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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돈나 김영미처럼
김영미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솔직하게 말하자.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프리마돈나 '김영미'씨를 몰랐다. 오페라에 대해 단순 관심만 있을뿐 한번도 본 적도 없고, 클래식은 나에게 아직까지 지루한 느낌이 강한 분야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겉표지에 찍혀있는 김영미씨가 너무나 자신감이 넘치며 자애로워보였고, 그녀에게서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책 소개를 읽고는 분명히 나에게 힘을 주며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사람일 거라고 확신하며 한 장, 한 장 그렇게 책을 넘겼다.
아니나 다를까, 내 기대는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선생으로서 내가 바라는 이상향으로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처음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넌 이탈리아로 가야한다는 말에 고집을 피워 힘들게 이탈리아로 가서 음악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어도 서툴고 그 나라의 문화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춘기때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재능을 더욱더 빛나게 하였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받은 서러움까지 커버했다.
단 한 번도 약속한 연주회를 펑크낸 적이 없는 그녀는 새언니가 고인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아파서 펄펄 열이나 쓰러지기 일보직전일 때도 노래를 했다. 그녀의 힘은 가족과 그녀 자신의 꿈과, 그리고 하느님이라고 얘기한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 더욱 더 빛을 바랬고 더 아름답고 풍성한 목소리로 노래를 했던 것이다. 책에 부속으로 있는 CD로 김영미씨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나는 생소하지만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정말로 mp3들은 그 사람의 성량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몇년 전 이선희씨의 노래를 들었을 때 정말 놀랐던 것처럼 김영미씨의 공연을 실제로 보게 된다면 더욱 더 놀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무대에서 내려오면 펑범한 '아줌마'였다. 결혼 초창기에는 남편과 맞지 않는 성격차이 때문에 수도 없이 싸웠고 힘들때는 이혼까지 생각했다. 그리고 아기가 생기지 않아 9년 동안 고생하여 생긴 아이가 너무나 소중해서 매번 집에서 노래할 때도, 일을 하러 나갈때도 연습하러 나갈때도 안고 다녔다. 진정 아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또 그녀는 다른 한가지 모습을 더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교수,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받았던 고마웠던 스승의 은혜를 자신의 제자를 가르치면서 베푸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녀도 우리나라 어느 교수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보수적이면서도 틀을 깨었다. 제자들과 수업 이외의 시간에 디스코텍, 나이트, 클럽, 노래방도 같이 가고, 밥도, 술도 같이 먹으며 그 사이에서 어울렸다. 그렇게 제자들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 열게 되면서 더욱더 멋진 선생님이 되어갔다. 그리고 K라는 학생으로 인해 윽박지르던 그녀의 모습에서 조금 더 다독여주고 살려주는 방식으로 변한 선생님의 모습은 선생으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말 이상적이지 않은가? 수업시간에는 업하기도 하며 잘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그리고 수업시간이 끝나면 같이 밥도, 술도 먹고 같이 놀기도 하는 선생님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교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잘 해내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김영미씨에게도 우울증에 공포증도 있었고, 때로는 자기바하를 하고 음악을 포기하자는 생각도 했었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꿈을 잃지 않았고, 그러한 힘듦을 노래로 승화했던 것이다. 이 책으로 김영미씨의 일생을 함께 지내면서 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얼마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미래를 얼만큼 생각하며 살아가는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그녀의 멋진 두근거림을 내 가슴에 새겼다. 책 겉표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제자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예술가'라고 말이다. 나는 음악인이 아니지만, 나 역시도 김영미씨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