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말해봐
김명희 지음 / 나라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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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말해봐>는 경북 예천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시는 김명희 선생님의 관계와 소통에 대한 산문집이다. 제목은 '얘들아 말해봐'라 되어 있지만 저자는 학생과 교사뿐 아니라, 학생과 학생, 교사와 교사를 넘어 인간과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유언과 무언의 의사소통, 감정의 교류, 느낌과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같은 한 사람의 교사로서 매일 아이들을 대하고, 동료 교사를 대하고, 관리자와 학부모를 대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 느낌을 오롯이 전달하지 못해서 답답하고 아쉬울 때가 많았다. 막연히 내 심정을 상대가 알아주겠거니 생각했다가 나중에야 상대가 오해를 하고 있거나 나로 인해 상처를 받았음을 알았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운가?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그런 관계와 소통에 대해 한 번이라도 가정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정말 필요한 삶의 기술은 배우지도 못한 채 그저 교과서와 시험지, 성적표 사이의 메마른 관계와 늘 한쪽은 말 하고 한쪽은 듣기만 하는 일방적 소통에 익숙해져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이 지배적인 디지털 문명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소통의 방식에 소홀했던 우리의 모습들을 반성하게 한다. 오늘부터라도 거울을 보며 눈짓 하나, 표정 하나, 말 한 마디 따뜻하고 부드럽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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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으로 읽는 신심명 (양장) 김태완 선원장 설법 시리즈 2
김태완 지음 / 침묵의향기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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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으로 읽는 신심명>은 <선으로 읽는 금강경>(고요아침)과 <선으로 읽는 대승찬>(침묵의향기)에 이은 무심선원 김태완 원장의 세 번째 설법집이다. <신심명>은 중국 선종 문헌 가운데 운문으로서는 최고의 문장이라 불린다. 선이 비록 불립문자 교외별전을 유별나게 강조하지만 도가 말과 글 바깥에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다만 가려서 선택하지만 말라(至道無難 唯嫌揀擇)'는 <신심명>의 첫 구절에 모든 선의 비밀이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한 <신심명>을 텍스트로 삼은 저자의 14차례에 걸친 설법의 핵심 또한 앞의 문장 내용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즉. 선 공부는 어려운 게 아니고, 다만 이것이냐 저것이냐 분별하려는 우리의 습관만 바로 잡으면 될 뿐이라는 게 <신심명>의 저자 승찬의 가르침이자, 그것을 재료 삼아 설법하는 저자의 가르침이다.    

 

흔히 불교, 선, 깨달음, 도, 진리 하면 막연히 뭔가 심오하고 어려운 것이란 선입견이 있다. 대부분의 불교나 선의 전적들이 한자로 되어 있는데다가 그것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거기에 온갖 개념을 덧칠해 놓는 경우가 많아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설법이란 강연체를 통해 일상의 언어로 선 문헌을 쉽게 풀이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선과 깨달음에 대해 잘못 형성된 개념과 오해들을 부수어 나간다. 

 

석가모니 부처로부터 용수 보살과 육조 혜능 이래 '둘 아닌 하나'의 불이중도(不二中道)의 가르침을 오늘날 가장 잘 살려 가르침을 펼치는 이가 저자가 아닌가 싶다. 책을 읽다 보면 선과 도, 깨달음에 목말라 하는 청중(독자)들에게 어떤 개념이나 의지처(수단방편)를 주는 대신 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념이나 의지처마저 빼앗아 생각으로는 더이상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저자의 솜씨에 탄복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도(선, 진리, 깨달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든지, "시계다.", "배가 부르다.",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는 등등의 대답은 분명 어떤 질문에 답을 한 것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기대하는 응답이 아닌 전혀 엉뚱한 답을 함으로써 그들이 기존에 반복해 왔던 습관적 사고의 진행을 막아버린다. 즉, 말과 생각의 길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걸까 저걸까 하는 분별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아득한 절벽을 눈앞에 설치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저자의 말과 행위에 낯설고 어색함과 거북함을 느낄 수 있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습관적 사고가 보이는 반작용일 뿐이다. 믿음을 가지고 저자가 제시하는 말과 생각으로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곳에서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이제까지의 답답함과 어두움이 사라지고 전혀 예기치 못했던 통쾌함과 밝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것이 흔히 선에서 말하는 돈오(頓悟), 문득 깨닫는 순간이다. 그제서야 승찬의 말처럼 '지극한 도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동안 습관적으로 의지했던 분별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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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입문 - 마음을 밝히는 100가지 공안
구스모토분유 지음, 지성 옮김 / 클리어마인드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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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삼국의 선불교를 내 나름대로 평가하자면, 중국은 선맥이 끊겨 희미하고, 한국은 선의 전통은 살아 있으나 지도자나 수행자에 따라 중구난방이고, 일본의 선은 체계화 학문화되었지만 살아있는 선 정신은 드문 것 같다. 물론 좌정관천의 좁은 소견에 불과한 내 생각일 뿐이다. <선어입문>은 중국이나 일본의 선시나 선어록, 화두 공안집에 실려있는 문구 100개에 대해 저자가 나름의 해설을 붙인 책이다. 말 그대로 선 관련 어휘들에 대한 입문서 구실을 한다. 가장 간단한 무(無)자에서 유명 선시의 구절들까지 다양한 선 관련 어휘들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지만 그 내용은 모두 하나도 귀결된다. 100가지 어휘가 가리키는 단 하나의 진실. 무든, 뜰 앞의 잣나무든, 대나무 그림자가 돌 계단을 쓸어도 먼지가 일지 않는다는 시 구절이든, 그것들이 가리키는 바는 바로 하나다. '하나'라고 비록 말했지만 그것 역시 그 하나를 가리키는 말일 뿐이다. 

 

선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읽을거리이면서 어록이나 공안집을 읽을 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책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번역자인 지성 스님이 전문 번역가가 아닌 탓인지 일본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본어 특유의 한문 문구나 선 문헌 번역이 너무나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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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5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육후연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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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은 내가 처음 읽은 일본 근대 소설이다. 일본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 정도의 현대 소설 몇 권만 읽었을 뿐이지만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러나 나쓰메 소세키란 작가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도대체 어떤 작품들을 썼는지 궁금해 하다가 학교 도서관에서 <도련님>이란 책을 빌려 읽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천방지축이었던 도쿄 출신의 주인공은 일찍 부모를 잃고 헌신적인 어머니나 아내와 같은 하녀 '기요'의 보살핌을 받다가 시골학교 수학교사가 된다. 좁은 시골 동네에서 학생과 교직원들과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던 주인공은, 동료 교사와 함께 이중인격자에 속물인 교감과 아첨꾼 미술교사를 혼내주고는 사표를 내고 '기요'가 기다리는 도쿄로 돌아와 철도회사 기수가 된다.   

 

보통 이 소설은 세상 물정 모르던 철부지 '도련님'이 시골학교에서 세상을 배워나가는 성장소설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런 독법도 충분히 가능하고 사실 그러한 면이 다분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별 특징적 사건이나 인물의 심리적 갈등, 변화가 없이 소소한 에피소드가 나열되는 이 소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마치 한국 사람 입맛에는 뭔가 부족한 일본 라면 맛 같다고나 할까? 여전히 '기요'라는 어머니나 아내 같은 여인의 도움 없이는 제 스스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나약한 전근대적 일본 남성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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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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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마흔에 운명처럼 만난 책 <연금술사>.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이 세상에 우연은 없다니까 내가 그때 그 책을 만난 것도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신의 표지,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자아의 신화'를 찾아 너저분한 일상에서 과감히 걸어나와 자신만의 길을 가야한다는 그의 선동은 내 존재 전체를 위협했었다. 두려워 말고 망설이지 말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 길을 담대히 갈 것을, 길을 갈 용기, 열정 자체가 스스로 길을 열 것이라는 그의 속삭임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젊은날의 무언가를 일깨웠던 것이다.

 

그의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 역시 파울로 코엘료 특유의 영적 관심과 자아의 신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의 의미는 물론, 지나치게 강조된 사소한 일상으로 간과하기 쉬운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책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책에 소개된 짤막한 우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독후감을 대신한다.

 

한 남자가 내 친구 제이미 코언에게 물었다.

"사람의 가장 우스운 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코언이 대답했다.

"모순이죠. 어렸을 땐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다가도, 막상 어른이 되어서는 잃어버린 유년을 그리워해요. 돈을 버느라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가도, 훗날 건강을 되찾는 데 전 재산을 투자합니다. 미래에 골몰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하다가, 결국에는 현재도 미래도 놓쳐버리고요. 영원히 죽지 않을 듯 살다가 살아보지도 못한 것처럼 죽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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