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쏴라 - 스스로의 깨달음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숭산 대선사의 가르침
숭산행원 지음, 현각 엮음, 양언서 옮김 / 김영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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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행원(崇山行願) 스님. 그의 법호처럼 평생 우뚝 솟은 산과 같이 한국의 선불교를 온 세상에 전하는 원력을 실천해온 스님. 그리고 그러한 스님의 삶을 좇는 푸른 눈의 제자 현각 스님. 비록 국적과 인종은 다르지만 이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우리들을 감동시켜 왔다.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널리 알려진 현각 스님이 그의 스승 숭산 스님의 가르침과 일화들을 엮어 만든 <부처를 쏴라>(원서 제목은 '깨달음을 구하는 것은 큰 실수(Wanting Enlightenment is a Big Mistake)')는 이미 열반하신 옛스승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이 잘 나타나 있다. 

 

포대화상을 연상시키는 통통하고 동글동글한 몸집에 늘 웃음을 잃지 않은 숭산 스님. 문법에 맞지 않는 짧은 영어이지만 수많은 서양의 지성인들의 복잡한 머리 속을 단번에 멈추게 하는 스님의 언변.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오직 모를 뿐!'이란 가르침.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오직 모른다는 분명한 사실에서 아무런 판단없이 '오직 할 뿐'!

 

흔히 불교가 종파가 다양하고 팔만대장경이라 할 만큼 경전이 많고 철학적이어서 어렵다고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스님의 가르침은 불교를 매우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자기 자신을 깨닫는 일이 무엇이 어렵다는 말인가?

 

스님은 묻는다. "너는 누구(무엇)이냐?" 이에 대한 가장 진실한 답은 "모른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른다'는 무엇인가? 그 말뜻이 아닌 '모름'의 실체, 본질! 여기서 모든 생각이 떨어져 나간다. 바로 그 순간, 붐(BOOM)! 우리는 본래의 자기 자신을 직접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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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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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맹목'에 관한 이야기다. 사춘기 시절의 우연한 첫사랑에 눈 멀어 버린 미하엘. 글자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맹 한나. 그리고 광기에 쌓여 진실과 정의에 눈 멀었던 추악한 제3제국의 과거가 그 두 인물을 둘러 싸고 있다.

 

열다섯살에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더 많은 여성 한나를 만나 사랑에 빠져버린 미하엘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진 하나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는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득한 비밀과도 같은 한나. 이후 미하엘은 다른 어떤 여자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미하엘이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을 좋아했던 한나. 그녀는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으로 일했다는 과거가 있다. 미하엘과 헤어진 얼마 뒤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한나는 자신이 쓰지 않은 보고서 때문에 재판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만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자신의 짓지않은 죄마저 시인하고 무기징역을 받는다.

 

사춘기 추억 속의 한나와 법정에서 다시 만난, 그리고 교도소에 있는 현재의 한나 사이에서 미하엘은 갈등한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했기에 자신의 목소리로 읽은 책들을 녹음하여 교도소로 보낸다. 그렇게 18년이 지나 한나가 사면을 받게 되자 한나에게 연락하는 유일한 사람인 미하엘에게 교도소장의 편지가 도착한다. 사면 후 한나의 생활에 대한 부탁을 하기 위해서.

 

사면을 일주일 앞두고 미하엘은 한나를 만난다. 그리고 석방되는 날 아침 한나는 목을 메고 죽는다. 교도소장을 통해 그동안 한나는 읽고 쓰는 법을 배웠고 미하엘의 편지를 기다렸으며, 자신이 일했던 수용소와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서 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하엘은 한나를 읽지 못했다. 한나는 자신이 했던 일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모두가 무지에서 비롯된 일들이었다. 그러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여 모든 일이 다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비정상적인 남녀의 사랑과 독일 근현대사의 그늘, 그리고 독일 민족 특유의 내향성 탓인지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 소설이었다. 특히나 작가가 서술한 것보다 서술하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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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 나를 사랑하게 하는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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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힘겹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맞닥뜨리는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다. 사람들은 '객관적인 현실' 속에 살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심리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겉으로 보기에 같은 시공간 속에 놓여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람마다 살아가고 경험하는 현실은 똑같지 않다. 그 모든 심리적 현실, 사실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우리의 '자아'가 만들어낸 것이다. 불교식으로 보자면 하나의 환상, 한 조각 꿈에 불과한 것인데도 우리는 그 환상, 그 꿈이 너무나 실감나는 것이라 거기에 일비일희하는 것이다. 

 

이무석 박사의 최근작인 <자존감>은 낮은 자존감, 즉 열등감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열등감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객관적인 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대해 저자는 그것이 그러한 조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즉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문제인 것이다. 흔히 사람들이 열등감을 느끼는 외모, 능력, 집안, 학벌과 같은 사실들은 객관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자아'가 그것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 바로 '욕망'의 크기에 따라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뉘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나의 환상이다. 좋고 나쁨이 객관적인 조건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관점, 가치판단,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은 참고 견딜 수 없는 심리적 고통을 참고 견딜 만한 심리적 고통으로 경감시켜 줄 수 있을 뿐이다. 정신분석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과학에서 종교로 건너가는 다리가 이 지점에서 발견된다. 상담학과 정신분석학, 심리학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상처받고 분열되고 쇠약해진 '자아'를 위로하고 통합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인간이 가지는 모든 심리적 문제는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문제의 출발점, '자아'의 실체를 밝히지 않는 한 모든 치료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 모든 희로애락의 근원이자 귀결점인 '나'의 정체를 발견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각자의 '심리적 현실'이란 매트릭스에서 끝없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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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행복하게 하는 친밀함 - 좋은 관계를 만드는 비밀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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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30년만의 휴식>을 읽고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을 모두 읽어 보기로 했다. 어느새 불혹(不惑)의 나이임에도 늘 여기저기에 '혹'하는 이 마음과 씨름하는데 저자의 책이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었다. 요새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물질적 외부세계의 풍요로움과 화려함에 비례하여 인간의 영적 내면세계는 더욱 피폐해지고 황량하게 변하는 것 같다. 톨레의 말처럼, 어쩌면 인류는 인류의 종말이냐 아니면 새로운 차원으로의 진화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무석 박사의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뛰어난 문필가다. 짧고 간명한 문장. 조리있게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스토리 텔링. 흔히 의사나 과학자들에게 연상되는 딱딱하고 차가운 문장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분석한 어느 환자의 사례를 가지고 정신분석의 전과정을 실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치료 계약에서부터 매달 분석비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 치료를 끝내고 분석가와 피분석자가 헤어짐에 이르기까지의 현실적인 사항에서조차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정신분석을 보면서, 정신분석이 참으로 끈기와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 심리문제의 대부분이 어릴 적에 맺게 되는 최초의 '친밀감', 즉 엄마와의 애착 형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오늘날 거의 상식이 되어 있다. 어쩌면 운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아가와 엄마가 맺는 이 애착 관계에서 한 사람의 인생의 행불행이 거의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자식을 키우는 한 사람의 부모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완전한 무방비 상태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응당 받아야 할 충분한 사랑을 이런저런 이유에서 받지 못해 평생 스스로조차 알 수 없는 마음의 그늘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한 권의 책이 본래 아무 문제없이 태어난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는 종이거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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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휴식 -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은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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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사회과학(정치경제학)의 시대가 가고 정신과학(심리학)의 시대가 오나보다. 요사이 넘쳐나는 것이 심리학 관련 서적이다. 그만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는 탓이리라. 물질적 발달이 가속화될수록 인간 심리는 더욱 황폐화되어가고 있다. 일찍이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고 말했다 한다. 선견지명이다. 마음을 고쳐먹지 않는 한 현대의 정치적, 경제적, 생태적 위기를 극복할 길은 없어 보인다.

 

마음을 고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심리학, 그 가운데서도 정신분석학이다. 프로이드에 의해 제창된 정신분석학은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여러 영역에서 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제 무의식이란 용어는 일상언어처럼 쉽게 쓰이고, 유아기의 '결정적 시기'에 겪는 여러 경험이 야기하는 심리적 문제들은 상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들과 정신분석학 또는 정신과 사이에는 가까이 하기엔 꺼림칙한 뭔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무석 박사의 <30년만의 휴식>은 아주 쉽게 쓰여진 정신분석학 입문서이다. 소설과 수필의 모호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은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사람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간명한 문체 사이로 직접 느낄 수가 있다. 한 마디로 책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그의 글을 읽어가다 보면 편안한 카우치에 누워 그에게 진료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작 이야기는 저자가 들려주는데 내 속이 후련해진다. 오랜만에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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