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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같은 논술 논술 같은 수다 - 내 아이 논술 학원 보내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박기복 지음, 황중환 그림 / 예담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애가 묻어나는 논술
-‘논술같은 수다, 수다같은 논술’을 읽고-
‘논리’라고 하면 메마름과 딱딱함이 먼저 떠오른다. 언어 속 수학이라 말할 정도로 일정한 공식과 빈틈없는 치밀함을 담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제목에서처럼 저자는 논술을 수다에 비유했다. 수다처럼 따뜻함이 묻어나는 논술이 진정 가치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과연 논술에 제대로 다가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잠재우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필자는 논술은 쉽고 마음을 담은 따뜻함이 묻어나는 것이며, 재미 또한 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논술같은 수다, 수다같은 논술(박기복 글, 예담 펴냄)’은 논술의 주춧돌을 이루는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이 논리적 사고를 배양해 내갈 수 있는 지도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초등논술, 책읽기, 글쓰기, 토론으로 나누어 펼쳐 보이는 논술 이야기는 재미와 함께 잔잔한 감동마저 불러일으킨다.
초등논술의 핵심은 사고력 향상에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자유로운 생각의 틀이 이 시기에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논술기교를 익힌다한들 그 논술은 죽은 논술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이 당연한 말이면서도 간과하기 쉽다. 아이가 논술문 형식을 빌어서 쓴 글을 볼 때 어른들은 자신의 기준에 맞춰 형식과 내용을 보고 틀린 부분부터 빨간 줄을 그어 나간다. 글을 쓴 아이의 솔직함과 독특함은 서툰 형식과 기성세대의 사고에 가려 평가받지 못하기 일쑤다. 그러나 논술이 인생과 공통점이 있다는 필자의 말에서 논술의 전부를 통찰하게 된다. 어른을 포함해 앞서 산 사람들의 인생이 정답이 아니듯이 그들의 생각이 옳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답을 찾는 것. 생각한 답이 충분한 근거와 자기 논리가 있는지, 자기 노력으로 찾은 것인지가 중요할 뿐......’
인생이 그렇다. 정답지가 없는 것이다. 어느 타인도 내 인생을 평가할 권한이 없다. 스스로 살아온 인생을 평가하는 자신의 눈과 남겨진 느낌만이 평가의 전부이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자기평가에 관대할 수 없다. 스스로 안이하게 자위하더라도 내면에 스며드는 느낌은 거짓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논술에서 책읽기는 중요하다. 다독보다는 깊이 읽기가 책읽기의 핵심이다. 책을 깊이 읽는다는 것은 생각을 하며 읽는 것이고, 이는 사고력을 확장시킨다. 그래서 책읽기에서 이해하기는 생각하기의 전제조건이지만 이해하기가 생각하기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생각하기를 통해 필자의 책을 독자의 책으로 변화시킨다면, 읽은 책은 오래도록 독자의 뇌리에 남겨지게 된다. 깊이읽기를 자극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필자는 독서노트 쓰기를 권장한다. 아이만 쓰는 독서노트가 아니라, 부모가 함께 책을 읽고 감상을 적는 독서노트 활동은 깊이읽기의 자극제가 되고 읽은 책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글이란 소통의 매개이다. 글의 형식과 내용, 문체에서 생각과 감정이 읽혀진다. 인간사이의 교감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게 글이다. 사고력이 미숙한 아이가 점점 성숙해가는 과정에서도 타인과의 교감이 필수적이다. 물론 책읽기도 교감의 대표적인 형태이지만 사고력의 모태를 제공한 부모나 가까운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은 사고력의 발달에 크나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부모와 함께 쓰는 독서노트는 아이에게 정서와 사고력면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온다.
글쓰기의 기본은 기교가 아니라 풍부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특히나 요즘 아이들은 도구적 합리성은 있지만 도덕적 합리성이 결여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타인을 배려하는 폭넓은 사고력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다. 가장 좋은 글이란 논리력이 완벽한 글이 아니라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설득시키는 형식인 만큼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이 기계적인 합리성만 드러나는 글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진지한 경청이다. 제대로 들어야 상대의 의견을 발판으로 보다 설득력 있게 생각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이야기 종합하기, 혼자 발표하기, 배경중심으로 이야기를 자극하는 활동을 하게 되면 아이들의 토론능력이 많이 향상됨을 알 수 있다.
‘논술같은 수다, 수다같은 논술’은 아이들만의 창의성과 인간애가 묻어나는 논술이 진정 훌륭한 논술임을 강조하고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식과 기교가 아니라 애정과 관심이라는 사실. 애정과 관심이라는 보금자리 속에서 아이들은 지식을 탐구하고 터득해가며 사고력을 깊고 넓게 확장시켜 간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의 모습을 보고 아이다움을 칭찬하고 격려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야말로 최고의 논술지도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