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멈추지 않네 - 어머니와 함께한 10년간의 꽃마실 이야기
안재인 글.사진, 정영자 사진 / 쌤앤파커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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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모와 40대 아들이 떠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 <바람이 멈추지 않네
>를 읽는 내내, 그들을 따라가며 함께 느끼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그저 따라가는게 아니라 그 속에 함께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발자취를 엿보고 있으니 잔잔한 뭉클함과 따스함에 마음이 녹아드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어머니랑 아들이 함께 했던 여행이야기인가 싶다가, 조금 있으니 사찰이니 불교이야기, 역사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 지루해질 것 같기도 했다. 종교적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종교적인 부분이 나오기 시작할때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앞부분만 조금 읽은 나의 편견이었다.


< 바람이 멈추지 않네 >의 이야기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바치는 책이라고 보여졌다. 어버이날도 지난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 읽는 내내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아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어머니의 마음, 어머니의 생각들이 보여질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원래는 혼자서 여러 사찰과 산을 다니며 사진 작업을 했다는 작가. 처음에는 불목하니들을 만나기 위해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했을 뿐이지만, 그러다가 오가는 길에 한두 장 어머니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고, 어느새 사진 작업의 주인공이 자연스레 어머니가 되어 가고 있었다고 한다. 2003년부터 함께 했으니 벌써 햇수로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함께 다닌 절과 절터가 사백여 곳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렇게 발자취를 남겨가며 때로는 같은 곳을 또 가기도 하며 함께 했던 나날들이 여기에 기록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너무 좋았다. 읽는 내내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말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느낌이 들어서 더 마음이 끌렸다. 다시 곱씹어봐도 별거 아닌 이야기인데, 피식 웃음이 나고 내 마음이 요동치기도 하고 때론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글에서만이 아니라 사진에서도 그런 감정이 느껴졌다. 불자로서의 모습도 있었지만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는 이 두사람의 여정이 멋지기만 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리고 표현은 부족하지만 효심을 가진 아들이 어머니에게는 평생 어린애같은 모습으로 함께 하는 여행길이 부러웠다. 어머니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던 아니던 아들에게 비춰지는 어머니는 언제나 주고 또 줘도 모자른 어머니의 마음이었으니 말이다. 


<라디의 엄마>가 생각난다.


나도 요즈음 새로운 곳,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 끌린다. 이런 절도 좋고, 산도 좋다. 자연은 더 좋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역사가 담겨있는 곳이 좋다. 내 목표는 가까운 곳이라도 천천히 둘러보며 내 마음에 담는 것인데, 이 모자는 꾸준히 좋은 곳을 다니는 걸 보니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도 가야지. 여행. 꼭!" 비록 나는 혼자 가겠지만 언제나 나도 이렇게 엄마나 아빠와 함께 가는 길이 가능할까. 아빠랑 가면 산만 다닐 것 같아서 두렵긴하다. (아빠 취미는 등산) 그나마 엄마는 산보다는 이것저것 구경하지 않을까. 하지만 언제나 잔소리가 붙어있을 것 같다. 그래도 천천히 함께 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 엄마아빠도 어느새 나이가 들 것이고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는게 사실. 더 늦기 전에 함께 하는게 옳을 수도 있다. 




 

 



다른 사진보다 유독 이 사진에서 마음이 울컥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앞의 이야기와 함께 어우러져서일까. 따뜻해보이는 이 사진. 

해가 지는 듯하게 너울거리는 논에 있는 물을 보고 있자니 따뜻해지고 평안해진다. 

여기 논둑을 걷고 있으면 얼마나 한적할까. 

오늘 같은 날들이 이 사진안에 다 표현된 듯했다. 

책이 아니라 사진으로 현상한 이 사진이 보고 싶어졌다.


 

 


함께 다니며 아들이 사진 찍는 일에 차질이 없도록 함께 하는 어머니. 어느새 아들과 함께 같은 취미생활로 사진을 찍고 계시는 걸 보니 멋지더라. 그리고 어머니의 사진도 몇개 있었는데 어찌나 잘 찍으셨는지- 왠만한 작가들 뺨치는 사진들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한없이 책에 빠지는 나를 보았다. 집중해서 잡고 있는 동안 이 책을 놓지를 못했다. 별거 아니지만 각종 절에 대한 지식을 이야기 해주는 부분도 좋았고, 역사와 비슷한 민화를 들려주는 것도 좋았다. 고요한 마음의 호수에 물방울을 한방울 한방울 떨어뜨리듯, 애잔한 호수의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에게 지극정성인 두 사람의 이야기, 여기서 끝이 아닐텐데... 괜시리 다른 일상들도 궁금해졌다. 이 두분은 지금도 어느 절에서 함께 하고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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