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세요
티모시 프리크 지음, 이균형 옮김, 김진혜 그림 / 정신세계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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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콤팩트한 크기의 이 귀엽고 깜찍한 모양의 책 <깨어나세요>는 '한 시간 안에 당신의 세계를 뒤집어놓을 책'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가 결코 지나친 과장이 아닐 정도로 우리의 익숙한 존재 관념을 전복시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 존재의 가장 확실한 근거이면서도 수학의 공리처럼 너무나 자명하여 별다른 증명이 필요 없어 보이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나'와 그 '나'가 살아 움직이는 '시간과 공간의 연속체로서의 세계'가 모두 '꿈'이니까 '깨어나라'고 속삭인다. 저자에 의하면 삶은 하나의 신비이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의 경험밖에 확실한 것이 없고, 우리는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개별적 인간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나'와 '세계'의 바탕을 이루는 '목격하고 있는 의식'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서로 구별되어 '나'와 '타자'도 하나의 '의식'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하나'이며 그러기에 우리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불과 30분 정도면 독파할 수 있는 100페이지 남짓한 글이지만 그 짧은 글 속에 소위 '고대의 지혜', 모든 '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 내려온 '진리'가 너무나 쉽고 평이하게 서술되어 있다. 불교의 '불이(不二)법문', 즉 나와 너, 중생과 부처, 삶과 죽음 등등 모든 상대적인 것이 실제로는 하나의 마음일 뿐이라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도리나, 힌두교의 아드바이타 베단타(불이일원론)에서 모든 것은 진아의 현현이며 현상계는 오로지 신(진아)의 유희일 뿐이라는 것이나, 모든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창조행위의 결과요, 나아가 하나님과 그 하나님의 영(성령)과 하나님의 아들(나)이 하나라는 기독교 신비주의의 가르침과 동일한 내용이 이 책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것은 조금 더 열려 있고 유연한 사고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발견했던 '진리'이기에 하나도 특별할 것이 없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꿈' 속에서 자신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이 불확실한 객관적 세계 속에 살아간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깨어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소크라테스나 예수의 경우를 보라. 사람들은 꿈 속의 무자각적인 삶을 원하지 깨어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깨어나라'고 외치는 자들, 자신들을 흔들어 깨우는 자들을 마치 시끄러운 자명종을 눌러 꺼버리듯 핍박해 왔다. 사람들은 진실에 눈 떠 얻게 되는 사랑과 자유보다 현실에 눈 감고 기계적이고 무의식적인 삶이 주는 부자유스러우나 편안한 안정감을 더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세상은 늘 이 모양 이 꼴이고 우리네 삶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제발, 깨어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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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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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수필하면 학창시절 읽었던 피천득의 '인연'이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도가 떠오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손위 누이 덕에 집에 김남조니 유안진이니 하는 여류 수필가들의 에세이집이 굴러 다녔고 가끔 몇 장 읽어도 봤을 터이지만 왠지 그들의 수필은 그저 '여성적' 감상이나 허황한 '미사여구'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는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이들의 자전적 에세이 위주는 가끔 접하면서도 본격적인 의미의 '수필', 앞서 예를 들었던 피천득이나 법정 스님의 수필은 과문한 탓인지 게으른 탓인지 오랫동안 접해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고(故) 장영희 교수의 부음을 신문지상을 통해 접하고 그가 남겼다는 수필집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게 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중년의 나이임에도 때묻지 않는 소녀 같은 발랄함이 너무나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의 수필을 읽으면서 사람에게는 분명 영혼이 있으며,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은 글을 통해 그 향기를 전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의 첫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 서문에 나오는 몸통에 비해 너무 작은 날개를 가져 몸의 구조상 날 수 없는 꿀벌은 자신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열심히 날개짓함으로써 정말 날 수 있다는 '꿀벌의 무지' 이야기는 전적으로 저자 자신의 이야기다. 그는 소아마비라는 장애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들로부터 소외될 수 있었으나 헌신적인 부모님과 그 자신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이룬 성취에 대해 나름대로 자긍심을 가져도 좋으련만 오히려 자신의 모자라고 서툰 부분을 담담히 고백하는 그를 보면 외유내강이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서문에서 그는 <"글은 곧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래서 이 글들은 바로 나다. 발가벗고 일반 대중 앞에 선 나다.>라고 말한다. 그의 아버지 서재에 붙어있다는 '선내보(善內寶, 찬한 것 속에 보물이 있다)'라는 말처럼 그의 착한 영혼이 담긴 글은 너무나 소중한 보배이다. 한 사람의 착한 영혼이 불러주는 인생의 노래가 그와 함께 같은 길을 가는 수많은 영혼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기쁨이 되는지. 이제 하늘나라에 있을 그는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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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성 - 무애도인 삶의 이야기
김광식 지음 / 새싹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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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성(春城, 1891~1977). 욕쟁이에 맥주를 즐기며 호호탕탕 걸림없는 무애행으로 세간에 회자된 그는 단편적인 언행과 일화만이 전해질 뿐 생전의 가르침이나 행장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다시피 흔적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 그의 발자취를 어느 성실한 불교학자가 자투리 헝겊을 모아 조각보를 만들듯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기록들과 생전에 인연이 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해 처음으로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내었다.

 

우리에게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잘 알려진 만해 한용운 스님의 제자이자 근대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인 경허-만공 법맥을 이은 선승 춘성은 철저히 출가자 본연의 삶을 살았다. 스승의 이름을 팔아 자신을 높이지 않았고, 불교 승려로서 깨달음을 위한 치열한 구도의 열정을 보였으며, 세속의 중생들과 어울려 뒹굴면서도 무애자재한 삶을 통해 그들로 하여금 시원한 해방감을 맛보게 해 주었다.

 

욕이 나오면 시원하게 욕을 내뱉고 술을 보면 거침없이 마시되, 자신의 스승을 대할 때는 더이상 극진할 수 없는 정성으로 대하고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푸는 삶. 일체의 가식이나 집착 없이 천진한 본성 그대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세속적 욕망에 찌든 눈에는 기인달사의 특이한 삶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오늘날처럼 '거짓'과 '가짜'가 '참'과 '진짜'를 압도하는 시대에 마치 깨끗한 거울처럼 아름다운 꽃은 그대로 아름다운 꽃으로 비추고, 더러운 똥은 그대로 더러운 똥으로 비추듯 산 춘성 스님의 삶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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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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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저자의 두번째 심리에세이 <천개의 공감>이 마음에 들어 일부러 찾아 읽게 된 첫번째 에세이다. '심리 여행 에세이'란 부제가 붙어 있듯이 27개의 심리학 용어를 주제로 저자가 1999년에서 2000년 사이 9개월간 유럽여행 중의 만났던 다양한 사람과 경험, 그리고 자신의 내면 풍경과 그 심리학적 배경을 훌륭하게 드러낸 에세이집이다.

 

여행은 낯익고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낯설고 때로 위험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 복잡한 문제상황으로부터의 회피일 수도 있고, 고향 또는 자기 집에서의 정체된 자기동일성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모험일 수도 있다. 보통 여행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성숙한 변화를 경험한다.

 

수년 간의 정신분석을 끝내고 집까지 정리해서 훌쩍 떠난 낯선 곳에서 저자 또한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내면 풍경을 관조하며 지금까지 몰랐거나 무의식 저편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저자에게 현대 심리학은 자신의 상처의 뿌리, 고통의 근원을 직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스스로 치유할 힘을 준 것 같다. 저자가 인용한 "상처입은 자가 치유한다"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은 온전히 저자 자신을 위한 말이기도 하다.      

 

딱딱한 심리학 전문서보다 훨씬 읽기 쉽고, 구체적인 심리상황을 통해 어려운 심리학 용어들을 알기 쉽게 풀이해 주고 있는 것도 이 책이 지닌 장점 가운데 하나이다. 심리학이 모든 인간 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지만 분명 심리적 문제를 지니고 있거나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에게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개념적인 틀과 치유의 도구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러한 목적을 가진 이들을 위해 가볍게 읽으면서 심리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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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박사의 심리학 시리즈 1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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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人間)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존재는 '사이(間)', 즉 '관계'에 의해 규정되고 완성되는 것이라고.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만드는 '사이' 즉 '관계'는 바로 부모와의 맺는 것이다. 그것은 '천륜(天倫)'이란 말이 내포하듯 나의 의지와 선택과는 무관한 천부적인 것이다. 부모와 '나'가 맺는 그 최초의 관계에서부터 다른 형제자매와의 관계, 즉 가족으로부터 '나'라고 하는 자아가 영향를 받고 성장하고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가족은 내 삶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이다.

 

이 책 <가족의 심리학>의 저자는 가족의 존재 목적이 가족에 속한 개개인의 자신에 대한 인식을 가정 적절하게 만들어 주는 것, 다시 말해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믿음과 정서적 독립성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설 때까지 뒷받침해주는 것이 가족의 임무라고 말한다. 그러한 임무가 완수되면 아이는 가족을 떠나 자신의 길을 떠나야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원제가 <Leaving the Nest(둥지를 떠나기)>이다. 한 마디로 정서적으로 균형잡히고 독립적인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 가족 가운데 특히 부모(부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가족의 토대가 되는 부부 역시 또다른 가족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부부의 한쪽이나 양쪽 모두가 건전하고 튼튼한 자기인식(자아상)을 갖지 못할 때 그 관계가 어떻게 그들의 아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이 책에서는 몇가지 부정적 가족관계(공격적인 지배, 지나친 헌신, 관계의 부재 등)의 유형을 들고 그 문제적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해야 할 행동양식들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의 개인적 삶의 경험은 물론 오랜 세월 동안 그러한 문제를 가진 가족의 부부, 어른, 아이들을 상담치료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약간의 문화적 차이를 제외하고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가족 문제를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교직에 있으면서 담당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대충 그 아이의 가정을 그려볼 수 있다. 아이가 지나치게 산만하다든지, 학업 성취가 낮거나, 폭언이나 폭력을 심하게 사용한다든지, 다른 아이를 지배하려 하거나 반대로 수동적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이끌려 다니는 경우 대부분 자신에 대한 자아인식이 부족하고, 자아 존중감이 보통 아이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십중팔구 그러한 아이의 부모와 상담해 보면 부모 자신이 아직 완전히 성숙되지 못한 인격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이가 어른의 거울이라든지, 문제아동 뒤에 문제가정이 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갈수록 가족과 그들의 관계가 무너져 가는 현실에서 가족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안전망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새삼 절실하게 요구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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