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5년 만에 다시 읽는 <적의 화장법>. 이 내용을 나는 제일 처음 연극으로 접했다. 학교 선배가 이 책을 추천했는데, 그 당시 한 극단에서 이 책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연극을 시작했다. <적의 화장법>은 거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책이기 때문에 딱히 시나리오 필요없이 두 주인공이 만나서 바로 대화하면 될 정도였을 것이다. 그때 연극으로 처음 접한 후 책을 읽었고, 5년 만에 다시 이 책을 집었다. 갑자기 왜 이 책이 이렇게나 읽고 싶어졌는지 생각해봤다. 그때와 나는 5년이나 흘렀는데 똑같은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제롬 앙귀스트와 텍스토르 텍셀. 이 두 남자의 대화가 시작됐다. 비행기 연착이 닥쳐 제롬 앙귀스트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던 중 텍스토르 텍셀이라는 남자가 자기에게 다가와 대화를 걸기 시작한다. 시작부터 왠지 삐끄덕 거리는 기분. 맘에 들지 않아하는 제롬은 피하고자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그렇게 결국 텍셀과 대화를 하게 된 제롬. 끊임없는 대화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텍셀이란 녀석이 자신의 아내를 강간하고 죽인 놈?! 너무나 큰 충격이다. 모든게 계획적으로 다가왔다니.....! 줄거리는 여기까지만.ㅋ

 

오랜만에 읽으니 처음에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읽고 나서부터는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위의 간단한 줄거리만 읽어도 흥미롭지 않나요? 자신의 아내를 강간하고 죽인 넘이 자신에게 죽여달라고 눈 앞에 있는 장면은 어이없다. 나보다 제롬 앙귀스트가 더 어이없고 충격겠지만. 하지만 더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건 그 뒷부분이다. 텍셀의 진짜 정체말이다. 여기서 말하면 너무 재미없으니 그 진짜 정체의 비밀은 숨겨두기로 하겠다. 어쨌거나 그 정체가 밝혀질때까지 모든 사람들이 무한한 상상력으로 텍셀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알려고 안간힘을 쓸것이다. 하지만 좀처럼 맞추기가 힘들다는데 한 표!

 

머리 위에 군림하는 은혜로운 독재자 덕에 산다고 믿었지만, 실은 자신의 뱃속에 웅크린 적의에 찬 폭군의 힘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겁니다.

 

<적의 화장법>에서는 얘기한다. '본성'에 대해서. 본성이 얼마만큼 억압되어 있는지 이 책에서 잘 보여준다. 제롬이란 사람은 언제부터 어떻게 억압해왔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억압의 결정체를 보여줄 뿐인 것 같다. 책의 일부분에서 발췌한 위의 글을 읽어보면 그 말을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프로이드가 말하길, 사람은 도덕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원초적 자아 3개의 조율로 이루어진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모든 생활에서 자꾸 도덕적 자아만 강세를 부린다면 원초적 자아는 어떻게 되겠는가? 한없이 억압되어져 결국 언젠가는 터지고 말 것이다. (안 터지면 다행=ㅂ=) 이 소설은 그런걸 표현하고자 한건 아니였을까싶다.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에는 규칙도 중요하지만 자유도 중요하다는 것. 도덕성에 맞춰, 올바른 삶이라는 길에 맞춰서 그대로 딱딱 맞춰 걸어가는 현대인을 비판하기에 참 알맞는 것 같다. 그러다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안 폭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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