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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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언니, 오라버니들이 나이가 많은 분들이 계신다. 조금이 아니라 꽤 많으신 분들. 사실 언니, 오라버니라고 부르기엔 민망할만큼의 나이들, 우리 엄마 아빠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 분도 있다. 어쨌든 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은 '항상 살아보면 안다. 정말 그럴 것 같으냐?'는 식의 말이다. 깨끗하지 않다는 '현시창(현실은 시궁창)'이라고 얘기하며 평생을 살면서 어떻게 한 사람만 보고 살겠냐고 아직 한창(?)인 나에게 희망이 꺼지는 소리들을 내뱉는다. 그런 현실을 반영한 듯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어두운 느낌을 받았다.

 

사실 『A』를 다 읽는 지금,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헷갈린다. 소설이었지만 그 속에 내포된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우선 A의 의미부터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책 겉표지에 적힌 것 처럼 천사인지, 아마조네스인지 간통한 자들인지 알 수 없다. 그 의미는 주인공 '나'만 알고 있었고 끝끝내 말해주지 않았다. 생각보다 시시했던 'A'의 의미란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렇게 고민을 해보지만 쉽게 떠올려지지 않아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는 '운명'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걷는 것, '운명'이 정해준 길을 걸어야 한다. 어떤 곳에서 죽을 운명이라면 다른 곳에서 죽는 법은 없다.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뒤의 문장이 맘에 들었다. 정해진 운명이라면 이런 곳에 죽을리가 없다는, 즉 지금 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으니 믿으라는 그 말. 주인공들 '신신'에게 필요했던 말일까? 아님 '나'에게 필요했던 말일까.

 

소설 속에서 그들에게 가리워진 비밀을 속속들이 밝혀내주지 않아서 무언가 덜 읽은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혼자 속으로 고민하는 건 나만 그런건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감춰져있는 비밀, 정인, 은영, 태영, '나'의 출생의 비밀은 '어머니'의 사업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예상해보는 스토리로는 고된 현실을 벗어나 서울에 처음와서 보게된 광고가 시멘트공장에서 숙식해결과 배울 수 있도록 해준다는 광고였던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그들에게 '어머니'가 분명 무언가 보장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아이를 낳는 대신, 다른 무언가를... 그리고 그들이 저항하지 않고 죽은 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대신 목숨을 내어줬던 것 같았다. 모든 비밀을 끌어안고 그대로 24명의 사람들이 죽은 것이다. 그리고 신신양회가 재건되자 또 붕괴시키기 위해 '살인자'가 나타난다. 도대체 그 사람은 누구이길래 평생을 '신신'의 곁에서 머무는 것이었을까. 아마도 아이들의 출생과 관련된 사람이 시킨 거라고 추측만 해본다.

 

읽은 뒤에 말끔하지 않지만, 미묘한 이야기 구성에 빠져들어 쭉 읽고 말았다. 단순히 아이와 둘이서 행복하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많은 일들은 시대의 성 풍속에 대한 비판이 들어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나'가 모든 것을 아는 듯이 자신이 쓴 소설인 것 처럼 표현되는 이 책. 지루한 듯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읽기 시작하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 사람은 '사실', '진실'이 무엇일까를 궁금해하기 때문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마 손을 놓지 못하고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진행되었었는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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