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맹목'에 관한 이야기다. 사춘기 시절의 우연한 첫사랑에 눈 멀어 버린 미하엘. 글자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맹 한나. 그리고 광기에 쌓여 진실과 정의에 눈 멀었던 추악한 제3제국의 과거가 그 두 인물을 둘러 싸고 있다.

 

열다섯살에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더 많은 여성 한나를 만나 사랑에 빠져버린 미하엘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진 하나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는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득한 비밀과도 같은 한나. 이후 미하엘은 다른 어떤 여자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미하엘이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을 좋아했던 한나. 그녀는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으로 일했다는 과거가 있다. 미하엘과 헤어진 얼마 뒤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한나는 자신이 쓰지 않은 보고서 때문에 재판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만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자신의 짓지않은 죄마저 시인하고 무기징역을 받는다.

 

사춘기 추억 속의 한나와 법정에서 다시 만난, 그리고 교도소에 있는 현재의 한나 사이에서 미하엘은 갈등한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했기에 자신의 목소리로 읽은 책들을 녹음하여 교도소로 보낸다. 그렇게 18년이 지나 한나가 사면을 받게 되자 한나에게 연락하는 유일한 사람인 미하엘에게 교도소장의 편지가 도착한다. 사면 후 한나의 생활에 대한 부탁을 하기 위해서.

 

사면을 일주일 앞두고 미하엘은 한나를 만난다. 그리고 석방되는 날 아침 한나는 목을 메고 죽는다. 교도소장을 통해 그동안 한나는 읽고 쓰는 법을 배웠고 미하엘의 편지를 기다렸으며, 자신이 일했던 수용소와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서 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하엘은 한나를 읽지 못했다. 한나는 자신이 했던 일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모두가 무지에서 비롯된 일들이었다. 그러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여 모든 일이 다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비정상적인 남녀의 사랑과 독일 근현대사의 그늘, 그리고 독일 민족 특유의 내향성 탓인지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 소설이었다. 특히나 작가가 서술한 것보다 서술하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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