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간호사의 런던 스케치
문채연 지음 / 어문학사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이 가는 『그림 그리는 간호사의 런던 스케치』. 간호사인데 그림을 그린단다, 그리고 그냥 간호사도 아니고 정신과 간호사. 그 간호사의 런던 여행이야기라는 이 책은 제목만으로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 간호사하면 예쁘고 하얀 간호사복을 입은 여자간호사가 떠오른다. 그런데 정신과 간호사라고 하면 아직까지 미묘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가보다. 적어도 나는 정신과 간호사를 이상하게 보지 않지만, 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과나 심리상담 등을 얘기하면 꼭 문제가 있는 psychotic한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동종의 직업관련, 공부관련 사람이라서 그런지 친근감이 가고 더욱더 이 책을 읽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정신과 간호사, 문채연작가는 당신들이 이해하는 그대로인 정신병동에 있었던 간호사였다. 우울증 환자, 조증 환자, 알코올 중독, 과대망상 등 사람들을 항상 봐오던 사람이었다. 좋게 말하면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정신병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한 이상하고도 독특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오던 작가는 한 사람의 인연으로 런던으로 떠나게 된다. 그렇게 떠난 런던에서는 '관용'을 만나게 된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신과'하면 무섭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직까지의 고정관념인데, 런던에서 본인의 직업을 정신과 간호사라고 말하면 멋진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해줬다고 한다.(본받을 점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른 런던 사람들 속에서 그녀가 느낀 건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책을 읽으면서 차곡차곡 채워나갔다. "받아들여지는 시각에 따라 고정관념과 관대한 사고의 차이는 아주 근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p. 221)"

 

이 책은 다른 것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작가의 정신세계였다. 그녀가 런던에서 보내면서 느낀 점들은 정신과 간호사라는 것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생각들이었다. 그녀가 적어나간 그녀 마음 속의 이야기는 심리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해할만한 이야기였다. 물론 책에서는 좀 더 풀어서 설명된 경우가 많았지만, 용어든 내용이든 심리학을 공부하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야기를 좀 더 깊게 이해하지 않았을까라는 기대를 해본다. 사랑과 우정, 필연과 우연, 반복과 다짐...... 어쩌면 순간순간의 모든 선택과 후회는 언젠가 곁을 무심코 스쳐지나간 별볼일 없는 것 같았던 틈 때문이었는지도 몰라. 꼭 조심하겠다며 다음을 기약하지만 늘 틈에 끼이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닫지. 어리석은하루하루.(p. 188) 이러한 그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묘한 듯 쓰면서도 알기 쉽게 쓴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덕분에 이 책도 나에게는 포스트잇이 잔뜩 붙혀졌을 뿐이다.

 

사실 이 책은 런던 여행에 있으면서 아주 재미있고 특별하고 진귀한 체험을 쓴 책은 아니다. 다 읽고 나면 특별나게 재밌는 사연이 떠오르진 않는다. 다만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건 그녀의 감성적인 글들이었다. 런던이라는 도시 속에서 여행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평범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조금 다른 사람들 속에서의 또 다른 일상생활인냥 받아들이고, 이해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런던스케치를 보면서 사진과 작가의 그림은 소소하게 재미을 더해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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