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이 시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창비)의 첫 번째 작품이다. "선운사에서"가 밤에 뜬 달과 같다면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한 낮의 해와 같다. 1980년를 전후하여 치열했던 청춘들에 대해 연민을 갖게 한다. 최근에 그의 에세이를 몇 권 읽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그 시를 다시 읽어 본다.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지는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속에 피어날때 처럼
잊는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건 쉬워도
잊는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선운사에서', 최영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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