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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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홀림, 그 관능을 쫓는 어느 시긴의 음악적 살인

 

이 문구가 책 읽기 전 내 눈에 들어왔다. 음악적 살인이라니... 그런 살인이 있는걸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17세 소녀를 사랑한 70세 노인인 스승과 30대 후반의 제자의 이야기. 나이만 보면 둘 다 도둑놈 같다. 요즘은 나이차이 나는 커플, 부부도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나이차이가 나면 도둑놈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 분들은 나이차이가 무려 10살, 50살 이상 난다. 도둑놈이 아니고 무어겠는가 (키득)

 

<은교>라는 책 이름은 17세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은교. 참 이름 예쁘고 되뇌이기 좋은 것 같다. 작가가 이름 하나 정말 잘 지었다. 은교, 은교, 은교 ... 나도 모르게 자주 되뇌이게 된다. 영화까지 나와서 이 이름은 더욱더 유명해지고 있다. 영화도 보고 리뷰를 쓰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시간이 허락치 않아 책만의 리뷰를 써본다. 우선 책만 읽었을때의 내 느낌은 놀라웠다. 이적요의 편지는 다양한 은유, 직유 등의 표현법과 적절한 타이밍과 내용에 걸맞는 시 인용으로 아주 멋드러졌다. 이렇게 인문학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니, 문장마다 다르고 가지각색의 표현 덕에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작가 박범신의 능력에 놀랐다. 이 책을 한달반만에 썼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시구를 보니 작가의 독서력을 알만했다.

 

두번째로 두 남자와 17세 소녀. 즉 삼각관계의 이야기가 눈에 띈다. 70세 노인인 이적요시인의 17세 소녀에 대한 사랑은 순수했다는 느낌을 받는 걸 왜일까? 탐욕적으로 탐하기도 하고, 욕망을 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끝까지 노인이고 그 아이가 17세 소녀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인정하고 통찰했다. 그리고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으나 정말 다른 것은 보지 않고 은교라는 한 사람을 사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자 서지우는 처음엔 그저 가벼운 좋아하는 상대로서 생각했으나 질투심때문인지 은교를 더욱더 가지고 싶어했다. 물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꼭 제것인마냥. 좋아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70세 노인의 사랑이 더 깨끗하고 맑아 보였다.

 

세번째로 스승과 제자의 사랑이 보였다. 그들은 스승과 제자를 떠나 아버지와 아들 같았다. 사실은 정말 사랑했던 두 사람이지만 17세의 소녀에 대한 욕망으로 하나 둘 깨어진다. 그렇게 불신이 생기기 시작하니, 그 둘 사이에 있었던 소설에 대한 부분도 자꾸 엇갈리기만 한다. 이적요는 자신이 서지우를 죽였다고 하지만 진실은 또 다른 반전을 가져온다. 나는 서지우가 사랑하던 사람때문에 우는 장면에서 가슴 한켠에 아리아리한 아픔이 느껴졌다. 영원할 것 같았던 스승과 제자의 사랑은 그렇게 깨어졌다.

 

작가의 표현력이나 내용은 너무 좋았으나 논란이 될 거리라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던 것 같다. 특별히 내 고정관념이 작동하지도 않았으며, 특별히 불쾌한 부분도 없었다. 사람의 이야기였다. 조금은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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