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시는 머리를 감싸 쥐고는 쿵쿵 때려 정신을 차리려 했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군." 남자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프지 않나?" "아프죠. 그러니까 하는 거예요. 멍해진 머리가 돌아가게."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안 나올 때 두드려 고치는 것처럼?"
그런데 이 방, 뭔가 이상하다……. 다시 한번 방 안을 꼼꼼히 둘러보다가 문득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런가, 텔레비전이 없다.
2·26사건이란 건 일본을 암흑시대로 몰아넣은 전환점이었으리라. 그 뒤는 죽음의 공포와 결핍과 굶주림 같은 불길한 것들만이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1994년이라는 풍족하고 안전한 시대를 살아가던 인간이, 아무리 시간 축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해도 그렇지, 어째서 이처럼 어두운 시대로 다시 오겠다고 마음먹었던 걸까. 궁금해서 관광이라도 하겠다는 거라면 이해가 되지만 남자는 아예 ‘히라타’라는 이름과 호적을 얻어 눌러 살 속셈이다.
거짓말이란 건 한 번 내뱉기 시작하면 술술 나오게 마련이다. 대신에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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