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인간의 기억에 대한 반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우연히 인터넷에서 부커상을 받았다고 소개가 되어서 끌렸는데, 연구소 소장님께서 읽고 좋으셨다고 추천해주셔서 읽게 되었다. 빨리 읽고 반전에 대해서 얘기나누고 싶다던 응석(?)에도 불구하고 한참후에나 읽은 나.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선생님의 추천으로 다~~ 읽었다. 우선 추천때문이었는지 기대가 컸던가. 내 기대만큼 충족된 책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책을 읽을수록 눈만 높아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고등학생때 절친 네명의 소년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토니 웹스터와 그의 패거리 친구 앨릭스, 콜린, 그리고 총명하며 지적인 전학생 에이드리언 핀. 세 소년은 핀을 선망하고, 학교의 모든 교사들은 낭중지추와도 같은 에이드리언의 탁월한 지적 능력과 독특한 시각을 눈여겨보고 그를 아낀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어 다들 흩터지고, 토니는 여자친구 베로니카가 생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겁 때문인지, 그들은 더 이상의 발전없이 헤어지게 된다. 그러다 토니는 에이드리언으로부터 베로니카와 사귀게 되었다는 편지를 받고는 그에 대한 답장을 보낸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이 손녀가 있는 할아버지가 된 상태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듯이 작가는 그려낸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자신에게 온 유언장과 500파운드라는 유산으로 인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이야기이다. 토니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대로의 과거가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된다. 과거에 에이드리언에게 썼던 편지를 아멜리아에게 다시 받아서 보게 됨으로써 자신이 어떤 글들을 썼는지 깨닫게 된다. 사실 그렇게나 잔인하게 썼을지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 편의대로 합리화해서 기억했기 때문일터. 이러한 부분을 보면서 나는 내 기억이 잘못되었을때나 아니면 나도 그 사람도 자신의 입장에서만 기억하는 부분에 대해서 기억해냈다. 내가 하지 않았던 말을 했다고 말할 때, 정말 내가 하지 않은건지, 그 사람이 잘못 기억하는건지 알수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편지라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자신의 적은 글 그대로 남아있으니 발뺌할 수가 없을만한 증거물이 아니겠는가. 토니는 스스로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으면서 반성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반전'이 대단하다, 아니면 반전이 좋았다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반전은 없었다. 토니의 이야기 자체가 토니의 입장에서 쓰이고, 기억나는대로 나오는 듯해서 의문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왜?', '어째서?'라는 의문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보니 나에게는 반전이 아니라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 읽고 나서야 거기가 반전이었나? 라는 생각되는 부분이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편지, 하나는 에이드리언의 아들에 대한 진실. (더 이상은 스포성이 강해서 자제)

각종 매체는 이 책에 대해 기억과 윤리의 ‘심리 스릴러’라는 말을 썼다고 하던데,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다. 한 편지로 인해 일어난 사실을 밝힌 이야기는 맞으나 서스펜스라는 느낌은 적은 문체이기에. 다만 한 인간의 '기억'에 대한 섬세하고 일방적인 표현, 정교한 구성이 좋았다.이 책과 같은 내용으로 베로니카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이 나온다면 상당히 기대될 것 같다. 토니와는 다른 입장에서 쓰여지는 그녀의 입장은 어떠할지 그 상상만으로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