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5 : 심연의 리플리 리플리 5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라는 문구에 끌렸다. 게다가 저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가장 위대한 범죄소설가라는 평가 역시 내가 <리플리 5 : 심연의 리플리>를 읽게 만든 문구였다. 원래 범죄심리나 범죄소설, 추리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끌렸을 수도 있다. 간만에 읽는 범죄소설이라 무섭진 않을지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담백한 문체에 무서운 감정은 특별히 느낄 수 없었다. 리플리 5부작의 마지막 5편을 읽었는데, 특이했던 점은 주인공이 살인자였다는 것이고 그 주인공의 감정, 상황, 생각에 이입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보통 살인자라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미워하기 마련인데 책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주인공에 대한 감정은 싫고 미운 감정이 아니였다. 

나는 1편부터 4편까지 단 한편도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5편을 읽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스토리가 이어지긴 하지만, 한 편마다 에피소드식이기 때문에 이해하기는 충분했다. '리플리'는 책은 주인공이 살인자로, 항상 살인을 일삼는 연쇄살인범이 아니다. 자신의 신변에 대한 불안을 주고 위험을 가하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그의 입장에서는) 죽이는 사람이다. 자신의 누군가를 살해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위험하다고 싶으면 살해를 한다고 나와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잘했다는 건 아니다. 그는 누군가를 죽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기에 반사회적인 성격이 있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5편에서의 스토리는 자신에 대해서 우연히 이야기를 듣게 된 호기심 많으면서도 괴상한 사람이 리플리를 괴롭히려하다가 오히려 살해당하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이 상당히 긴데 서스펜스하다는 느낌보다는 담담한 감정선이 이어진다는 느낌이다. 리플리가 크게 감정에 동요하지 않은 사람이기도 ??지만 작가의 문체 자체가 워낙 담백해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게 아니었다면 상당히 소름돋고 무서워졌을 수도 있는 스토리라인인데 말이다. 이 책은 영화로도 나왔었다고 들었는데, 그 영화에서는 어떤 느낌으로 표현됐었을지 궁금해져서 찾아봤는데 평가도 괜찮은 것 같더라.

'리플리'는 누군가를 살해한 나쁜 인물임에 분명하지만, 책을 다 읽어도 그를 욕할 수가 없다. 그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열심히 방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지막이 '살인'이 아니였다면, 그는 옹호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5편 이전에 살인을 여러번 행했다만) 소설 속 인물 프리처드처럼 누군가 내 주변을 돌며, 내 과거를 캐내고, 꾸준히 괴롭히면서 가학적인 즐거움을 얻는다면 나 역시도 소름이 돋고 미쳐버릴 것 같은 감정을 느낄 것 같다. 그렇다고 난 그를 살해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참, 정중한 살인자에 대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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