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 43일간의 묵언으로 얻은 단순한 삶
편석환 지음 / 가디언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하는 말의 무게란 무엇일까? 

과연 내가 내뱉는 말들은 주어 담을 수 있다면 떳떳한 것일까. 

나는 예전에 말을 참 많이 했다. 물론 지금도 수다쟁이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릴 때에 비해서 말을 조심하게 된다. 내 말 하나로 기쁨을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아니, 알게 모르게 상처를 많이 주고 살아왔겠지. 나 역시 말로 상처 받은 것들이 한두가지겠냐만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긴 쉽지 않다. 그래서 딜레마에 빠지는게 아닐까. 살아가는데 말을 하진 않을 순 없고, 그렇다고 머릿 속에 떠오른다고 해서 그걸 다 뱉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가끔 묵언 수행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묵언수행을 43일날 동안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성대종양에 걸린 작가. 목이 아프면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게 되었고, 갈라지고 쉰 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최대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치료법이라고 했는데, 말로 먹고 사는 사람에게 말을 하지 말라니 난감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방학이 시작되고 목을 살리기 위해 묵언을 시작했다. 책은 제목만큼이나 글이 적었다. 최소한 글이랄까. 하지만 하나하나의 말들이 푹푹 가슴을 찌르는 것들이 강했다. 저자는 묵언을 하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말을 하기보다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 생각이 이렇게 책이 되어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파란색 바탕의 흰글씨는 그가 1일, 2일 겪은 그때의 스토리였는데,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곳도 있어서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짧고 간결하지만 그 안의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내 이상향 같기도 했다. 내가 바라는 모습이 책에서 글로 표현되는 느낌이었다. 절제되어 있고, 집약되어 있는 고수의 느낌. 꺅. 내가 고수가 되고 싶다는 그런 이야기. (...) 잠시 헛소리를 했네. 어쨌거나 그가 하루, 이틀, 묵언을 하며 지내면서 받아온 느낌들을 읽고 있자니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모두 내가 한번쯤 생각해봤고, 혹 그렇게 하고 싶으나 쉽게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달리면서 더 많은 것을 내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다 병이 났다. 
말을 그만둠으로써 남은 인생을 위해 내면 깊은 곳의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말과 삶과 행동에 관련된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반성하게 되더라.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다고 하지만 언제나 무언가 일을 만들어내고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우연히 하게 된 한 심리검사에서 나는 '일중독'이라고 하더라. 일중독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회사일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나는 시간이 아쉽고 아깝다. 여행을 가더라도 기를 쓰고 많은 곳을 둘러보고자 하고 효율성을 따져들려고 노력한다. 그런 나를 스스로 갑갑해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걸 알기에,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많았다. 이 책 한 권 자체가 다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유독 들어오는 글들이 있어서 핸드폰으로 찍어서 저장했다. 나를 위한 글들이기에 보고 또 봐도 될 듯한 이야기들이 많더라. 가장 마음에 와닿는 저자의 스토리가 있었는데, 말도 못하는 자신에게 와서 힘들다고 한풀이 한 친구 얘기였다. 어떤 위로의 말도 해줄 수 없어서 가만히 들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헤어질때 두 손을 꼭 잡았더니 눈물을 쏟아내는 친구와 함께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우리는 참 많은 말을 하면서 지낸다. 말은 필요하고 내 마음을 전달해야하기에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떄로는 말보다는 행동, 그리고 마음이 더 앞서야할 때가 있는게 아닐까. 

연인사이에서도 정말 좋아하면 '사랑한다'는 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행동이 다르다고 하지 않나. 좋아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행동하게 되고, 보고싶다고 달려가게 되고 좋으니까 손잡고 싶어지는 것이지. 그 사람을 아낀다면 말도 중요하지만 도닥여주고 살포시 애정어린 마음으로 안아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된다. 오늘부터는 말을 좀 줄여볼까 싶다. 입으로 터지는 말들 중에 생각을 거치지 않고 나오는 말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뱉어놓고도 스스로에게 상처 받는 일을 줄여 보고싶다. 그렇게 한다면 나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나를 돌아보고 나를 위하는 길이라는 저자의 말을 조금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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