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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 개정판 ㅣ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공중그네> 2탄으로 나온 <인 더 풀(In the Pool)>에서 이라부는 여전히 엉뚱하고 귀여웠다. 나이 40을 먹어서도 '짱~'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그. 여전히 엉뚱하고 기가 차다 못해 어이없는 웃음을 주는 이라부였다. <공중그네>에서 신경과에 찾아온 환자를 치료하는 이라부를 즐겁게 본 기억을 더듬어 <인더풀>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나에게 또 다른 엉뚱함을 선사해주길 바라면서.
<인더풀>에서는 전체적으로 환자를 대할때 일관성 있는 이라부였다. 특이하게도 이번에는 오는 환자의 증상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었다. 휴대폰 중독이면 휴대폰 중독이 되고, 수영중독 환자에게는 수영 중독이 같이 되는 것. 끊임없이 지지하고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 환자 스스로가 깨닫게 만드는 치료법을 행했다. 환자들이 무언가에 중독이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은 다른 것이었지만 그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을테고, 현재 자신이 병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거라는 것을 이라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그게 어떠냐고 말하며 그들을 안심시키고 지지했다. 그에 대한 좋은 결과는 환자들의 증상이 나아졌다는 점이고, 나쁜 결과는 이라부가 그들을 도왔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독자들은 이라부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한다는 것! ㅋㅋㅋㅋ;;
심리학도인 내 짧은 견해로 보면 이라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부러 그들이 행동을 따라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경과가 지하에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무의식으로 내려오는 듯한 그런 곳이고, 간호사의 야한 복장, 신경쓰지 않는 듯한 행동, 이라부의 엉뚱발랄하고 편안한 애 같은 행동들은 환자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라부는 그들이 문제가 되는 행동들을 그대로 따라하며 알게 모르게 그들에게 자신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히려 과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건 아니지않냐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까지도 대단한 행동이랄까? 그런 행동 하나하나를 보며 환자를 위해서 저렇게 할 수 있는 의사가 몇이나 될까? 생각했다. 소설이니까 이라부니까 그렇게 할 수 있겠지.
이런걸 모르고 이 책을 본다면 그저 이라부는 엉뚱하고 이상한 의사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라부가 괜히 신경과 의사가 아니라는 것! (왜 정신과가 아니라 신경과인지 모르겠지만 ㅋ) 공중그네보다 아쉬운 면이 있다면 각 환자마다의 병 증상에 대한 해결부분들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통찰과 비슷하게 갑자기 해소되는 것이다. 그런 환자도 있겠지만, 아닌 환자도 있을텐데 - 다 그런 환자들만 모아놓은 느낌이라 그게 아쉬웠다. 그래도 이라부의 귀여움으로 면장선거도 언젠가 보고싶다고 생각되었다. 좀 지나면 한 권 구입하려나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