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 2 : 붉은 하늘 다른 세상 2
막심 샤탕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막심 샤탕... 그는 누구이기에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가!! 평점이 매우 좋은 이 책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그런지 정말 고난의 연속이로다.

9월 개인적인 침훌 상태로 인해 거의 독서를 하지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야했기에 들었던 '다른 세상2'는 끈질기게 긴 시간동안 내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느라고 더더욱 다른 책을 손에 잡지 못 하게 만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나 있을 법한 이야기 위주로 된 소설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요런 종류의 책은 취향이 아니게 되었다. 사실 1권도 넘 힘들게 읽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평점과 글을 보고 있자니, 정말 사람의 취향이란게 천지차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날 지경이었다.

 

 

1권에서 지구는 인간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폭풍설이 지나가고 어른들은 사라졌고 어린이들만 존재하게 되는데, 사라지지 않은 어른들은 알 수 없는 희귀한 존재 시니크로 남아 아이들을 괴롭힌다. 주인공 멧은 친구와 함께 살아 있는 어린이들과 조직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로페로덴이라는 두려운 존재로 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2권에서 그들은 새로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이젠 지상에서 뿐 아니라 상공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무엇때문인지 로페로덴은 여전히 멧을 원하고 있고 그는 그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쓴다. 새로운 문명의 출현과 더욱 복잡해지는 모험들...

 

 

지상에서의 생활이 상공으로 옮겨간다. 팬이라 불리는 아이들은 공동체를 만들었고 이제 그보다 더 우월한 공동체가 출현하게 된다. 겁도없는 10대 멧은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에 이끌린 여행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새로운 문명을 만나게 된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할 수 없는 발명들과 철저한 공동체 생활. 이렇게 어른들이 없는 새로운 지구에서 그들은 스스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순수하기만 할 것 같은 그들 사이에도 음모와 배신이 도사리고 있고, 어른들보다 더 담담하게 수 많은 일들을 헤쳐나간다.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든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 위주로 된 소설을 좋아하다보니 정말 너무 힘들었다. 분명 작가는 천재적인 상상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에서는 그의 글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상하기도 힘들었고 텍스트만 넘겨서 보기도 힘들지경이었다. 내심 2권에서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아직 3권이 남았다는 사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고 내 머리에서는 상상이 안되는 이야기가 혹시 3권에서는 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성숙해 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생활방식과 깨달음을 통해서 다시한번 지구에 대한 소중함과 지나간 시간을 반성하게 되는 계기를 갖게도 한다. 다만, 이제 지구의 은총을 받아 살아남은 아이들이 이젠 사라지고 없는 어른들의 길을 다시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 3권중에 2권까지 읽었으니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3권을 기다리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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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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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혹성 탈출'은 영화를 통해서 알고 있는데, 그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고릴라들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내용이라고 기억이 된다. 물론 그런 기억때문에 내가 더더욱 그 영화를 볼 일은 없었다.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SF,추리 소설들은 별로 안좋아하는 나이기에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존재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이번에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이 개봉하면서 책도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는 걸보니 상당히 재미있는 모양이다.

 

표지에서도 보이듯 고릴라가 어딘가를 째려보고 있다.. 아,, 그래서일까? 책이 계속 손에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손에서 떼어놓지 않고 책을 읽었다는 사실... 아! 이래서 영화가 또 나오는구나!!! 검색을 해보니 1968년작 영화가 있는 걸 보면 007시리즈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영원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를 떠돌던 편지 한통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유인원은 고등 동물이 되고 인간이 하등동물이 되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그 날을 이야기한다. 인간들이 실험에 이용하는 동물중 가장 흔한 것이 유인원인데, 그들은 그런 실험을 통해서 점점 진화하기 시작하고 인간들은 귀차니즘에 빠져 그들에게 모든것들을 내어주기 시작한다.  서기 2500년 지구로부터 약 300광년 떨어진 초거성 베텔게우스를 탐험하게 된 기자 윌리스 메루. 그가 남긴 이 편지에는 믿을 수 없는 진실들이 담겨있다. 탐험대가 발견한 '소로르'행성. 그곳엔 인간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왜인지 동물의 느낌을 많이 준다. 점점 더 드러나는 소로르의 모습. 그곳은 바로 유인원이 지배하는 곳으로 유인원은 고등동물이 되어있고 인간들은 언어조차 존재하지 않는 하등동물이 되어있다. 탐험대 또한 유인원들의 포로가 되어 잡혀하게 되고, 윌리스는 일행중 유일하게 그들과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그렇게 자신이 고등 동물임을 증명하는 윌리스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일단, 기대도 하지 않았고 손에 잡기조차 어려웠던 이 책은 흡입력이 대단했다. 그리고 평소 내가 즐겨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무한 상상력에 저절로 혀를 차면서 한장 한장을 읽게 되었다. 고릴라들이 화면에서 잔뜩 보이는게 싫어서 영화를 접하지 않았던 것이 무지막지하게 후회되면서, 책을 읽고나서는 개봉중인 혹성 탈출을 꼭 보겠노라고 다짐했고 결국 그렇게 했다. 마치 책이 씌여진 그 날이 서기 2500년인듯 섬세하고 세밀하게 씌여있는 글들을 보면서 작가가 천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이 1963년 작품이라니! 요즘 사람도 상상해내기 힘들지경으로 무한 상상력에 쏙 빠져본다. 더불어 우리가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그들이 더욱 진화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소름이 돋기까지 한다.

 

그들의 생명을 쥐락펴락하는 인간들. 하지만 고등동물이 된 그들 또한 인간을 대상으로 같은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조직을 구성하고 정치를 시작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게 되고, 또 그들이 실험하는 인간들은 점점 더 진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는 윌리스 메루. 그의 용기가 매우 가상하면서도 그가 탈출을 통해 돌아온 지구에서 그를 반겨주고 있는 존재들을 상상하니 '헉!'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나는 지금까지 관찰한 모든 것―대체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된―을 떠올렸다. 이 고릴라들과 침팬지들은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나는 이미 유인원들이 변장한 동물, 혹은 서커스를 위해 재주를 부리도록 훈련받은 원숭이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고릴라가 머리에 쓴 모자가 지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자아내는 볼거리겠지만 나에게는 고통의 원인이었다. 이곳에서 유인원들은 전혀 우습지 않았다. 모자와 머리는 조화를 이루었고, 유인원들의 모든 몸짓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암컷 고릴라는 귀부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어느 사냥꾼 고릴라는 호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내 꼼꼼하게 담배를 채운 후 불을 붙였다. 그 행동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p.70

 

"젠가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날이 올 거야.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인간의 뒤를 계승한 것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야. 이 사건은 진화 계통수에 기록되어 있지. 이성을 지닌 인간이 임기를 끝내자 우수한 유인원이 인간을 계승했고, 비록 침체기이긴 하지만 지금은 인간이 일으킨 문명을 보존하며 그 결과들을 제 것으로 만들고 있어. 그리고 이제 곧 새로운 미래를 위해 도약할 거야." --- p202

 

 

 

책을 덮고 부랴부랴 개봉중인 '혹성 탈출'을 봤다. 원작의 내용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정말 궁금해서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책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 것이다!! 물론 영화는 책과는 사뭇다른 이야기, 더불어 '진화의 시작'이라는 부제와 걸맞게 흥미진진한 내용은 뒤로하고 유인원의 시초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무진장 지루하고 하품이 나오더라는.. 물론 영화자체만의 평점이 좋긴하던데, 책을 기대하고 보았던 나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지라 과거의 혹성 탈출 시리즈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말 이정도의 이야기라면 '해리 포터'를 능가하는 시리즈물이 탄생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한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엄청나게 아쉽다. 기대를 하지 않았었기에 더욱 좋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피에르 불의 상상력을 뒤흔드는 작품은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 처럼 이런류의 책에는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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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너무나도 유명한 홍대리 시리즈. 홍대리.. 그가 드디어 책을 읽는가보다. 나도 자기계발서를 꾸준히 읽는 편인데 그 이유는 읽고 나서 실천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실천하지 못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책을 읽음으로서 내 머릿속을 환기시키고 다시한번 많은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첵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독서 천재 홍대리의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그가 말하는 <운명이 바뀐는 독서법>의 비법이 궁금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자신의 글을 쓰거나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방법이나 문장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왜 글을 써야하는지,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준다고 한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바로 내가 찾던 책인 것 같다. 누구에게 보여지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나만을 위한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기에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서도 내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요즘같이 취업하기 심든시기 어린 나이부터 번뜩이는 아이디어하나로 창업에 성공하는 젊은 이들이 많다. <내 가게 하고 싶다>는 소자본으로 창업에 성공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나 또한 언젠가는 기회가 되면 내가 직접 가게를 운영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꿈만꾸고 있고 구체적인 목표도 아이디어도 많지 않은 것 같다. 단지, 이 책을 보고 꿈을 꾸고 나도 저렇게 하고싶다... 하고 생각하기 보단 그들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보고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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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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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심리 스릴러 소설계의 신동이라 불리는 안드레아스 빙켈만. 스릴러물은 취미가 아닌지라 작가의 이력은 잘 모르지만 인상깊에 읽었기에 글 몇줄을 남기기전에 약간의 이력을 찾아봤다. 그는 작아이기전에 군인, 택시기사, 설계사 등등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고하고, 특이하게도 아내와 딸, 그리고 기르는 강아지에게까지 감사의 인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애정 넘치는 남자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기는 하지만 추리, 스릴러, SF 이런쪽은 거의 취미가 없는지라서 다들 재미있게 봤다고 해도 이상하게 나는 진도가 안나가는데, 사라진 소녀들은 책의 표지부터 뭔가 모르게 흥미를 당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책을 펼치는 순간 흡입력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인해서 순식간에 책을 읽어 내려갔다.

 

 

어느 한적한 오후, 앞을 볼 수 없는 10살의 여자아이가 실종된다. 그리고 정확히 10년이 지나고 동일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여 형사 프란체스카와 10년전 동생을 잃은 막스. 그들의 추격이 시작되고 싸이코 변태 범죄자를 밝혀내는데 성공한다.

 

 

역자인 서유리씨는 또래의 여아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이 작품을 맡아서 일을 하는게 꺼려졌다고 하는데, 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 요즘 같이 무서운 세상에 딸을 가진 엄마들은 안심하고 지내기가 힘든데다, 하루가 멀다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각하기도 싫은 나쁜 일들이 귀에 들어오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남아이건 여아이건 아동에게 질나쁜 범죄가 행해지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든 일이다. 책에서도 사건을 다루는 형사들이 아동을 상대로한 범죄자에게 갖는 증오심이 대단하게 느껴졌는데, 아무래도 작가도 딸을 키우는 아빠이기에 그런 느낌들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이 되었던 것 같다.

 

책을 보면서 너무나도 재미있게 일었던 '19분'과 '러블리 본즈'가 문득 생각났다. 정신적으로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대부분 환경의 문제가 있다는 것. 어릴때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되고, 내 아이가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 사람이 될지 아니면 조금은 남다른 사람이 될지에 대해 판가름이 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는데, 사라진 소녀들도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책속에 범인은 하나지만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많은 연관된 인물들은 저마다 각자 하나씩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유년기가 어떠했는지에 따라 성인이 된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결국 평범하지 않은 가정속에서 자란 그들은 누구는 범죄자가 되고 누구는 지울수 없는 상처를 평생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유년시절 상처가 배경이 되어 사건이 발단하게 된다는 공통점은 19분을 연상케하고, 여자를 대상으로 싸이코적인 범죄를 일으킨다는 내용은 러블리 본즈를 생각나게 한다. 어쩌면 '사라진 소녀들'은 누구나 쉽게 생각해낼 만한 결론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형사와 막스의 러브라인 또한 너무 뜬금없으면서도 빠져서는 안될 요소로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구성이 매우 탄탄하고 묘사가 생생해서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이런류의 책은 그리 홀릭되고 싶지 않은데, 오랜만에 정말 순식간에 책을 한권 읽고 말았다. 읽으면서도 내심 2권으로 이어지길.. 하는 이상한 바램까지 가지게 되었으니까. 부디, 이런 내용들이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안드레아스 빙켈만이라는 좋은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을 수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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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트 피크닉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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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영화로 탄생했던 원작 소설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의 작가 김민서. 난 그녀의 책을 처음 접한다. 1985년의 젊은 그녀는 모습도 어리고 여려보이지만, 상당한 미모를 지닌 것 같다. 순간 그간 많은 책들을 펼채내고 자신의 자리를 굳힌 그녀가 정말 젊은 작가라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에어포트 피크닉은 2010년 발생한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인해 인천공항에 발이 묶여버린 영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각기 다른 이유에서 한국에 머물렀던 그들은, 같은 이유로 '공항 노숙자'신세가 되어간다. 하루이틀을 보낼 사이가 아니었기에 처음엔 서로에 대해서 경계를하고 자신을 숨기던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출세한 영화감독, 과거의 영광만 생각하든 전쟁 영웅, 미래를 고민하는 십대.. 그렇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던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인천 공항에서 울고 웃고 친구가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공항.. 내가 사는 지역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약 3시간거리다. 아마도 <공항>이라는 단어만으로 여행을 떠나본 사람이든, 아직 떠나지 못 한 사람이든 가슴속에 무언가 두근거리는 것을 품게 될 것이다. 나 또한 해외여행을 생각하면 마음부터 들뜨니까. 안그래도 여행에 목말라있던 내게 '에어포트 피크닉'이란 제목자체가 너무 인상깊에 받아들여졌다. 공항으로 소풍을 떠나는건 어떤 기분일까? 2년전 여름휴가로 4살 아이와 함께 괌에 다녀오고,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로 해외는 당분간 나가지 못 할 상황.. 사실 해외를 떠나서 9개월된 둘째까지 데리고 국내를 여행하는 일도 쉽지 않다. 기회가 되어서 인지 1-2년에 한번씩은 해외 여행을 해왔던터라,, 경제적인건 둘째치고 나가지 못 하는 상황에 매우 목이 말랐는데, '공항'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릿속에 피톤치드가 송송 솟아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막상 내용을 보고 있자니 뭐랄까.. 처음접하는 김민서 작가가 나와는 소통이 잘 되는 않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화산폭발에 대한 사건을 보고 이런 생각을 꺼냈다는 발상이 신선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뭐랄까.. 책을 통해서 무언가 가슴속에 확~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나이가 많아서 인생 전반에 걸친 경험이 많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은 무언가 확,, 느끼게 하고 싶은데 100% 발산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나 할까? 공항에 체류하고 있는 국적과 인종이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여러 인생과 고민들은 꺼내어 이야기하고, 그렇게 그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살짝 발만 담그고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든다.  조금은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정말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상황들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영화 <러브액츄얼리>의 마지막 공항 장면이 연상될 정도..
 
그래도 <에어포트 피크닉>은 쉼없이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원치 않은 휴식의 시간을 가졌을때, 그 상황을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할지, '나라면 어떻게 그 시간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끊임 없이 해보게 해주었다. 더불어 그렇게 인천 공항게 남게 된 여러 사람들도 어쩔 수 없는 화산사태로 인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결국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각자의 길로 떠난다는 마무리도 가슴에 아련하게 남는다. 결국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인생자체가 떠나고 돌아오는 일상의 연속이리라.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거나 낡은 것을 잊지 위해서, 경험하거나 기억해 내기 위해서, 쉬거나 일하기위해서, 다른 사람이 되려 하거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 여행하는 사람들.  p332
 
 
책의 덮고나니 다시 여행에 대한 욕구가 샘솟는다. 때마침 신랑이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괌이나 사이판말고 어디가 좋냐고 물어본다. 떠나지 못 한다고 해도 생각해보는 것 만으로 피로의 반은 풀리는 것 같다. 여행, 그간 나는 무엇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났던 것일까? 다행히 나는 추억을 만들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 떠났던 것 같다. 부디 앞으로도 여행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설레이는 <에어포크 피크닉>을 상상해본다.
 
 
 


 

 밤하늘은 새카맣고 별도 보이지 않지만 황금빛 불빛이 활주로를 수놓았다. 잠결에 뒤척이듯 이따금 움직이는 활주로가 그들에게서 최근의 비일상적인 일상이 심어준 미지의 감각을 이끌어냈다. 인생은 잠시 정지되었으며 다시 정상적으로 운행되기 직전, 그 찰나의 간극에 갇혀 있다는 감각,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세계에서의 피크닉이 그들을 케케묵은 삶의 고민들과 미루고 싶은 결정들에서 잠시나마 자유롭게 만들었다.---p.157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공항을 품고 있다. 그곳엔 아무것도 머물 수 없다. 채워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비워지는 곳. 가족과 연인, 친구와 일, 멋진 집이나 차,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하고 황량한 벌판. 그것은 인간이 철저히 홀로 끌어안아야 할, 인류 공동의 블랙홀과도 같다. 어쩌면 사랑은 그 미지의 땅을 정복하기 위한 인간의 마지막 몸부림일지도 모른다.---p.277

 

 

 공항이란 곧 떠나고 돌아오는 곳. 일상을 함축적으로 담은 캔버스다. 특수한 공간에서도 계속되는 보편적인 삶. 사람들은 그 보편적인 삶을 무기로 하루하루 외로움과 맞서 싸우고 있다. 이것은 고요한 일상이자 치열한 전투다. 그리고 그 안에, 진짜 이야기가 있었다.---p.316


 

 단출한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혹은 커다란 트렁크를 끌며 혼자서,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그들 모두 공항에서는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여행자.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거나 낡은 것을 잊기 위해서, 경험하거나 기억해내기 위해서, 쉬거나 일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되려 하거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 여행하는 사람들. 유리창 너머로는 활주로가 펼쳐져 있다. 그 광활한 벌판은 여행자들을 사색에 잠기게 한다.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 그들은 커다란 유리창 앞에 서서 여행의 목적을 다듬으며 티켓에 설렘을 싣는다.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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