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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맥주 견문록 - 비어 헌터 이기중의
이기중 지음 / 즐거운상상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중국-한국-일본이 차(茶)의 문화권이라면, 스페인-프랑스-이태리는 와인(wine) 문화권이고, 영국-독일-벨기에-네덜란드-덴마크는 맥주(麥酒) 문화권이라 할 수 있다. 한 때 녹차의 명맥도 거의 사라졌던 우리나라에 중국차가 소개되면서 보다 풍성한 차 문화와 관련 산업이 융성했듯이, 얼마 전에는 와인 붐이 일어났었다. 그런데 이 책 <유럽맥주 견문록>을 보면서 아마 이제부터는 맥주 르네상스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예측을 해 본다.
일본을 통해 식민지 시대 우리 나라에 맥주가 들어온지도 근 백 년 가까이 되었다. 소주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음료이지만 우리 나라 맥주는 그 품질이나 다양성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하긴 소주를 비롯하여 모든 분야에서 다양성보다 획일성, 개인주의보다 보편주의가 선호되는 우리나라의 풍토 탓인지 모르겠으나 천편일률적이고 획일화된 국산 맥주들은 맥주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넘어 서글픔을 느낄 지경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다양한 수입맥주들이 대형 할인점이나 맥주 전문점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하고 나름대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병이나 캔 맥주뿐만 아니라 수입 생맥주 전문점도 이제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다. 와인 관련 서적은 국내에 제법 출간되었지만 맥주 관련 서적들은 손가락 안에 꼽을 지경이고 그 가운데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맥주 관련 서적은 한두 권이 전부였던 상황에서 이 책 <유럽맥주 견문록>은 정말이지 무더운 여름날 마시는 한 잔의 시원한 생맥주와 같다.
저자는 맥주 문화권이라 할 수 있는 영국-아일랜드-체코-독일-오스트리아-벨기에-네덜란드-덴마크의 주요 양조장과 펍(pub), 비어 가든, 맥주 카페들을 여행하며 맛본 다양한 본토 맥주들의 시음기를 전하고 있다. 여름 한 철 갈증을 달래고 취기를 느끼기 위한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지역과 국가의 아이콘 역할을 하는 유럽의 다양한 맥주들은 맥주 애호가들에게 몸살 나는 짝사랑의 대상이자 신성한 숭배의 대상과도 같다. 하이네캔 광고 속에 여성이 자신만의 옷방을 여자친구들에게 자랑하듯 남성이 자신만의 맥주 저장공간을 동성친구들에게 자랑하자 이성을 잃고 좋아하는 모습이 그저 광고 속의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