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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논술로 갔다 - 서울대 법대 합격! 논술로 뒤집은 비결
문승기 지음 / 한우리북스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정확한 제목은 다음과 같아야 마땅하리라. <난 (수능성적이 조금 모자랐지만) 논술로 (서울대 법대에) 갔다> 내지는 <난 (내신 1등급에 언수외사탐 1~2등급에) 논술로 (서울대 법대에) 갔다>. 2~3년 전 내가 사는 부산에서 어려운 가정형편과 일반고(!) 학생으로 수능성적이 월등히 높지 않으면서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문승기란 학생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 출신이라 일면식도 없으면서도 마치 우리 일가친척의 일인양 마음이 흐뭇했다. 아마 중앙 일간지에도 소개 되었던 모양인데 그 학생이 책까지 낸 것까지는 몰랐다.
책 첫부분은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조그만 철물점을 운영하시는 성실한 아버지와 넉넉치 못한 가정형편이지만 책을 좋아하시며 책값은 아끼지 않으시는 어머니 밑에서, 그 흔하디 흔한 학원과외도 제대로 받은 적 없이 오로지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여 판사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마침내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다는 개천에서 용이 난 성공담은 그것이 비록 진부한 레퍼토리라고 할지라도 가슴 벅찬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 보이는 것, 그것은 마법이며 때로는 기적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감동은 거기까지다. 치열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해나가 마침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논구술을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책 읽는 맛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정 사교육업체(이 책을 출판 곳이기도 하다)의 논술 프로그램이 장황하게 소개되고 논술시험 한 달 앞두고 어려운 살림에 서울에 원정가서 열심히 논술 학원에서 논술첨삭지도를 받은 대목에 이르러선 이제 그만 읽어야 겠다고 느꼈다. 그러면 그렇지...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휴먼 드라마를 기대했었는데 신학기가 되면 어김없이 학원가에 나붙는 광고현수막이나 교문 앞에서 나눠주는 연습장 속에 등장하는 본원 출신 합격자들의 수기와 같은 글이었다.
서울대 법대 가려면 일단 가정 형편이 어떻든 내신은 기본이고 수능도 엄청 잘 본 다음 막판 논구술 준비는 없는 살림에라도 서울에 몰려 있는 고액 논술과외로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참 순수해 보이는 청년인데 이런 자기 업체 홍보가 목적인 책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 주는 것은 나름의 판단이 있었겠지만 나중에 후회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많은 수험생 후배들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씌여진 이 책이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문승기 군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