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는 남자 - 다가가면 갈수록 어려운 그 남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본다. '다가가면 갈수록 어려운 그 남자'라고 표현한 작가의 이야기가 공감이 가면서도, 아빠의 그런 존재감은 전 세계가 공통적인 것인지, 아니면 동양쪽에서 유독 그런것인지..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러면서 한편에선 '우리나라 만큼이나 남자가 살기 좋은 세상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물론, 지금은 많이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나에게 있어 '아빠'란 존재는 '어색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세자녀중에 중간에 끼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던 나는, 7남매중 장남인 아빠에게 '아들이 아니다'란 이유로 날때부터 이쁨을 받지 못 했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자면 사연은 참으로 길지만, 우울하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련다. 이미 다 지나가버린 이야기니까. 어릴적 넉넉치 못 했던 형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가정에 도움이 안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그로인해서 엄마와의 갈등도 상당했었다. 안그래도 나에겐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던 아빠가 잘못한 것은 인정하지 않고, 집안에서는 독불장군처럼 구셨으니 더더욱 불편했다. 내가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할때쯤 조금은 유해진 아빠는 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눈에 띄게 바뀌신 것 같다. 아마도 연세가 드셔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손녀까지 보셨으니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바뀌셨으리라. 지금은 친정과 같은 곳에 살면서 매일 저녁을 함께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나누고 있을만큼 몸도 마음도 많이 가까워졌다.

 

과거 아빠들은 하나같이 그런 모습이었다. 아빠가 아니라 남자를 우선으로 여기는 문화적인 면도 한 몫을 하겠지만, 모든 일은 아빠를 위주로 돌아갔고, 덕분에 엄마는 평생을 몸도 마음도 고생을 하며 보내셨다. 물론 지금은 엄마가 대장이지만 말이다 ㅋㅋ 그래도 요즘의 아빠들을 보면 정말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고, 우리 신랑만해도 가정, 아이, 나라면 항상 우선해주고 오히려 자신의 사생활은 전혀 없이 가정에서 행복(?)을 찾는 취미를 가지고 있으니, 요즘 아이들은 정말 행복을 누릴 수 밖에 없는 세상에서 태어났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작가의 아빠도 무뚝뚝하면서도 다정다감하고, 독불장군의 성격을 가지셨지만 늙으신 후엔 변한 모습을 보여주신다. '엄마라는 여자'도 읽었지만, 작가가 그려내고 이야기하는 아빠는 그분이 읽으신다면 조금은 서운할 법할 정도로 '사실그대로'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평생을 가족을 위해 일을 하면서 특별한 취미나 여가 생활없이 지냈을 그분의 고독을 생각하니 또 다른 연민이 느껴진다. 이제 퇴직을 하고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그분들은 또 다른 고독속으로 빠지게 될지 모르겠다. 그 연세의 엄마들은 이제 더이상 아빠만을 바라보지 않고 사시니까. 오로지 기쁨이라고는 '손주들'밖에 없는 삶을 생각하면 한쪽 마음이 깊이 아려온다.

 

길지 않은 에세이지만 그 깊이와 여운만큼은 오래 남을 것 같다. 덕분에 이제 흰머리가 제법 나기 시작한 우리 아빠를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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