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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그대로 행복하라 - 흔들림 없는 인생을 위한 틱낫한의 365일 마음 수업
틱낫한 지음, 배인섭 옮김 / 더난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딱히 바쁜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 같지만 매일매일 살아간다는게 전쟁터와 같다는 생각을 종종해보곤 한다. 12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즐겼던 사치와 휴식은 '커피한잔'을 마시는 그 순간. 몇분 걸리지 않는 그 순간이 하룻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에 충분할만큼 내게는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화장실 안에서의 시간... 24시간중 14시간 이상은 항상 직장에서 보낼만큼 고된 시간이었는데, 어느날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사무실 유리창 너머로 하늘을 올려봤던게 떠오른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란 영화의 제목이 문득 떠오르면서, '내가 살아오며 하늘을 쳐다봤던게 몇번이나 되었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내 생활이 조금은 후회되고 덧없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전업부주가 된지 2년이 넘어가는 지금도 여유있게 하늘을 쳐다본 날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청소를 하며, 저녁을 준비하며 지는 해를 보면서 '노을이 참 예쁘다. 이렇게 하루가 가는구나..'하는 짧은 생각들만 머릿속을 맴돌았을 뿐.
물론 문화생활도 꾸준히 하고 여행도 자주 했었지만, 가끔은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후에 더욱 깨달았던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하기도하고 계획을 세워보기도 하고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그리고 때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그냥 나인채로 그렇게 보내는 시간들 말이다. 그냥 나 인체로 모두 내려놓는 그런 시간....
책을 읽게 되니 종종 명상집이나 명언집들을 보게 되는데, 수년전 틱 낫한 스님의 책을 접했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전부터 교회를 먼저 다녔고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오랜시간 기독교인이었던 나는 어느 특정한 종교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은 없는 사람이기에, 종교를 넘어 좋은 말씀을 전해주고 여러 생각들을 정리해보게끔 해주는 그분의 글이 너무나도 좋았다.
'지금 이 순간 그대로 행복하라' 또한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명상집으로, 색색깔의 선명함이 눈에 확 들어오는 멋진 사진들이 한가득 함께하고 있다. 틱낫한 스님의 짧지만 깊은 글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기고, 사진을 보며 또 다른 생각과 감상에 잠기게 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표지 디자인부터 무언가 강렬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졌는데, 어둠속에 피어있는 붉은 꽃 한송이는 내 마음속에 잠재되어있는 욕구, 능력, 미래, 행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말을 타고 질주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바람처럼 달려가는 그를 보고 누군가 소리칩니다.
"어디로 달려가시오?"
말을 타고 질주하는 사람이 뒤를 돌아보며 목청껏 대답합니다.
"난 모릅니다. 말에게 물어보세요."
어딜 향해 그리 바삐 달려가는지 왜 그리 모질게 재촉하는지 우리는 정말 알지 못합니다.
질주하는 말은 앞으로 내달리며 우리 대신 우리의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질주하는 말의 이름은 '습관의 힘'입니다. 습관의 힘을 느끼고 깨달아야 합니다. 더 이상 그 힘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일입니다.
스스로를 보살피려면 우선 멈춰 서서 자기 안을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p36-37
마음속 흐르는 감정의 강으로 괴롭지도 기쁘지도 않은 감정이 수없이 스쳐갑니다.
깨어 있음을 수련하면 무미건조한 감정들을 감미롭고 유쾌한 행복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치통을 앓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틀림없이 불쾌하고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 고통을 겪는 사이 우리는 위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통으로 깨달음을 얻습니다.
알고 보니 치통을 앓지 않음은 놀라운 기쁨이 아니던가요?
치통을 앓기 전까지 치통 없음은 너무 시거워 맛볼 수 없는 감정에 불과했습니다.
치통을 앓고 보니 치통 없음은 본래 대단히 감미롭고 유쾌한 감정임을 깨닫습니다.
의미 없이 스쳐가는 감정들은 알고 보면 행복입니다.
행복의 감정을 깨닫고 누리다 보면 어느새 일상에 파묻혀 속절없이 지나는 순간들이 기쁨의 순간으로 바뀌어 갑니다. p66
행복해지고 싶나요?
종종 한 가지 생각을 툭 놓아 버리면 행복이 찾아옵니다.
우리는 자주 생각합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연인을 찾기까지는, 집을 갖기까지는, 학위를 따기까지는, 휴가를 떠나기까지는,
행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이루기까지는.
그 한가지 생각을 놓아 버리면 아주 자주 아주 빠르게 행복이 그대 곁으로 찾아옵니다.
관념을 놓아 버리면 문이 열립니다. 그 문으로 여러 곳에서 행복이 찾아옵니다.
때로 행복에 대한 관념이 행복과 만나는 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p102-103
숨을 들이쉬며 내가 숨을 쉬고 있음을 압니다. 단순하게 들리지만 단순하지 않은 일입니다.
의식하며 호흡하는 순간 우리는 자유로워집니다. 과거에서 자유롭고, 미래에서 자유롭습니다.
후회와 슬픔을 벗고 분노와 근심을 놓아 버립니다.
숨을 들이쉬는 몇 초는 길지 않으나 그 짧은 시간 호흡에 머무르면,
숨을 들이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호흡에 전념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시간 자유를 얻습니다.
수련을 거듭하는 사이 그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만큼 더 길어진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자유는 단 한 번의 호흡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p137
언젠가 친구들과 우르르 모여 요가를 배울때 호흡을 한달가량 배웠던 기억이 있다. 요가 또한 명상의 일부이기에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고, 처음엔 매트에 누워 한시간동안 호흡만 하려니 쏟아지기 일쑤였던 졸음도 어느순간 명상으로 바뀌었던 기억이 있다. 틱낫한 스님의 책에서는 호흡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덕분에 마음을 다해 호흡하는 그 찰나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자유로운 시간인지를 알게 된다. 이런 깨달음 뒤에도 뒤돌면 잊어버리는 병이 있지만..
누구든 인생을 살아가는 내내 행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여기'의 내 모습이.. 소소한 일상과 건강의 무탈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가 불투명하다 투덜거리거나 미리 걱정할 것 없이 지금 이순간 최선을 다하고 지금의 행복을 찾아 누리는 현명한 사람이 되고자 다시한번 다짐한다. 소설도 좋고 자기계발서도 좋고 여행서도 좋지만, 명상집과 명언집은 현대인들에겐 필독서 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