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 - 960번의 이별, 마지막 순간을 통해 깨달은 오늘의 삶
김여환 지음, 박지운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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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많은 것들 중 하나, 죽음.

사람들은 언젠가 죽지만, 자신들이 죽을 거라는 생각을 매번 하진 않는다. 당연히 나이가 들고 70~80대가 되면 가족들 곁에서 행복하게 죽을거라는 상상을 가끔씩하며 죽음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산다. 나, 가족, 친구 또는 기타 지인들에게서 이따금씩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면 사람들은 한숨섞인 마음의 소리를 하곤 한다. 우울해지고 불안해지고 심지어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런 죽음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중에 하나 호스피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중심내용이다. 저자는 8년간 호스피스 센터장으로 일하면서 960번의 이별을 겪은 분이다. 그녀가 경험한 그 이별로 인해 깨달은 이야기들을 하는 책이다.

 


우리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작년에 외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마지막을 지켜드리진 못했다. 서울과 창원이라는 먼 거리에 직장생활하고 있는지라 무작정 내려가서 곁을 지켜드리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비고를 받고 짐을 챙겨 내려간 창녕. 마음이 무거웠으나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그런데 외할머니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었는데, 외할머니의 눈을 보는 순간 울컥하면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전에도 가까운 지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받은 적이 있으나, 나와 내 가족이 죽음에 맞닥드리는 상황은 작년이 처음이었고,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이유를 알 수 없이 그저 가슴이 아파온다. 


나이가 들어 큰병 없이 조금 아프시다가 돌아가셨을 경우에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큰 병을 얻어 갖은 고생을 다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호스피스에 오는 환자의 경우에는 대부분 암이나 불치병으로 인해 더이상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을 때, 더이상 치료를 받길 원하지 않는 분들이라, 나이가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아무탈없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때까지 살 줄 알았는데, 갑자기 찾아온 암울한 병의 소식에 충격은 크겠지. 그래도 살겠다고 온갖 치료를 해보지만 남는건 빚과 힘든 마음뿐. 나이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생의 마지막 줄다리기는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그 과정에서 그래도 더 행복하게 가족과 지내려는 사람도 있지만, 때론 악착같이 버틸려는 사람도 있었다. 


얼굴에 암이 와서 함몰되어 흉측해질 것이라는 판정을 받은 두 아이의 엄마는, 더 나빠지기전에 남편와 아이와 함께 리마인드 웨딩촬영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외부에서 보냈다. 여행도 가고 물놀이도 가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더이상 버틸 수 없을때 호스피스를 찾아와 죽음을 준비했다고 한다. 점점 얼굴이 암에 의해 함몰되고 보기가 힘든 상황이 오는데 두 아이는 병원에서 학교를 가고, 퇴교하면 병원으로 왔다. 남편이 아이들을 언제까지 곁에 둬야할지 저자에게 물었다고 한다. 저자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엄마가 무섭니?' 라고 물었고 두 아이는 '아니요' 라고 대답했다고, 저자는 아직은 더 곁에 두셔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스토리에서 나는 크게 감명을 받았다. 아이들이 엄마의 죽음을 몰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 제대로된 이별을 하게 해주는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서 훨씬 더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을 지켜주고 함께 한다는 것은 어쩌면 남아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닐까. 


 

"죽음이란 항상 생각보다 일찍 찾아오며, 난생 처음 겪어보는 불안이 엄습해오기 때문에 상상하지 못했던 반응을 한다.

그럼에도 덜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임을 직감하고 자신을 돌보는 일조차 잊어버린 채 자신을 다하는 가족들이었다."


죽음을 맞딱드린 사람중에서 편안하게 아, 나 죽는구나 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책에서도 정말 다양한 반응, 가족사, 개인사를 보면서 놀라울 정도로 사람이란 각기 다른 존재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책 제목 <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 그대로 내일 내가 교통사고로 돌연사 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나의 생명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건 다가올 내일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일이다. 적어도 내일 내가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누구나 같은 시기에 같은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것 또한 재미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내 삶이 마무리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내가 이어가는 삶이 더 흥미로운 거라는 생각이다. 


책 속에는 파트 제목과 관련된 많은 호스피스 병동을 다녀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훈훈한 이야기도 있지만 눈쌀찌푸리는 사건들도 많다. 그 많은 과정을 겪으며 자신 또한 성장해나간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찡해져오는 관자놀이를 느낄 수 있다. 비록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가슴 깊숙이 처박아버려아할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다. 죽음은 우리가 받아들여야할 존재라고 생각한다. 죽음, 삶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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