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시는 머리를 감싸 쥐고는 쿵쿵 때려 정신을 차리려 했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군." 남자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프지 않나?"
"아프죠. 그러니까 하는 거예요. 멍해진 머리가 돌아가게."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안 나올 때 두드려 고치는 것처럼?"

그런데 이 방, 뭔가 이상하다……. 다시 한번 방 안을 꼼꼼히 둘러보다가 문득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런가, 텔레비전이 없다.

2·26사건이란 건 일본을 암흑시대로 몰아넣은 전환점이었으리라. 그 뒤는 죽음의 공포와 결핍과 굶주림 같은 불길한 것들만이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1994년이라는 풍족하고 안전한 시대를 살아가던 인간이, 아무리 시간 축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해도 그렇지, 어째서 이처럼 어두운 시대로 다시 오겠다고 마음먹었던 걸까. 궁금해서 관광이라도 하겠다는 거라면 이해가 되지만 남자는 아예 ‘히라타’라는 이름과 호적을 얻어 눌러 살 속셈이다.

거짓말이란 건 한 번 내뱉기 시작하면 술술 나오게 마련이다. 대신에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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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나지막이 묻는다. "구해주지 않는 게 나았을까?"
"심술궂은 질문이네요." 다카시가 말했다. "구해주신 건 감사드립니다."

"원래 이 능력은 우리 일족―정확히 말하자면 모계 일족이네만―에게 대대로 계승됐어. 핏속에 잠든 특수한 능력이라고 할까. 그래 봤자 내게는 병이나 다름없지만."

내게는 늘 기묘한 ‘현실 거리감’이 붙어 다녔어. 그러니 진심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웃지도 울지도 즐기지도 못하지. 언제나 한 걸음 물러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볼 수밖에 없으니까.

"또 하나, 일종의 ‘안전장치’가 아닐까 싶어."

"그렇잖아? 시간 축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인간이 다정하고 매력적이라면 어떻게 되겠나? 가는 시대마다 사람들과 얽히면서 영향을 미치거나 족적을 남기게 되겠지. 그런 만큼 혼란을 야기할 위험도 커질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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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사실이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 축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인간―이렇게 말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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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본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도 봤죠. 군복을 입고 지팡이를 짚고는 호텔 복도를 걸어다니기도 하고 현관에서 밖으로 나간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곤지키야샤金色夜叉
‘이번 달 오늘 밤’을 의미하는 ‘곤지키콘야(今月今夜)’와 발음이 비슷해서 하는 농담. 『곤지키야샤』는 오자키 고요가 쓴 메이지 시대의 대표적 소설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강력한 무력을 지닌 군부의 국정에 대한 발언권이 현격히 증가했고, 이내 일본은 군부 독주에 의한 전쟁의 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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