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많은 시작 민음사 모던 클래식 37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모던 클래식이 괜찮다는 얘기는 책 좋아하는 분들께 많이 들었다. 이 책의 평가도 좋은데다가 전작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은 영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비롯해, 브리티시 북 어워즈 ‘올해의 신예’, 커먼웰스 작가상, 《선데이 타임스》 올해의 젊은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올라 영국 언론과 문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두 번째 소설인 『너무나 많은 시작』 역시 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는 등 영국의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는 소개에 기대반, 걱정반으로 읽기 시작했다.

 

『너무나 많은 시작』은 전작과 이어진다고 한다. 전작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왠지 전작의 내용을 알 수 있었다고 해야하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존 맥그리거의 스타일을 이해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전작은 『너무나 많은 시작』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카터와 엘리너의 딸 케이트 카터가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케이트가 보는 부모님과 어머니때문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간 케이트의 이야기를 엮은게 전작이라면, 이번 책은 전작의 주인공 케이트의 부모님들의 이야기였다. 크게는 데이비드의 중심으로, 부인 엘리너의 이야기까지 함께 곁들여졌다. 혹시 세번째 소설은 엘리너의 입장에서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데이비드는 잘 살고 있던 어느날, 어머니의 친구 줄리아의 치매때문에 자신도 모르던 과거를 알게 된다. 기억이 왔다갔다 거리던 줄리아는 결국 실언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실수한지도 모르는 줄리아를 앞에두고 어머니 도로시와 데이비드는 당황하게 된다. 사실 이 책은 이 내용이 주인 것 같지만, 사실은 데이비드의 어릴 때부터 나이가 황혼이 넘어서까지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잔잔한, 누구에게나 있는 평범한 일대기인 것이다. 조금 특별한 것이라면 나름 출생의 비밀을 가진 것 이외에는 조금도 특별할게 없는 삶처럼 보였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한 사람이 지나온 일대기를 읽고 있는건지, 존 맥그리거가 쓴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일상과 같은 소설을 잔잔하게, 아무 소리 없이 부는 바람처럼 표현하고 있는건지 신기했다.

 

전제적으로 밋밋한 느낌이 없자나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독특했던 점은 스코틀랜드의 특유의 감탄사 Aya를 그대로 인용해 '어야'라고 표현한 것과 대화 따옴표(")가 없이 대화체를 쉼표(,)로 구분하여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존 맥그리거의 문체 스타일인 것 같은데, 옮긴이가 신경을 많이 쓴 것처럼 보였다. 왠지 역작보다 실제 언어로 적힌 책이 좀더 섬세하고 시적이지 않을까 싶다.

 

제목처럼 우리의 인생은 많은 시작점을 두고 살아간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싶었던 존 맥그리거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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