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런던의 플로리스트 :: 꽃과 같은 향기가 나는 에세이

런던의 플로리스트
조은영 지음 / 시공사 / 2012년 9월

한국인이 런던에서 플로리스트로서 성공했다는 말에 내 마음이 '두근' 거린다. 사실 성공이라기보다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표현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영국 왕실이 극찬하고 수많은 런더너를 매료시킨 플로리스트 조은영의 런던 그리고 꽃 이야기"라는 부제목 겸 소개에 끌려, 그리고 너무나도 예쁘고 편안한 정원같은 표지에 끌려서 나도 모르게 이 책의 페이지를 한장한장 넘기고 있었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런던에 가게 된 것이고, 런던에서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된걸까?

그녀는 경영학을 공부하고 남들 다 가는 회사원 생활을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내 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끌린 것이 푸드 스타일리스트였고,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다가 플로리스트로서의 삶을 꿈꾸게 되었다. 그렇게 꽃에게 푹 빠지던 시점 자신의 플라워 레슨 선생님을 통해 영국의 꽃 스타일을 접하게 되었고, 그 스타일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어서 런던으로 향하게 되엇다. 집에서 반대도 컸지만 그녀의 고집은 꺽을 수 없었다. 결국 영국을 떠난 그녀의 삶은 이제 막 시작 되었다.

영국에 있는 동안 다름 아닌 언어 때문에 많은 장벽을 느끼며 힘들어했고, 한국의 스타일이 아닌 영국의 스타일을 받아들이느라 또 힘들었던 그녀. 남이 하기 싫은 일도 도맡아 하고, 스스로 연장근무든 초과근무든 서슴없이 했다. 영국에서 볼 수 없는 한국의 정으로 자신의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해왔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휴일도 챙기지 못할때도 있었지만 그녀는 꽃과 함께 있어 즐거울 수 있었다. 물론 그녀 역시 사람이었기에 향수병도 찾아오고, 때론 지치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다독이며 무려 10년이라 세월을 영국에서 보냈다. 그런 그녀의 여리지만 독한 마음을 보며 나 역시 힘을 내야겠다.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책 속의 예쁜 꽃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치유가 되는 것 같았다. 때로는 너무 사랑스럽게 표현되어 있기도 하고, 때로는 무심하게 꽃 한송이 던져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일상의 그 자체인 것 같은 꽃. 그러한 꽃은 알게 모르게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었다. 이 책을 보고나니 꽃이란 단순히 선물용, 장식품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어우러진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예쁘기만한 건 그저 '예쁘다' 라는 소리 밖에 들을 수 없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생각한 꽃들은 그것을 뛰어 넘은 '감동'이 될 수 있었다.

 

많은 에세이를 읽고 있지만 오랜만에 충만한 에세이는 오랜만이다. 꽃 덕분일까? 내 마음까지 화사해지며 두근거리는 것이.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열정과 활기참을 잊고 살았는데, 이 책을 보며 내가 힘차게 살았던 지난 시간을 생각해냈다. 그때의 나는 정말 밝고 신났고 즐거웠다. 왜 지금은 그 모습이 아닌가에 대한 생각에 빠지며 내 길에 대해서 다시 한번 물어보게 된다. '이 길이 맞는 거니?' 이런 흔들림 속에서 필요한 책은 바로 이러한 책. 아아 - :) 좋은 책은 사람도 좋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