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메이어
앤드류 니콜 지음, 박미영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참 오래도 읽었다. 파스텔 톤의 표지가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하더니 책을 읽어내려가는 순간부터 단숨에 읽어 내려가기엔 아까운 그런 글이었다. 내게는..

'선량한 티보 크로빅'.. 책을 다 읽고 났을때 머릿속에 가장 깊게 남는 말은 바로 '선량한 티보 크로빅'이었다.

 

티보 크로빅은 도트시의 시장으로 20년을 지내왔다. 누구나 그를 부를때 '선량한'이라는 말을 붙일 정도로 그는 시장직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장이다. 법없이도 살 것 같은 티보 크로빅.. 하지만 그에겐 남에게 말 할 수 없는 일급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비서 '아가테 스토팍'을 오래전부터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랑하는게 무슨 죄가 있냐마는 아가테는 이미 결혼을 한 몸이니 선뜻 그녀에게 고백할 수도 누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는 상황. 그렇게 티보는 매일 그녀의 출근을 기다리고 그녀의 발소리,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기고 관찰하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누가보면 스토커냐고 할 것 같기는 하지만, 티보의 그것은 마치 사춘기시절 첫 사랑의 설레임을 안고 매일을 기대와 흥분에 쌓여 혼자 꿈을 오가는 그런것과 흡사하다. 그정도의 나이에 이런 순수한 마음이 남아있기나 한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는 아가테를 마음깊이 사랑한다.

 

마침, 아이를 잃고 나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사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던 아가테는 삶에 흥미를 점점 잃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시장과 남편을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매일 점심시간 분수에서 도시락을 먹는 아가테를 바라보던 티보는 그녀의 도시락이 분수에 빠지던 어느날 어렵게 그녀와 점심을 함께 하게 된다. 수년간 마음속에만 간직했던 감정들을 이제 슬슬 풀어나갈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티보의 마음은 너무나고 깊고 소중한 것이기에 조금씩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사실 20년을 청렴한 시장으로 보낸 티보가 유부녀 비서와 팔짱을 끼고 거리를 활보하며 점심을 하는 것도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했는데, 이혼도 하지 않는 그녀와 어찌 진도를 나갈 수 있단 말인가???? 다른분들의 서평을 보고 있자니 아마 티보의 이런 행동이 굉장히 답답하고 지루했던 모양이다. 허나, 오랜 세월 진심을 다해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사랑인데, 그 소중한 사람을 어찌 쉽게 가질 수 있겠는가 말이다...

 

--;; 하지만, 이미 오랜동안 육체적인 사랑에 목말라있던 아가테는 급기야 폭발하기에 이르고, 전에는 너무나 미워했지만 잠자리에서만큼은 그녀를 만족시켜주는 남편의 사촌 헥토르와 새 살림을 차리게 된다. 티보의 마음을 죄다 흔들어놓고 말이다! 아, 티보는 그 오랜세월을 기다려놓고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에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티보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전처럼, 아니 전보다 더 많이. 아가테의 새로운 생활은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그런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챙기는 것 또한, 그녀를 가진 헥토르를 죽을 만큼 미워하고 질투하지만 아가테를 위해서 그를 도와줄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역시 티보였다. 이 대목에서도 답답한가? 하지만 누군가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이런일은 가능할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과 사랑을 위하는 길... 아.. 불쌍한 티보.. 사실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

 

'굿메이어'가 내개 매력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시장'이라는, 거기에 '선량한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에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한번뿐인 인생, 그리 길지도 않은데 우린 무엇을 위해 '타이틀'에 목이 메여 있을까? 책에서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엮어놨지만, 둘러보면 우리의 일상도 이런일이 많을 것이다. 남의 시선때문에 결정하지 못 했던 일들, 선택하지 못했던 상황.. 누구나 쉽게 말하는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의 상황이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조금은 속이 후련하지 않을까? 문득 용기내기 못 했던 내 젊은 날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티보는 그렇게, 그런 이유로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봐야하는 남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와 가까워지려고 하는 그 순간에도 그는 플라토닉적인 사랑을 그녀는 에로스적인 사랑을 갈망하고 있으니, 타밍도 코드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육체적인 것을 원하는 아가테를 누가 원망할 수 있겠는가? 플라토닉적인 사랑이 있으면 에로스적 사랑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지사. 그저 그녀의 상황이 순서가 뒤바뀌어있었을 뿐. 그렇다고 티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 '남이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떠올랐다. 유부녀인 아가테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티보는 죄인일까? 아직 이혼절차를 밟지 않았던 그녀와 잘해보려고 했던 그 상황이 죄일까? 표면적으로는 있을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불행한 결혼생활이 지속되었던 아가테의 입장을 알고 나면 그저 티보와 아가테가 새로운 삶을 맞이하길 응원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저 책이니 이렇게 쉽게 응원이 되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질 정도로, 현실에서는 있을 법하지 않지만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참 좋겠다는 욕심이 앞선다. 신데렐라와 미녀와 야수가 실제로 존재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하듯이 말이다. 작가의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솜씨는 정말로 놀라웠다. 장면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그녀의 문장은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특히 티보가 아가테를 관찰하는 일상 하나하나, 거리의 풍경과 모습을 담은 무장 하나하나가 설레임을 더해줬다. 티보의 그 애타는 마음과 두근거림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처럼...더불어 1200년전 고인이 된 도트시의 '성발푸르니아 수녀님'이 제 3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나가는 구성도 재미있었고, 혹자는 이해가 안간다고 했던 체사레나 기욤,유령들의 등장들도 픽션이니까, 동화니까 더 이야기를 풍족하게 채워줬던 것 같다.

 

결국 티보는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아가테를 구해내고 만다. 함께하게 된 티보와 아가테. 과연 그들의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달콤하고 몽환적이며 설레이는 이 작품은... 단순히 '로맨스'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어떤 모습, 어떤 의미인지. 인생에 있어 내게 우선순위는 어떤 것들인지 다시한번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런만큼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상당히 기대되기도하고, 오랜동안 머릿속에 남게 될 것 같다.

 

 

 

 

 

제가 인생에 대해 아는 건 이겁니다. 세상에 우리가 낭비해도 될 만큼의 사랑은 없다는 걸 전 알게 되었어요. 한 방울의 여유도 없지요. 사랑을 찾는다면, 어디에서 찾았든 소중히 보관하고 여력이 닿는 한 오래도록, 마지막 입맞춤까지 누려야 합니다.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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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필 1 - 메디쿠스의 계시
엘리 앤더슨 지음, 이세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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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엘리 앤더슨의 본명은 티에리 세르파티로, 프랑스, 덴마크, 캐나다에서 의학 공부를 마치고 NGO 단체인 세계의사회에서 일했다>

작가 소개를 보고 있자니 얼마전 읽었던 '아담의 향기'가 생각난다. 장 크리스토프 뤼팽 또한 의사로 일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이기도 한데, 엘리 앤더슨 또한 현직 의사이면서 추리 소설계에서 이미 6편의 책을 발표한 장르소설가이기도 하다고 한다. 아동을 치료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몸을 두려워하지 않고 친숙하게 여길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취지하게 시작된 '오스카필 시리즈'. 이 시리즈는 현재 프랑스에서 3권까지 발표되었다는데, 평소 SF나 판타지물에는 별로 흥미가 없던 나지만 저자의 취지를 보고 '내 자녀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일까?'궁금해 책을 집어 들었다.

 

 

 

홀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10대소년 오스카필. 기억에 없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살던 소년에네 어느 여름날 큰 사건이 생긴다. 자신이 바로 생명체의 몸속에 들어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메디쿠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아버지 또한 메디쿠스였으며,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에 한발씩 가까이 가게 된다. 이렇게 오스카필 시리즈 1권 '메디쿠스의 계시'는 주인공 오스카필이 메디쿠스로 입문하고, 진정한 메디쿠스가 되기 위해 훈련을 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생명체의 몸속에 드나들 수 있다'라는 것을 보고 정확히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영화에서 우주선 같은 것을 타고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그런 장면이 번뜩 떠올랐다. 그리고 신기한 스쿨버스 같은 학습 만화도 떠오르고.. 무언가 기구를 이용해서 작아진 몸을 가지고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그런 상상 말이다. 작아져서 들어간 인체는 내 생각에는 신비롭기도 하지만 공포스럽기도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대로 책이 씌여졌다면 아이들이 신체를 더 두려워하게 되지 않을까? ㅋㅋ 역시 난 상상력이 부족하다니까.. ㅠㅠ

 

오스카필이 메디쿠스가 되기 위해 '쿠미데스 서클'에서 살게 되면서부터 모든것은 신기한 것 투성이다. 나무들이 움직이고 모든 사물에는 생명이 있다. 그들은 죽어서도 영혼이 물체로 옮겨져 산다고 한다. 그리고 메디쿠스를 상징하는 메달과 초록망토, 다섯개의 주머니가 달린 벨트.. 좀 우습게도 그들이 생명체로 잠입하는 방법은 대상을 놓고 무작정 달려가는 것이었다. 풉. 사실 보면서 좀 웃었다. 왜? 멋지지 않았으니까! ㅋㅋ 오스카필이 신체 잠입을 연습하면서 부터 책의 재미가 배로 붙는다. 일반인은 상상하기도 힘든 신체 구조나 명칭들은 작가가 '의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고,덕분에 설명을 읽어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단어들의 등장에도 읽기에 속도가 빨라지지 않았던 단점이 있었지만, 그가 그린 신체의 모습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각 기관에 맞에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이었다. 지구가 몸으로 바뀐것 뿐!

 

메디쿠스의 적 파톨로구스, 그리고 오스카필을 싫어하는 로넌 모스. 신체 잠입에서 만난 새로운 두 친구 로렌스와 발랑틴. 더불어 필을 싫어라하는 성인 메디쿠스까지. 내용이 너무 많아서 복잡할 것 같지만, 흥미롭게 잘 엮어져있었다.  책이 뒤로 갈수록 흥미롭고 책을 넘기는 손을 빠르게 한다. 그런데 끝나버렸다! 아우,,, 그 재미있다는 '해리포터'시리즈도 영화로도 다 보지 못 했을 정도로 환타지에는 취미가 없는 나인데,,책을 읽는 초반엔 '역시나..'하던 마음이었는데 이젠 2권이 너무너무 궁금하다. 글쎄, 성인인 내가 읽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재미가 있는데 요거 중학생들이 읽으면 진짜 재미나게 잘 볼 것 같다. 더불어 '의사'의 꿈까지 자연스럽게 품을 것 같은데?? ㅋㅋ 소아과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우리 딸래미는 아직 7살밖에 안되어서 지금 볼 때는 아니지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가 딸 아이에게 넘겨주련다.

 

저자의 의도대로 책을 읽고나면 아이들은 신체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흥미과 관심이 살아날 것 같고 몸에 대한 지식도 어느정도는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엄마와 오스카가 주고 받는 대화는 부모와 자녀간의 '믿음과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도 오스카의 엄마처럼 지혜롭고 사랑이 넘치는,, 아이를 믿는 엄마가 되어야하는데...

 

그러나 저러나 2권에서는 이제 오스카와 친구들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될 것 같은데, 어떤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2권부터는 더욱 흥미롭게 전개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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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 남자 - 다가가면 갈수록 어려운 그 남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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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본다. '다가가면 갈수록 어려운 그 남자'라고 표현한 작가의 이야기가 공감이 가면서도, 아빠의 그런 존재감은 전 세계가 공통적인 것인지, 아니면 동양쪽에서 유독 그런것인지..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러면서 한편에선 '우리나라 만큼이나 남자가 살기 좋은 세상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물론, 지금은 많이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나에게 있어 '아빠'란 존재는 '어색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세자녀중에 중간에 끼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던 나는, 7남매중 장남인 아빠에게 '아들이 아니다'란 이유로 날때부터 이쁨을 받지 못 했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자면 사연은 참으로 길지만, 우울하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련다. 이미 다 지나가버린 이야기니까. 어릴적 넉넉치 못 했던 형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가정에 도움이 안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그로인해서 엄마와의 갈등도 상당했었다. 안그래도 나에겐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던 아빠가 잘못한 것은 인정하지 않고, 집안에서는 독불장군처럼 구셨으니 더더욱 불편했다. 내가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할때쯤 조금은 유해진 아빠는 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눈에 띄게 바뀌신 것 같다. 아마도 연세가 드셔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손녀까지 보셨으니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바뀌셨으리라. 지금은 친정과 같은 곳에 살면서 매일 저녁을 함께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나누고 있을만큼 몸도 마음도 많이 가까워졌다.

 

과거 아빠들은 하나같이 그런 모습이었다. 아빠가 아니라 남자를 우선으로 여기는 문화적인 면도 한 몫을 하겠지만, 모든 일은 아빠를 위주로 돌아갔고, 덕분에 엄마는 평생을 몸도 마음도 고생을 하며 보내셨다. 물론 지금은 엄마가 대장이지만 말이다 ㅋㅋ 그래도 요즘의 아빠들을 보면 정말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고, 우리 신랑만해도 가정, 아이, 나라면 항상 우선해주고 오히려 자신의 사생활은 전혀 없이 가정에서 행복(?)을 찾는 취미를 가지고 있으니, 요즘 아이들은 정말 행복을 누릴 수 밖에 없는 세상에서 태어났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작가의 아빠도 무뚝뚝하면서도 다정다감하고, 독불장군의 성격을 가지셨지만 늙으신 후엔 변한 모습을 보여주신다. '엄마라는 여자'도 읽었지만, 작가가 그려내고 이야기하는 아빠는 그분이 읽으신다면 조금은 서운할 법할 정도로 '사실그대로'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평생을 가족을 위해 일을 하면서 특별한 취미나 여가 생활없이 지냈을 그분의 고독을 생각하니 또 다른 연민이 느껴진다. 이제 퇴직을 하고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그분들은 또 다른 고독속으로 빠지게 될지 모르겠다. 그 연세의 엄마들은 이제 더이상 아빠만을 바라보지 않고 사시니까. 오로지 기쁨이라고는 '손주들'밖에 없는 삶을 생각하면 한쪽 마음이 깊이 아려온다.

 

길지 않은 에세이지만 그 깊이와 여운만큼은 오래 남을 것 같다. 덕분에 이제 흰머리가 제법 나기 시작한 우리 아빠를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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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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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아, 갑자기 생각을 해보니 나는 우리 엄마를 '여자'로 생각해봤던 적이 있을까? 엄마를 엄마이기전에 '여자'로 말이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엄마이기전에 '나,여자'이고 싶어하는 욕구도 있기에 지금도 외출을 할때면 가급적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리고 30대 중반이 되어버린 나이가 가급적 티가 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한쪽에 품곤 하는데,, 그러면서도 엄마를 '여자'로써 생각해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엄마 미안...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난 엄마에게서 4순위다. 엄마를 제외한 우리 가족이 4명이니 그리 좋은 순위는 아니다. 날때부터 환경이 그러했고, 그렇기때문에 30년이 훌쩍 넘어버린 시간동안 엄마도 알게 모르게 그게 자연스러워졌을 것이다. 우울해야하는건가? 하지만 한번도 서운하거나 아쉬워하거나 원망한 기억은 없다. 항상 내게는 가족내의 순위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니까. 그런데 최근 들어서 가끔 서운한 생각이 든다. 이거 나이먹어서 왜 그러는건지... 친정과 가까이 지내다보니 좋은 면도 물론 많이 있지만, 그렇지 못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잦은 것 같다. 그 순위때문에...

 

'엄마라는 여자'에 등장하는 작가의 엄마는 전형적으로 조용하고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이다. 그리고 복이 참 많은 분이시다.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는 69년 생이지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그런 이유로 시간과 경제적인 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고향집에도 자주 찾아뵙고 엄마와의 여행과 쇼핑도 자주 한다고 한다. 딸을 가진 엄마들이 흔히 가질 수 없는 경험이다. 특히 딸과의 잦은 여행은 말이다.. 부럽기도하고 나는 울 엄마한테 그렇게 해드리지 못 하고 있으면서도 내 딸들이 자라면 함께 자주 여행을 갔으면 하는 바램부터 품고 있으니 --;;. 작가와 엄마가 나누는 소소한 대화와 일상도 잔잔하면서도 재미있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보통의 엄마들과는 아주 다르셔서 환갑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일주일 내내 스케쥴이 꽉 차있는 분이시라 조금 공감대가 떨어진다고 해야하나? ㅋㅋ 젋어서 고생을 많이 하셔서 개인적인 시간을 즐길 여유가 없으셨는데, 이제 자녀들도 다컸고 아빠와 두분만 지내시다 보니 자유로운 인생을 찾으신지 좀 오래 되었다. 친구들과 맛집도 다니시고 여행도 다니시고 산에도 다니시고,, 일주일 중에 하루도 집에 계시는 날이 딱히 없으셔서 지금이라도 알아서 자신의 시간을 찾아서 생활하시는게 보기 좋기도 하고, 그만큼 집안 살림이 조금은 밀리다보니 걱정스럽기도 하다. 풉...

 

어쩜 그녀가 그려낸 엄마의 모습은 우리엄마와 두 아이의 엄마인 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가족들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존재,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존재하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직 부모님과 보낼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연세다 드시면서부터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어쩌나, 이삼십년 후에 부모님이 안계실 수도 있는데..하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눈물이 난다. 또 생각에 그칠지도 모르겠지만, 부모님께 다시한번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올해는 꼭 실천해야지. 엄마 사랑해 뿅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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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이탈리아 기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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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을 읽고 나서부터 였던가? 여행에세이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아! 아니다,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오소희 자가의 책을 접하면서부터 였던 것 같다. '여행'이라는 것은 생각만해도 설레이고 내가 있는 곳에서 벗어난다는 상상 만으로도 우리를 행복에 빠지게 한다. 이런저런 여건상 '떠날 수 없는 자'들이 여행서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또다른 환상과 목표를 가슴속에 품게 되는게 아닐까? 

 

나는 국내 여행을 할때도 박물관에 가면 설명을 듣고 보려고 노력하는 성격인데, 그 이유는 그냥 보면 '돌'일지언정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보면 단순한 돌이 아닌 하나의 역사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신랑과 나는 극과극이다. 그런이유에서 언젠가 경주에 여행을 갔을때 상당히 지루해하던 남편은 '아이들이 자라서 학습의 이유로 꼭 와야할 때가 아니면 경주엔 오지 않겠노라'는 이야기를 나에게 했던적이 있다. 그만큼 나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이고,그런면에서 보자면 최도성 작가의 책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여행서를 읽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을 진정 시키려 노력한다. 보통은 유명한 곳, 가봐야 할 곳, 그리고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아내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도성 작가의 책을 보고 있자면 '알고(준비하고) 떠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나는 이미  '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를 읽으면서 이를 경험한 바 있고, 그랬기에 그의 신간을 손꼽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선뜻 떠오르는 이미지는 구두모양의 지도였다. 아직 나도 여행해보지 못 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리고 많은 유산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사실 사진을 찍으면 어디든 화보처럼 보일 것 같아서~--;;)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다. 작가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기록했다. 오호~ 르네상스라?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 질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동유럽 편에서도 그랬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지식이 전혀 없어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것은 물론이요, 재미까지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그곳에 대해서 더욱 궁금해지고 깊게 파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아나는 후유증을 남기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이탈리아를 방문하기도 전에 이 책을 품에 안았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베네치아,피렌체,로마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북부와 중부를 누비는 그의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역사와 예술, 인물, 패션 할 것없이 많은 주제를 이야기한다. 유명한 관광지와 맛집,숙박정보등을 원하는 이들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설사 그런 정보를 원하고 이 책을 들었다고 해도 실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장담하고 싶다. 저자 또한 사람들이 즐겨찾는 관광지는 물론이요, 눈에 띄지 않아 누구나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곳에 대해서도 인물과 문화,역사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관심은 독자들에게 쉼없이 '배움의 즐거움' 또한 안겨주기에 그가 말한대로 '깊지 않은 인문서'의 역할 또한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흔들리는 방울이 졸린 고양이를 눈뜨게 하듯, 호기심은 강렬한 유혹을 부른다. 이곳을 방문함으로써 나의 호기심은 어느 정도 충족되었으나 나는 더욱 격렬한 유혹에 빠져들고 말았다. p43

 

 

 

이탈리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꿈이 있었다. 아마도 이미 여행을 다녀왔더라면 바쁜 스케줄속에 최대한 많을 곳을 방문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느라 무엇이 어떤 이유에서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는지는 전혀 모른채 그 순간의 즐거움만 느끼고 돌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을 방문하기 전에 이 책을 만났으니 이탈리아를 여행하게 된다면 '관광'에서 벗어나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새로운 시선에서 보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새기게 될 것같다. 더불어 "이책을 읽음으로써 나의 호기심이 어느정도 충족 되었지만, 이탈리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격렬한 유혹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것이 바로 최도성 작가의 매력이다. 이 커다란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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