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여행 풀빛 그림 아이 3
파울 마르 지음,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하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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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고독 속에 핀 상상


-‘엘리베이터 여행’을 읽고-

 


 고독 내지는 무료함, 약간의 두려움은 상상을 낳는다. 어른이 되어서는 ‘먹고 살 일’에 빠져 고독할 틈이 없다. 하물며 먹고 사는 일과 관련이 없는 일에도 전투적(?)으로 매달린다. 약간 무료하다 싶을 때는 그것을 못 견뎌 pc게임을 찾고 TV오락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눈을 돌린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고독을 즐길 줄 모르는 일이다. 

 ‘엘리베이터 여행(파울 마르 글, 풀빛 펴냄)’은 어린이들이 고독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로자는 8층 아파트 맨 위층에 사는 여자아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엄마, 아빠가 로자를 홀로 남겨 두고 시민대학에 나간다. 로자 곁에는 그 흔한 애완동물 하나 없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잠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로자는 고독하고 무료하고 약간 두렵기까지 하다.

 “띵” 

 웬걸. 엘리베이터가 로자가 사는 8층에 멈춰 섰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내리는 기척은 없다. 두렵지만 현관문 밖을 내다보지 않을 수 없다. 엘리베이터 안이 아늑한 거실로 변해 있었고, 키 작고 통통한 한 남자가 로자를 엘리베이터 여행에 초대한다. 가고 싶은 곳으로 버튼을 누르라고 한다. ‘7’을 누르자 남자가 주문을 외고 케이크 한조각과 딸기 주스 한잔을 먹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일곱 마리의 까마귀, 일곱 마리 아기염소, 긴 창을 들고 있는 일곱명의 남자, 그리고 여섯 명의 난장이가 로자와 함께 있는 키작은 남자를 향해 다가왔다.

 “게으름뱅이야. 이리나와.”

 얼른 ‘8’버튼을 눌러 집으로 돌아온다.

 일주일 후 로자는  ‘3’을 눌러 세발자전거를 탄 세쌍둥이, 손과 다리가 셋인 신사, 3차선 도로를 걸어가는 혹이 셋인 낙타와 그 위에 탄 3명의 오리 동방박사를 본다. 그 다음 주 로자는 남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하층인 ‘U’를 꾹 누른다. 매번 주문을 외울 때마다 남자는 ‘U’는 누르지 말라고 강조했었다. 엘리베이터가 맨 아래로 내려가 ‘띵’ 신호와 함께 문이 열린 순간, 엄마, 아빠가 서 있었다. 키 작은 남자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엘리베이터도 예전의 그 딱딱한 금속제로 변해 있었다.    

 7층에는 숫자 ‘7’과 관련된 사물과 사람들이 있었고, ‘3’층에는 3과 관련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자 로자는 나머지 층들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남자가 권한 지층(E)에는 그의 설명대로 지하철, 지평선, 지느러미달린 지우개, 지퍼 등등의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남자는 지하층만은 누르지 말라고 한다. 그러니 그 곳이 궁금할 밖에. 결국 상상 속의 남자가 지하층(U)을 반대한 이유가 드러나고 만다. 남자는 상상 속의 인물이니 현실로 ‘U’턴 했을 때는 존재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상상 속에서 자신의 두려움을 정화하고 현실을 여유롭게 바라보지만, 언제나 그곳에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자신이 그만큼 현실을 감당할 수 있을 때에는 현실로 돌아와 조금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현실을 살아간다.  로자가 ‘U’을 선택한 것은 잠깐의 여행 동안 그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로자는 많은 나날을 상상 속에서 보내야 하기에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엘리베이터 여행이 로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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