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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ㅣ 하룻밤 시리즈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이영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정치와 경제의 세계적 평등이 진정한 역사발전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를 읽고-
역사란 내게 빛과 그림자였다. 빛이란 밝음으로써 확인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림자 또한 덥석 주어진 어떤 물건을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는 불신의 의미가 들어 있다. 여러 역사적 자료들이 빛처럼 선명성을 보여주지만, 그 해석면에서는 그림자같은 모호함이 내게는 자리잡고 있었다.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중앙M&B)’는 역사에 대한 모호함을 많이 가시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은 비교적 공정하게 동서양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식민사관이 우리들 역사시각의 아킬레스건이어서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혹시 치우친 세계사적 시각을 접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쉽고 감정이 배제된 건조한 문체로 도표와 그림 등을 동원해 세계사 변화의 핵심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역사이해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역사교과서를 떠올려 비교해보면 오히려 이 책이 객관적 사실 전달에 충실히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우리들 시각에 거부감이 없도록 번역과정에 가공을 거쳤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 책은 세계사의 흐름을 편년체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탄생에서부터 현대 디지털 혁명시대에 이르기 까지 간략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획기적으로 변화를 보이게 되는 계기는 직립과 도구의 사용, 농업혁명과 도시의 형성, 상업의 발달, 산업의 발달 등이다. 이런 변혁 과정에는 전쟁을 통한 수탈의 역사가 뼈대를 이룬다. 직립으로서 시야가 넓어진 인간은 사냥감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어 맹수들 보다 우위에서 사냥을 할 수 있게 된다. 식량이 확보될수록 인간은 다른 존재들 보다 우위의 수단과 방법, 도구들을 개발하게 된다. 농업을 통해 식량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인구 팽창을 가져왔으며, 도시의 형성과 이를 관리하는 지배계급이 등장한다. 지배계급은 각종 제도를 만들고 당시 여전히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품고 있던 인간들을 대상으로 왕은 스스로를 신격화한다. 자연신의 힘을 이용하여 지배권을 강화하는 방법은 가장 손쉬운 통치 형태였을 것이다. 고대 4대 문명의 왕들은 모두 자신들을 신격화한다. 이들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 각종 왕들의 무덤이다. 강력한 권력이 아니면 이 거대한 것들을 건설할 인력을 동원할 수 없었다. 왕권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쟁을 통한 식민지 약탈이 자행되고 식민지인들을 노예화하여 노동력을 확보한다. 또한 식민지의 농업생산물이나 수공업품 등 모든 산물이 정복한 왕과 정복군인들의 수중에 들어온다. 왕은 정복군인들과 식민지 물자를 분배하면서 서로 이익을 나누고 이런 과정에 전쟁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군사력을 가진 호족(귀족, 군인관료)들이 힘을 확보하게 되면 왕권이 다른 지배자에게 넘어간다. 이러한 예들이 역사의 흐름을 통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정복식민의 시대는 고대 ·중세 · 근대 역사의 공통된 특징이다. 정복자가 쇄하면 정복당하고 다시 이들이 힘을 모아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는 변화가 거듭된다. 서양중세로 넘어오면서 봉건영주제가 등장하지만 이 또한 지배권력의 힘이 기사계급에게 분산된 형태이다. 중세의 절정기에는 세속권력이 기독교 교황에게로 넘어가 신의 대리자들이 왕권을 능가하는 권력을 누리기도 했다. 다시 근대로 들어서면서 절대왕권시대를 맞게 된다. 고대를 답습한 왕권신수설이 등장한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이루어진 상업과 수공업, 산업의 발달은 지배권력이 점점 평민에게 분배되는 과정과 함께 한다. 물론 그리스로마시대에도 전쟁에 수훈을 세운 평민들이 정치참여를 요구해 일정기간 평민회를 통해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나, 실제 전체 인구 중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노예가 국가인구의 70%이상을 차지했었다. 따라서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는 원시민주주의 형태였다. 고대와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는 분야가 정치이다. 일부 지배계급이 정치와 부를 독점했던 고대와 중세를 지나, 근대이후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시민의식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시민들은 인본주의의 이념적 바탕을 기치로 시민혁명을 거듭하면서 지배권력을 왕과 귀족에게서 평민, 노예 모두에게로 가져왔다. 그러나 식민지의 시대를 벗어나 국민국가의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경제적 평등은 이룩되었다고 볼 수 없다. 아직도 공업기술과 선진 테크노 기술을 독점하는 선진국과 선진국 산업의 원자재를 공급하는 후진국 사이에 경제적인 불평등이 잔존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현대 자유무역의 여전한 함정이다. 역사의 발전이 정치에만 그치지 않고 경제적 수혜에서도 평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진정한 역사발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