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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바보 의사 선생님 ㅣ 웅진 인물그림책 2
이상희 지음, 김명길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3월
평점 :
물처럼 살다간 삶
-‘선생님, 바보 의사 선생님’을 읽고-
흰색은 순수의 상징이면서 죽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의사의 흰 가운, 흰색 비둘기, 백합, 백랍같은 얼굴...... 이러한 이름 속에서 우리는 투쟁심이나 질시, 미움 등을 상상하지는 않는다. 의사의 가운에서 희생과 봉사를 느끼고 흰색 비둘기가 창공을 나는 것에서 평화를 느낀다. 반면 백합의 향기는 사람을 죽음으로 이끌 수 있고 백랍 같은 얼굴 또한 머지않은 죽음을 암시한다.
장기려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선생님, 바보의사 선생님(이상희 글, 김명길 그림, 웅진주니어 펴냄)’은 흰색의 평화와 언제 어디서나,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얘기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인정이 묻어나는 삽화와 부드럽게 다듬어진 글이 조용하지만 깊은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장기려 선생님은 한국전쟁으로 이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둘째 아들만 데리고 남한에 남게 되었다. 장 선생님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성심껏 돌본다면,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누군가가 돌봐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살아간다. 치료는 받았지만 치료비를 지불할 수 없는 가난한 환자들을 몰래 뒷문으로 내보내주기도 하고 자신의 월급수표까지 불우한 이웃에게 주었다. 무의촌에 진료봉사를 나가며 가난한 이웃들의 희망이 되고 삶의 기둥이 된다. 장기려 선생님의 집은 당신을 닮아 소박하고 단출하기만 하다.
“수술을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해주십시오. 법칙에 맞게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오.”
당신의 기도처럼 선생님의 삶의 철학은 남보다 월등한 것을 바라지 않았다. 상대에 맞게 가장 적절한 것을 찾아가는 길을 걸었다. 남보다 월등하기는 쉬워도 나를 바닥까지 낮추고 환자에 맞게, 상대에 맞게, 또는 상황에 맞게 처신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똑같은 물이지만 실개천에서 흐르는 물과 계곡에서 세차게 떨어지는 물, 강을 흐르고 드넓은 대양을 유유히 흐르는 물은 그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장기려 선생님은 물처럼 살다가셨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짧고 담담한 글줄에서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희생과 사랑의 마음으로 이웃을 돌보며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어른은 그들대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선생님, 바보 의사 선생님’은 희생과 봉사의 삶을 생각해 보게 하고 자신을 낮추고 물처럼 살아가는 삶의 훌륭한 면모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동양적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정감어린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잘 가다듬어진 글의 행간마다 인간미가 느껴진다. 어린이들에게 남을 도우며 사는 삶을 얘기해 보게 하고 자신의 처지에서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은 생각해 보는 토의활동을 진행해 보는 것도 좋은 독후 활동이 될 것이다.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적당한 위인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