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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고 싶은 알렉산더
레이 크루즈 그림, 주디스 바이오스트 글,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달러의 경제학
-‘부자가 되고 싶은 알렉산더’를 읽고-
경제활동을 어른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어린이들의 호주머니에 돈이 생겼을 때 그 쓰임을 자세히 추적해 보면 어른들의 경제학이 보인다. 미국인의 지출 방식이 특히 돋보이는 ‘부자가 되고 싶은 알렉산더(주디 바이오스트 글, 레이 크루즈 그림, 지양어린이 펴냄)’의 책장을 넘겨보자.
‘부자가 되고 싶은 알렉산더’는 다소 거칠지만 소박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림과 함께 경제활동의 개념을 동화형식으로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이 책이 1978년 출간되었지만 2004년에 와서 우리말로 번역 출간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도외시되었거나 어렵거나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는 경제개념을 어린이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에게는 안토니와 니키라는 두 형이 있다. 지난 일요일 할머니와 할아버지로부터 1달러라는 거금을 받았다.(지금의 1달러와 1978년도의 1달러 가치는 많은 차이가 있다.) 어머니는 용돈을 모아 원하는 워키토키를 사라고 했지만 당장 1달러가 손안에 들어오니 워키토키는 먼 미래의 일이었다.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호주머니에 돈이 있으니 풍선껌을 파는 가게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돈이 있는 것을 안 형들이 알렉산더가 이기지도 못할 내기를 걸어온다. 그리고 친구의 뱀을 빌리고 노는데 용돈을 쓰게 되었다. 거기다 놀리는 형들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10센트의 벌금을 내야 했다. 이 부분에서는 미국인들만의 특이한 처벌개념을 보게 된다. 영악한 니키 형의 속임수에 다시 4센트를 잃고 또 형에게 발길질했다는 이유로 5센트의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분실 8센트. 마지막으로 눈알 빠진 인형, 타다만 양초, 패가 맞지 않는 카드를 사고 나니 알렉산더에게 남은 것은 잡동사니들과 버스토큰 두 개뿐.
알렉산더가 빈털터리가 되어가는 과정이 어린이다운 어리숙함과 호기심이 어우러져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지출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른의 생활을 엿보는 듯하다. 풍선껌 사기, 뱀 빌리기, 바자회 물건들 사기는 가치교환에 해당하고 내기는 도박, 형들에게 대든 죄, 형의 쵸콜릿 바를 먹은 죄로 벌금을 내고, 니키형의 속임수로 사기를 당한다. 거기다 분실까지 했다. 가치교환, 도박, 벌금, 사기, 분실. 9시 뉴스에나 나옴직한 말들이다.
이 책은 앞의 전 과정을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이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읽어낼 수 있다. 돈은 물론 교환의 수단으로 생겨난 물건이다. 따지고 보면 도박도 돈을 통해 욕망을 사는 것이고 벌금도 더 큰 욕망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다 받는 처벌이다. 사기 역시 밑바탕에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욕망을 충족하는 데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야 한다. 사회의 약속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즉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를 탐구해 보고 갖가지 욕구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이롭고 가치가 있는 것을 정해 잘잘한 욕구들을 극복해야한다. 알렉산더에게는 워키토키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가치롭고 소중한 욕망이 될 것이다. 욕구를 조절하고 지연하는 능력. 이게 ‘부자가 되고 싶은 알렉산더’가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은 소비경제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