, 아빠가 로자를 홀로 남겨 두고 시민대학에 나간다. 로자 곁에는 그 흔한 애완동물 하나 없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잠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로자는 고독하고 무료하고 약간 두렵기까지 하다.

 “띵” 

 웬걸. 엘리베이터가 로자가 사는 8층에 멈춰 섰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내리는 기척은 없다. 두렵지만 현관문 밖을 내다보지 않을 수 없다. 엘리베이터 안이 아늑한 거실로 변해 있었고, 키 작고 통통한 한 남자가 로자를 엘리베이터 여행에 초대한다. 가고 싶은 곳으로 버튼을 누르라고 한다. ‘7’을 누르자 남자가 주문을 외고 케이크 한조각과 딸기 주스 한잔을 먹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일곱 마리의 까마귀, 일곱 마리 아기염소, 긴 창을 들고 있는 일곱명의 남자, 그리고 여섯 명의 난장이가 로자와 함께 있는 키작은 남자를 향해 다가왔다.

 “게으름뱅이야. 이리나와.”

 얼른 ‘8’버튼을 눌러 집으로 돌아온다.

 일주일 후 로자는  ‘3’을 눌러 세발자전거를 탄 세쌍둥이, 손과 다리가 셋인 신사, 3차선 도로를 걸어가는 혹이 셋인 낙타와 그 위에 탄 3명의 오리 동방박사를 본다. 그 다음 주 로자는 남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하층인 ‘U’를 꾹 누른다. 매번 주문을 외울 때마다 남자는 ‘U’는 누르지 말라고 강조했었다. 엘리베이터가 맨 아래로 내려가 ‘띵’ 신호와 함께 문이 열린 순간, 엄마, 아빠가 서 있었다. 키 작은 남자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엘리베이터도 예전의 그 딱딱한 금속제로 변해 있었다.    

 7층에는 숫자 ‘7’과 관련된 사물과 사람들이 있었고, ‘3’층에는 3과 관련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자 로자는 나머지 층들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남자가 권한 지층(E)에는 그의 설명대로 지하철, 지평선, 지느러미달린 지우개, 지퍼 등등의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남자는 지하층만은 누르지 말라고 한다. 그러니 그 곳이 궁금할 밖에. 결국 상상 속의 남자가 지하층(U)을 반대한 이유가 드러나고 만다. 남자는 상상 속의 인물이니 현실로 ‘U’턴 했을 때는 존재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상상 속에서 자신의 두려움을 정화하고 현실을 여유롭게 바라보지만, 언제나 그곳에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자신이 그만큼 현실을 감당할 수 있을 때에는 현실로 돌아와 조금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현실을 살아간다.  로자가 ‘U’을 선택한 것은 잠깐의 여행 동안 그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로자는 많은 나날을 상상 속에서 보내야 하기에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엘리베이터 여행이 로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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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세트 - 전4권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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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의 이야기

- 이야기 구조로 󰡔해리포터󰡕 읽기 -



1.

  1999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문학수첩 刊)이 처음 국내에 번역 소개된 이래 2005년 총 7부로 계획된 시리즈의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가 출간되기까지, 󰡔해리포터󰡕 시리즈는 줄곧 작품 자체의 뛰어난 문학성은 물론 그 경이로운 스토리만큼이나 놀라운 작품 외적 사건들(상상을 초월하는 책의 판매부수와 그에 필적하는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의 상업적 흥행 같은)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의 초점이 되어 왔다. 그리고 곧 다가오는 2007년도에는 시리즈의 완결판인 7부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해리포터를 창조한 작가(그녀야말로 진정한 마법사가 아닐까?) 조앤 롤링의 마법에 이미 완전하게 사로잡힌 전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은 어서 새해가 밝아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바보 같은 의문이겠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의 어떤 점들이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했을까? 무엇보다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해리포터󰡕 시리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책을 손에 잡으면, 어지간한 독자라면 끝까지 읽기 전까지는 결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그 ‘무언가’는 무엇인가?


2.

  󰡔해리포터󰡕 시리즈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의 소산임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랫동안 우리들의 관심과 흥미를 사로잡아왔던 익숙한 이야기 구조들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시리즈 초반에 주인공 해리포터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이모부댁(더즐리 가족) 계단 밑 벽장에서 살면서 이모부 가족으로부터 온갖 멸시와 학대를 받으며 살고 있는 11살의 소년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던 그에게 어느 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해그리드라는 거인이 찾아와 부모님의 죽음과 자신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주게 된다. 자신의 부모님이 그러했던 것처럼 해리도 보통사람(머글)이 아닌 마법사이고, 그것도 이미 한 살 때 자신의 부모님을 살해한 볼드모트라는 사악한 마법사를 물리친 위대한 영웅이며, 호그와트라는 마법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나 󰡔신데렐라󰡕를 연상시키는 이야기 구조이다. 허름한 다락방 구석에서 하인으로 천대 받던 소녀가 하루 아침에 훌륭한 가문의 무남독녀 외동딸의 신분을 회복한다는 󰡔소공녀󰡕의 이야기 구조와도 그리 낯설지 않다. 이러한 이야기는 누구나 그 나이 무렵에 가져 보게 되는 판타지(fantasy)가 아닐까? 판타지는 10대 청소년들에게 현실의 결핍을 보상하는 가장 경제적이고도 가장 낭만적인 방법이다.


  호그와트에 입학한 해리포터는 시리즈 내내 헤르미온느와 론이라는 단짝 친구들과 함께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맞추기 힘든 퍼즐 조각 같은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각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 세 친구는 때론 갈등하고 때론 서로를 지지해 주고 협력하면서 사건 해결에 그들이 가진 능력의 최선을 다한다. 사건은 종종 미궁에 빠지거나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가져오고 그로 인해 해리와 친구들은 때로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극적으로 짜 맞추어 마침내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셜록 홈즈와 제임스 본드과 같은 전설적인 탐정이나 비밀첩보원의 이야기를 창조해낸 영국의 문화적 배경 때문인지 󰡔해리포터󰡕 시리즈에도 탐정소설이나 첩보소설과 같은 이야기 구조가 자주 보인다. 예를 들어, 여학생인 헤르미온느는 셜록 홈즈처럼 치밀한 논리를 전개하는 천재형의 인물로 그려져 있고, 그에 비해 론은 항상 한 발 늦는 조력자 왓슨처럼 그려져 있다. 한편 해리포터는 사건을 해결하는데 종종 투명망토나 호그와트 비밀지도와 같은 신비한 물건들을 사용하는데, 이것들은 007 시리즈에서 궁지에 몰린 제임스 본드를 아슬아슬하게 살려주는 비밀무기들을 연상시킨다.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물건, 누구나 그런 물건을 갖고 싶어 하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웅 이야기의 일반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웅들은, 남들과 다르게 태어나서(기이한 탄생·혈통) 어릴 때부터 남다른 능력이나 재주를 갖고 있지만(비범한 능력) 부모나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기아) 그러나 생명의 은인을 만나 도움을 받으며(조력자의 구원), 자기를 해치려는 무리와 싸워(적과의 투쟁) 자기가 처한 어려움을 물리치고(승리) 마침내 위대한 영웅이 된다는 것이다.


  마법사라는 혈통, 해리 자신은 물론 어느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자신의 마법적 능력, 일찍이 고아가 되어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를 해야 하는 운명, 해그리드와 덤블도어, 그리고 헤르미온느와 론과 같은 친구들의 도움,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와 그의 추종자들인 죽음을 먹는 자들과의 목숨을 건 투쟁...  

  

  아직 스토리가 완결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해리포터가 위대한 마법사이자 영웅으로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대체적으로 해리포터는 일반적인 영웅의 이야기 구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 외에도 유럽의 여러 신화와 전설에서 차용한 인물과 이야기 요소들(인어, 늑대인간, 집요정, 켄타우로스, 거인과 용 등등)이 곳곳에 숨어 있지만 여기서는 그 모든 것들을 다 언급하기 어렵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좀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면 이 글 맨 끝에 첨부된 도서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3.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도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오래된 내의(內衣)처럼 몸에 익숙한 이야기의 틀 속에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인물들이 종횡무진 엮어나가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정말 마법과도 같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꿈과 상상의 나래를, 어른들에게는 어느새 잃어버린 행복했던 유년의 몽상을 되살려 주는 󰡔해리포터󰡕 시리즈. 올 겨울 온 가족이 함께 이 경이로운 마법의 세계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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