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눈물이 흘러 힘들었다. 지하철에서 읽을 때는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들리지 않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이지 않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구작가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을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음에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차마 내가 그런 마음을 가져도 될까 라는 미안한 마음까지 있었다. 귀가 들리지 않는 구작가는 유독 큰 귀를 가진 토끼로 자신을 대변했다. 읽는 건 30분만에 다 읽었지만 글을 쓰는건 너무나 어려웠다. 베니의 이야기를 내가 차마할 수 있을까. 그래도 조심스럽게 리뷰를 남겨보고자 한다.


꿈이 가득한 베니는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토끼다. 구작가가 유난히 베니의 귀를 크게 그린 이유가 세사으이 소리를 못 들으니까 자신 대신 좋은 소리를 많이 들으라고 토끼의 귀를 더 크게 그렸다고 한다. 두 살 때 열병을 앓고서 귀가 아예 들리지 않게 되었다는 베니. 비행기가 옆에 지나가도 모를 정도라고 한다. 귀가 들리지 않아 말을 할 수 없었던 베니는 하고 싶은 말을 그림으로 그려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곤 했다고 한다. 베니의 엄마는 말을 해보지 못한 베니의 혀가 굳을까봐 설탕을 입 주변에 묻혀 빨아 먹는 연습을 하게 했다고 한다. 계속 움직여야만 혀가 굳질 않으니까. 그리고 베니가 소리를 낼 수 있게 베니의 손을 엄마이 목에 갖다대고 그 울림을 느끼게 해주었따고 한다. 그러고선 다시 베니의 손을 베니의 목에 갖다 대고 비슷한 울림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그 연습을 쉬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시간이 추억이 되었다는 말을 하는 베니의 말은 내 마음을 아프게했다.

어떻게 시간을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렇게 말하기까지 베니의 마음은 얼마나 단단해진걸까요.



 

베니는 그렇게 하나하나 벽을 무너뜨리면서 성장했고 상처도 하나씩 커갔다. 하지만 '한계'라는 큰 벽을 무너트리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베니는 그림을 그리또 또 그렸다고 한다. 그렇게 노력이 쌓여 싸이월드 스킨작가로 인기를 얻어갔고 통장에 금액도 쌓여가는 즐거움도 알게 됐다고 한다. 어느 순간 싸이월드는 하락세가 되고, 베니의 일도 줄어들었고 생활도 힘들어졌다. 그러면서 무기력함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렇게 우는 날들에 지쳐 바닥을 쳤다. 바닥을 치면 올라와야하는 법. 그렇게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고 다시 그림도 그리고 봉사활동도 하며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곧 다시 절망이 닥쳤다. "망막색소변성증" 즉, 앞으로 눈이 안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결과를 병원에서 들어야했다. 여기서는 나는 정말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드라마야? 왜? 귀도 안 들리는 베니에게 눈까지? 한참 멍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베니는 또 다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하지만 또 다시 일어난 베니. 칠전팔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베니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니 하나하나 해보기도 어려운 시간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그녀의 버킷리스트는 소소한 가족여행부터 시작해서 외국여행까지 다양했다. 그 많은 버킷리스트 중에서 책이 나온 지금까지 해본 것도 있고 아직까지 못해본 것도 있다. 혹은 못해볼 것 같은 리스트도 있었다. 예를 들면 <운전면허증>따기는, 베니도 알고 있었지만 청각장애에게는 무리인 리스트였다. 하지만 해보고 싶다는 그 마음은 알 수 있었다. 버킷리스트 중에 <어린 시절의 그리운 책 찾기>가 있었는데, 베니는 앞으로 눈이 안보이기 시작할테니 더욱 더 눈으로 하는 일들이 더 많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 좋은 풍경을 눈으로 담아두는 일부터 말이다. 책 역시 그런 일 중에 하나가 아니였을까. 



 

'지금까지의 슬픈 기억은 전부 이곳에서 사라질 거예요.'


'울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난 아직 어린데...

이렇게 포기할 수 없잖아'


 

'눈이 보일 때 할 수 있는 걸, 

그리고 하고 싶은 걸

모두 해보자.'



 

베니를 보고 있자면 내가 힘들다고 투덜되는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힘들지만 나는 정말 투정만 부린게 아닐까. 나 역시 버킷리스트가 있고 그걸 하나하나 지워나가기로 한다. 하지만 내 버킷리스트는 내 마음을 다한 진심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베니에게는 얼마 없는 시간동안 당장 실천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적은 간절한 버킷리스트였다. <작업실 갖기>,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드리기>, <돌고래와 헤엄치기> 등등... 베니의 그 간절한 시간 속에서 나는 슬펐지만 그 속에서 희망도 보았다. 그녀 역시 힘겹게 한발짝 한발짝 내밀고 세상을 향해 내밀고 있었고 앞으로의 다가올 엄청난 아픔에 절망하지 않고 다른 감각을 빌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동화 같이 예쁘게 그려진 그림들과 글들이 담겨져 있는 <그래도 괜찮은 하루>. 하지만 그림과 글처럼 그저 동화같지만 않은 이야기이다. 끝은 없지만, 그 끝은 제발 동화은 해피엔딩이길 빌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버킷리스트가 꼭 다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나 역시 내가 원하는 일을 위해 열심히 나아가야겠다. 그녀에게 뒤쳐지지 말아야지. 투덜거리고 힘들어할 시간은 없다. 내가 원하는 걸 충분히 할 수 있는 조건 임에도 불구하고 지쳐쓰러진다면 그건 나의 부족함이 아닐까. 변명하지 말고, 투덜거리지 말고, 때론 지치더라도 금새 일어나 뛰어나가야겠다. 그래, 그래도 괜찮은 하루야. 그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