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알프스를 걷다 :: 몽블랑 드레킹

알프스를 걷다 - 몽블랑 트레킹
나두리 지음, 박현호 사진 / 책나무 / 2012년 7월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은 어떤 기분 일까? 비행기 한 번 못 타본 나에게는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적어도 구름 위에서 바라 보는 기분이라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상당하다. 알프스에 가면 높은 산 언덕에 구름이 걸쳐져 있어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날까? 책 제목처럼 타박타박 걸을 수 있을까? 쓸데없는 망상에 빠져들게 만드는 제목이다. '알프스'하면 '하이디'가 떠오르는데, 푸른 초원과 꽃이 가득한 알프스 고원도 함께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런 곳을 걷는다라. 상상만 해도 아찔하게 기분이 좋다. 그런 기분 좋은 경험을 한 작가가 초보 트래커로서 초보들에게 TMB를 완주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과연 어땠을까?

알고봤더니 그녀는 초보중에서도 쌩초짜였다. 등산용품에 대해서도 나처럼 예쁜것만 따질 줄 알지, 뭐가 좋은지 하나도 몰라, 장비를 살 때도 주변인을 괴롭게 만들었다. 실용보다 더 이뻐 보이는 것을 찾을려고. 그러니 아이크라는 유능한 트래커가 말하길, 유니크한걸 찾으려면 사가서 락커칠하라고! ㅋㅋ 그러게. 죽을지도 모르는 곳, 길을 잃으면 헤매다 조난당할지도 모르는 곳에서 예쁜 걸 찾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쨌거나 그녀의 트래킹은 준비부터 차근차근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몽블랑 트래킹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항상 맨 뒤에 뒤쳐져서 걸었고, 팀원들은 크게 작게 배려를 해주었다. 어떤 코스는 정말 미칠듯이 힘들어 배낭을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매번 힘든 일만 있는 것도 아니였다. 트래킹을 하는 외국인들이 동양인을 반가워해서 사진도 같이 찍기도 하고, 얘기도 나누고, 지나가던 카페 주인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집주인 아이들에게 백숙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책 속에 담긴 사진을 보니 일일히 찍어도 모자를 정도의 많은 꽃들은 알프스 언덕을 연상시켜주는 그 자체였다. 작가는 초보 트래커로서 마지막에 큰일 날뻔했지만, 빠른 판단력으로 무사히 샤모니에서 일행들을 만났다. 그렇게 몽블랑 트래킹을 완주하며 끝이 났다.

트래킹은 트래킹을 하는 일 그 자체보다 자신과의 싸움일텐데, 그런 글은 거의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있었던 일들을 일기처럼 나열해놓은 책이었다. 조금 긴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미건조하게 읽히는 책. 감정이 무던하게 쓰여진 말투라 조금 재미가 없었다. 분명히 작가가 만났던 사람들과 경험했던 일들을 설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성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랄까. 그게 여러모로 아쉬웠다. 여행길에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가 묻혀버린 느낌. 때로는 이해하지 못한 문장으로 머리를 아프게 한 부분도 있고 말이다.

알프스 트래킹은 생소한 것으로 나에게는 신선한 간접 경험이었지만, 책으로서의 재미는 반감된 느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