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잡는 아버지 물음표로 찾아가는 한국단편소설 (나라말) 2
전국국어교사모임 지음, 이명애 그림 / 나라말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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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와 경환은 시골의 같은 소학교를 졸업했지만 신세는 천지차이다. 소작농의 아들 바우는 상급학교는 꿈도 못꾸고 집안의 농삿일을 도우면서 그림를 그리는 것이 유일한 소일거리지만, 마름의 자식인 경환은 경성의 상급학교 진학하여 세련된 모던보이의 모습으로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왔다. 곤충채집을 하던 경환과의 사소한 시비로 둘은 주먹다짐을 하게 되고 바우에게 얻어 맞은 경환은 마름인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바우의 부모를 압박한다. 땅이 떼일 위기에 처한 바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바우에게 나비를 잡아다가 경환에게 사과를 하게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바우는 그것을 거부한다. 자신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과를 강요하는 아버지 때문에 집을 나가버릴 결심까지 하며 방황하던 바우는 불편한 몸으로 바우 대신 나비를 잡으려 애쓰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마음을 돌린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는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기획한 '물음표로 찾아가는 한국단편소설'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이 시리지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소설 원문이나 작가 및 작품 해설을 천편일률적으로 싣고 있는 여타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문학작품집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현장의 선생님들이 실제로 작품을 학생들에게 읽히고 학생들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기했던 의문들 가운데 의미 있는 것들을 모아 역시 선생님들이 거기에 하나 하나 답을 해주는 '깊이 읽기'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작가와 작품이 발생한 당시의 시대적 상황 등과 같은 배경지식과 독후활동을 다루는 '넓게 읽기' 등은 심도 있는 문학 작품 감상을 위한 훌륭한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읽기를 어려워 하는 요즘 학생들도 크게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책 부피와 장 구성, 세련된 편집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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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법문 - 백봉 김기추 거사 법어집
백봉거사 지음, 장순용 엮음 / 고려원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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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역사적 진행과정 속에서 무의미한 과거의 답습이나 매너리즘에 빠질 때면 어김없이 영적 천재내지 개혁가, 반항아가 나오기 마련이다. 2500년 전 붓다가 그런 사람이었고, 예수 역시 그러했으며, 중국의 육조 혜능과 우리나라의 경허 성우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역사가 증명하겠지만 해방 이후 우리 불교계에 가장 큰 충격을 안겨 준 백봉 김기추 거사 또한 이러한 종교적 혁신을 가져온 인물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백봉 김기추 거사는 재가자의 신분으로 50이 넘어 불교를 만나 깨달음을 얻고 승속을 초월하여 큰 선지식의 역할을 해 왔다. 그의 육체적/물질적 생활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겠으나 그의 독창적이면서도 단순명쾌한 선지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소위 보살 불교, 기복 불교 수준에 머물러 있던 60~80년대 불교계에 상대성을 넘어 절대성의 자리에서, 중생이 그대로 엄연한 부처라는 사자후를 토해내어 많은 사람들의 어두운 눈을 틔어 주었다.

 

수많은 대학생과 젊은이들의 그가 이끄는 보림선원에 들어와 상주하며 오직 절대 불이의 진리를 탐구했었으니 과거 석가 세존 당시의 영산회상에 비견할 수 있을까? 거사의 몸이었으나 나름대로 한 지방의 선지식이라 하던 스님들조차 타복하고 존경하여 마지않을 수 없는 선지를 지년던 그를 유마거사나 방거사에나 비길 수 있을까? 술과 여자, 심지어 부처님의 가르침에까지도 걸림이 없었던 그야말로 이 환상 같고 꿈 같고 물거품 같은 세상에서 멋지게 모습놀이를 하다 간 대자유인이라 해야 할까? 

 

비록의 그의 육성은 아니지만 그가 생전에 남긴 설법 가운데 발췌하여 기록한 <허공법문>은 여전히 말과 모습에 걸려 이게 옳고 저게 그르다는 분별 속에서 아웅다웅 우리 시대에 감로수와 같은 법어집이 아닐 수 없다. 이 헤어날 길이 없어 보이는 도저한 상대성의 세상에 시작도 끝도, 크기도 모양도 알 수 없는 허공과 같은 절대의 자리에서 이리저리 무애의 춤을 추는 백봉과 함께 너울너울 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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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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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다'라는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누구보다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갔다고 생각하는 그가 '길을 잃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걸어온 길의 이정표가 되어준 14권의 책을, 그 '오래된 지도'를 새삼 다시 꺼내 천천히 읽어내려 갔다.

 

그가 <공산당 선언>, <광장>, <역사란 무엇인가>를 언급했을 때, 그가 걸었던 길의 일부를 나도 지나쳐 왔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인구론>과 <종의 기원>, <진보와 빈곤>에 대한 추억을 접해서는 그가 보통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지나쳐 왔음을, <맹자>와 <사기>, <죄와 벌>과 <대위의 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이야기할 때엔 험난한 길의 한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정확한 좌표를 찾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쳤다. 존경했던 이들은 먼 곳으로 떠났고, 사랑하는 동료들은 시대의 삭풍에 떨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는지 알겠으나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 몰라 번민한다. 내가 받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를 외면하고, 같은 방향을 보고 걷는 사람들과도 손을 잡기가 어렵다. 가끔 나는 내 자신이 물 밖으로 팽개쳐진 물고기 같다고 느낀다.'라고.

 

그러나 나는 이내 그가 자신이 가야할 길을 다시 씩씩하게 걸어갈 것을 믿는다. 그렇다. 이것은 믿음, 곧 신념의 문제이다. 육체와 물질에 제한된 현실 속에서 고귀한 정신, 순수한 영혼이 어떻게 스스로는 물론 사회 전체를 구원하는가. 이것은 예정된 파국으로 치닿는 오늘날의 우리 현실과 인류 전체를 위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길찾기이다. 젊은이들이여, 고전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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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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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초기작인 <브리다>는 독자들의 호오가 극단적으로 대립할 만한 책이다.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비의적 분위기와 지리멸렬한 사건 전개는 자아와 우주의 신비에 대해 남다른 촉각이 발달되지 않은 이들에게 따분한 읽을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코엘료의 명성이나 연금술과 신비주의에 경도된 이들에게는 심오한 영적 깨우침을 선사하는 책일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소설 전반부에선 후자의 느낌을, 후반부에선 전자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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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교육 -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
이범 외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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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교육>은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란 단체가 기획한 시민(학부모)교육프로그램 '등대지기 학교'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교육 평론가 이범을 비롯한 7명의 교육전문가가 과도한 입시경쟁과 그로 인한 사교육 시장 팽창을 유발하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문제점에서부터,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배움에 대한 모색과 우리 모두의 결단과 연대를 통해 반드시 사교육 없는 세상의 도래하리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한 때 교육이 신분상승의 열린 창구 역할을 하던 시대가 있었으나 오늘날의 교육은 계층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고 계급 재생산을 위한 도구가 되어 버렸다. 공교육은 효율적이지 못한 관료주의와 내부로부터의 개혁의 부재로 차츰 붕괴하고 있으며, 말 그대로 '우리 아이만'이란 사적 욕망에 근거한 사교육은 어떠한 교육개혁 운동과 정책 변화에도 히드라처럼 더욱 극성을 부린다. 마침내 교육 망국론이 그저 지나친 기우에 불과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개인적으로 사교육 문제는 욕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 일반 대다수의 욕망이 그 사회의 시스템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사적 소유의 확대, 물질적 부나 사회적 지위의 상승에 근거하고 있는 한 우리 사회의 체제, 이데올로기, 그리고 그 일부인 교육 문제는 해결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도박이나, 주식투자처럼 극소수의 승자 독식을 위해 수많은 눈 먼 사람들이 패배가 분명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올 지 모를 대박을 꿈꾸며 판을 떠나거나 바꾸거나 뒤엎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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