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4 - 고국원왕, 사유와 무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구려 1권을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2, 3권을 질렀다. 하지만 2, 3권은 1권 만큼의 스케일과 재미를 보상받지 못했다. 1권의 내용으로 봤을 때는 훨씬 스케일이 크고 더 웅장하게 진행될거라고 생각했으나, 2, 3권은 내 기대치에 못 미쳤다. 그래서 4권이 나온 이후로 망설이다가 이왕 본김에 끝까지 봐야지라는 생각에 구입했다. 과연 4권 역시 실망일까? 기대하지 않았던 4권은 한 장 한 장 넘기면 넘길수록 손을 놓치 못하게 했다. 출근길에 너무 집중해서 읽다가 내릴 역을 놓쳐서 30분을 지각했다는 건 비밀*-_-*

 

1~4권 중에 가장 재미있는 권수를 꼽으라면 단연 4권이다. 2~3권에 실망했던 걸 다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미천왕의 마지막 편이어서 더 웅장했으려나. 나는 4권을 읽는 동안 여러 번의 큰 감동을 느꼈다. 첫번째가 사유를 왕으로 지목한 을불의 이유를 들었을 때이다. 사유의 옆에는 다쳐서 아픈 사람들이 있었다. 그저 바르고 좋은 사람이 아니라 아프고 다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헤아릴 줄 아는 사유의 모습과 그것을 결정한 을불의 마음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두번째는 무가 모용외에게 끌려간 걸 알고, 여노장군이 진영으로 향한다. 그리고 모용외에게 자신의 마지막 아들이라고 거짓을 말하며, 자신의 목숨을 줄테니 아들을 보내달라고 한다. '아들아' 라고 외치는 여노장군의 충정에 눈물이 흘렀고, 무 왕자의 안타까움이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크나큰 감동을 물결이 일었던 부분은 을불이 모용외와 마지막 전투장면이었다. 을불은 전투직전에 전쟁으로 나갈 백성에게 묻는다.

 

"저들은 사납고 거칠다. 그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 어쩌먼 우리 고구려보다도 강할 것이다. 오늘의 싸움은 이기기 힘들지도 모른다. 할 수만 있다면 나초자 이 싸움을피하고 싶다. 그러나...... 그러나 묻겠다. 고구려 병사들아! 너희는 너희가 살고 너희의 아들이 저 무서운 적과 싸우기를 바라느냐? 저들은 둘 중 하나가 멸망하는 그날까지 싸움을 걸어 올 것이다. 그때 너희의 자신들이 대신 피를 흘리고 묵숨을 잃기를 바라느냐? 너희의 싸움을 자식에게 미루겠느냔 말이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고구려 군사에게 후퇴란 없다. 반드시 이겨내어 자식의 손에 칼 대신 농기구를 쥐어주는 아버지가 되어라! 그것은 또한 나의 소망이다."

 

이 말에서 나는 을불의 진정한 소망을 느낄 수 있었다. 싸움이 아닌 평화를 물려주고 싶은 을불. 그렇기 때문에 무가 아닌 사유에게 왕자리를 물려주겠다고 결정했다고 생각했다. 사유가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사유가 꿈꾸는 나라의 모습이 을불의 일부와 닮았기에. 그리고 무 또한 그 옆에서 여러모로 도와주며 이끌어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무의 성정 역시 너무나 바르고 고왔기에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을불은 마지막 전투에서 사유와 무에게 얘기한다.

 

"사유와 무는 가까이 오라. 쓰러질 것만 같구나. 나의 팔을 붙들어다오.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라. 나는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 자리를 지켜야만 한다. 전쟁은 끝났느냐? 그래, 우리 군사가 이겼단 말이지! 적은 얼마나 살아남았느냐? 내 눈으로 이 위대한 광경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구나. 하하하, 하하하...... 사유야, 오늘부터는 네가 바로 고구려다. 네 결정과 네 마음이 바로 최선의 것이다. 그 고운 마음을 잃지 말아라. 무야, 나는 너와 내가 다른 사람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네가 바로 나다. 네가 있기에 나는 마음 편히 죽을 수가 있구나."

 

을불은 마지막 한 조각 힘을 짜내어 아들들에게 물었었다.

"나는 좋은........."

"좋은 왕이셨습니다. 너무도 훌륭한 영웅이셨습니다."

".......좋은 아비였느냐?"

"그랬습니다."

"그렇구나." 

 

그렇게 눈을 감은 을불. 마지막까지 그 자리에서 꽂꽂히 서서 생을 마감했다. 을불의 그런 모습에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을불말고도 멋진 사람은 너무나 많았다. 이 외에도 창조리가 아픈 몸을 이끌고 잘못된 길을 가려는 을불을 쫓아왔을때 눈물이 흘렀다. 여노장군이 죽었다는 걸 알고 모용외에게 달려온 을불을 말린 창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을불을 위해서 살아왔으며, 그는 을불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히는 것까지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을불을 쫓아와 그의 마음을 달래고 마지막을 맞이했다. 또한 을불과 반대편에 있는 듯한 모용외, 을불의 아내 아영을 사랑하였으나 그녀에게 선택받지 못한 모용외는 한 여자만을 사랑하다가 아들에게 버림 받는다. 그런 그를 끝까지 이해하고 받드는 원목중걸의 모습 또한 충직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내가 믿고 따를 만한 멘토가 없는지 안타까웠다. 여노, 사유, 무, 원목중걸 등등 자신의 믿고 따르는 왕이 있었다. 그를 끝까지 믿었으며 마지막 목숨을 받쳐서라도 구하고 지켰다. 현재에 많은 사람들을 보면 능력적으로는 그들 만큼 대단한 사람은 많으나 성품이 그만한 사람은 많이 없는 듯하다. 겉보기 뿐만 아니라 속까지 일관성 있는 멘토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을불과 같은.

 

나는 4권이 끝인 줄 알고 샀건만... 아니였다. ㅠㅠ 다음편은 사유 즉, 고국원왕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미 창조리를 대신하여 국책을 논하기 위한 아이를 사유 곁에 보내놨고, 을불이 죽고 사유가 왕이 될 것이며 모용황은 싸움에서 깔끔하게 물러서서 자신의 나라를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내용은 또 어떤 재미가 있을지 기대된다. 어릴 때부터 우리 역사에 있는 나라들 중에 기개가 넘치고 활기차며 넓은 땅을 보유했던 고구려를 가장 좋아했다. 왠지 백제와 신라보다 고구려가 끌리는 이유는 전쟁에 고구려인이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국수주의, 민족주의를 떠나 우리 역사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그리고 속시원하게 써주는 김진명씨의 고구려 5권을 기다리려한다. 근데 얼마나 기다려야하지? 엉엉;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