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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발전소 - 철학자에게 배우는 논리의 모든 것
옌스 죈트겐 지음, 도복선 옮김, 유헌식 감수 / 북로드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생각에도 날개가 있다
-‘생각발전소’를 읽고-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로 우뚝 설 수 있던 데에는 인간 생존조건에 세 가지 혁신이 있었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알게 되고, 불을 발견했으며, 의사소통 방법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은 자연의 제약에서 획기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그전까지 인간은 자연계의 동물 중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였다. 강한 이빨, 빠른 다리,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 등 그 무엇도 없었다. 그러나 손이 걷는 일에서 해방되어 도구를 자유롭게 쓰고, 불을 이용하고 집단생활을 보다 조직적이고 응집력 있게 이끌 의사소통 방법이 발전되면서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을 앞세워 인간을 사냥감으로 여겼던 맹수들을 오히려 사냥감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혁신적인 인간 생존 조건의 세 가지 변화를 깊이있게 들여다 보면 생각의 발전이 그 핵심 동력임을 알 수 있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알려면 생각이 작동해야 한다. 또 불의 발견과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는 두뇌의 도움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의사소통이란 것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생각의 교류를 의미한다. 이렇듯 인간이 생각을 발전시키게 되면서 자연계의 최고 왕관을 차지할 수 있었다. 따라서 생각을 좀 더 세련되고 심도있게 발전시키는 방법들을 몸에 익힌다면, 인류의 생활에 더 없는 윤활유가 될 것이다.
‘생각발전소(옌스 죈트겐 지음, 북로드 펴냄)’은 독일의 철학교수이자 전문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옌스 죈트겐에 의해 쓰여진 철학 입문서이다. 특히 저자는 생각의 다양한 기술을 범주화하여 인류역사 이래 존재해왔던 수많은 철학자들의 에피소드를 섞어가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열정과 냉소, 사실과 인용, 간접증거, 관찰, 본보기, 정의, 비유 등 철학자들이 보여준 생각의 기술들을 총 20가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디오게네스에게 찾아와 바라는 게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가 왕에게 “해를 막아서지 말고 비켜주시구려.”라고 대꾸한 대목은 금지와 관습, 고정관념으로 얽힌 우리들 삶의 그물을 단칼에 베어내는 냉소적 도발이 있다. 또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조금만 바라면 되지.”라고 말한 점은 처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비교, 대조군의 변화 즉, 사태의 전체 맥락을 새로 바꾸고 세상과 현실에 새로운 얼굴을 부여하는 생각의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간접증거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이라든가, 권위를 끌어들여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방법, 일반적인 진술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뒷받침하는 본보기 등이 제시되고 있다. 또 정의를 통해 구체화시키기,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전하려는 뜻을 보다 분명하게 전해주는 비유의 방법, 독불장군처럼 자신만의 주장이나 생각을 담기보다는 가치있는 것들을 수집하여 자신의 주장에 살을 붙이는 방법, 추론, 생각실험들이 다양한 예시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웃음과 재미, 독창적이고 놀라운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반전의 묘미는 특히 뇌리에 남는다. 반전의 묘미를 드러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마을버스 정류소에서 출입문을 연 채 마냥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앉은 중년 여인이 운전사에게 불만을 터뜨린다.
“이 똥차 언제 출발해요?”
그러자 운전사가 하는 말.
“똥이 다 차야 떠나죠!”
이미 주어져 있는 요소들에 아주 조그마한 변화만 주어도 그 질서가 새로워지면서 놀라운 의미가 생겨난다.
이외에도 패러디, 조합, 원인분석 등 여러 가지 생각의 교환 기술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앞의 다양한 기술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설득했듯이 크고 작은 희생을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철학 즉 토론은 다양한 생각의 교환을 양식으로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의 교환에서 중요한 것이 생각기술들을 마음대로 구사하는 능력이다. 생각을 전달하는 데 날개를 달아주는 기술들을 숙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을 펼치기에 앞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타인의 생각, 반론도 항상 염두에 두고 의견을 개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토론의 목적은 대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이상 더 나은 진리가 없다는 주장만큼 어리석은 주장’은 없기 때문이다. 처한 상황에 따라 능숙하게 생각의 날개를 다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날개는 항상 한 쌍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날개를 단 생각은 훨씬 높고 멀리 날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