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희정 옮김 / 지혜정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48주간 이탈리아 서점가를 석권한 베스트셀러에 전세계 17개국 판권이 팔린 엘레나 페란테의 대표작인 이 책. 그 외에도 로베르토 파엔자 감독이 영화화하고, 제 6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부문 노미네이트 작품이다. 읽고 싶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이 책은 이러한 멋진 이력뿐만 아니라 줄거리로도 충분히 흥미를 끈다. 남편이 스무살의 여자와 바람이 났고 갑작스럽게 두 아이와 함께 버려진 한 여인의 얘기.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들게 될거라는 예상이 된다. 나 역시 그렇게 이 책을 들었으니.

 

사실 내가 예상한 내용은 여자가 버림받고 멋지게 딛고 일어나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는 밝은 내용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홀로서기는 제목 그대로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홀로서는 과정을 담은 책이었다. 그녀의 심리묘사가 매몰찰 정도로 직설적이었다. 외설적인 경향도 강해서 눈쌀찌푸려지는 면도 있긴 했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단순히 연인사이에 자신의 애인이 딴 여자와 바람이 났다면 새 여자와 뭘 할지, 어떤 일을 할지, 나보다 예쁠지 등등 여러 부분을 비교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녀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헀다.

 

자의든 타의든 현대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가족에 있어서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남자들에게는 가부장적으로 가족의 책임을 다하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는 아빠보다 엄마의 책임감이 더 무겁고, 이혼남보다 이혼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매몰차다. 변화되고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고정관념과 편견 속에는 여자의 희생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따뜻한 가정내에서 즐겁게 살아가던 한 여성이 버려지고 홀로남게 되었을 때 그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고통, 번뇌, 공허함, 분노, 슬픔, 지침, 외로움 등 그 사람이 감당해야할 것들이 눈 앞에 펼쳐졌을때 쓰러지고 말지도 모른다. 그런 여성을 심리적으로 묘사한 이 책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상실의 5단계 심리변화과정을 표현했다. 그 과정이란 바로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이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의 내면을 읽으면서 너무 직설적이고 솔직해서 눈쌀찌푸려지기도 했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사람중에는 저렇게 않을거라며 부정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펼쳐놓은 글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반사작용으로 방어를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녀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움직였다.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그녀는 그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결국 마지막에 수용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적절한 심리묘사로,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의 삶을 솔직하게 그려낸 『홀로서기』.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외롭고 공허한 현대 여성들에게 힘이 되어줄지도 모르는 이 책. 예상보다 생생한 생각들의 표상이라 놀랄지는 모르겠으나 지루하지 않은 그녀의 내면세계에 빠지고 싶은 분은 읽어보시길. 나처럼 밝고 건강한 얘기를 기대했다면 다시 한 번 책소개를 자세히 읽어보고 결정하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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