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은 나에게 양가적인 나라. 과거에 우리나라를 아프게 하고, 김치를 모방하고, 독도를 자기땅이라구 우기는 못된 나라지만, 나에게 만화를 가르쳐주고, 가까운 만큼 비슷한 문화를 교류하고, 현재 여동생이 워킹을 가 있는 나라. 강한나씨의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 내 여동생이 떠올랐다. 얼마 전 길거리 축제에서 외국인인걸 표내는냥 바짝 붙어서 사진을 막 찍으니 한 아저씨가 친구가 있냐고 물었단다. 그래서 뒤쪽에 있다고 했더니 친구에게 같이 가서 짐을 맡기고 내 여동생에게 옷을 입히더니 같이 축제에 참여하자고 무작정 데리고 갔단다. 함께 거리를 누비는 사진을 친구가 찍어줬는데 참 즐겁고 신선해보였다. 그런 일상적이면서 다른 모습을 『우리 흩어진 날들』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여행을 가면 꼭 그곳의 관광명소를 적어도 한 두군데는 가보곤 하는 것 같다. 유명한 관광명소 가운데 오래된 유적지나 역사가 깃든것들이 많다. 즉 낡은 것들이다. 강한나씨가 '빈티지 감성 여행에세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글을 썼다고 했지만, 사실은 새롭지 않은게 아닐까? 여행이란 그 나라의 오래된 문화와 역사를 느끼고 오는 거니까. 하지만 우리들은 보통 그걸 잊어버리고 뭔가 대단한 걸 얻은냥 얘기를 했기 때문에 강한나씨의 에세이와는 다른 느낌을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 속 이야기 중에서는 너무나 내 맘에 드는 구절이 많았다. 여기다가 다 적어놓는다면 내가 적는 서평글보다 더 많은 길이를 차지할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녀의 마음가짐이 나랑 닮아있어서 일까?

 

 

   
 

 

  

맘에 드는 구절이 많았다. 일일히 그 느낌을 얘기하기에는 길것 같아 그 중에 몇 구절을 소개해볼까 한다.

 

시작은 분명히 다른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졌을지 모른다.

그리고 이 방향으로 흘러온 내 삶 역시 오롯이 나로 인해 결정된 행로는 아닐것이다.

하지만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건 나 자신이 아닐까. (p170)

 

내가 이 꿈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포기하는게 많은데.... 꿈이 많다는 이유로,

내가 외로움을 차지하고 애써 평온한 삶을 거부한다는 걸 사람들은 모르겠지. (p265)

 

뭐 어때요. (p298)

 

꾸며서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뭘 해도 자연스럽게 예쁜 사람이 좋아.

뱃속이 환한 사람. 마음에 담긴 욕심조차도 간소해서,

자유롭게 웃음 짓고 편안히 행동할 수 있는 사람. (p280)

 

특히 '뭐 어때요.' 라는 글을 적어놓은 곳에서는 나도 모르게 괜시리 코끝이 찡-해졌다. 그녀의 마음이 나에게 닿은 듯이 말이다.

 

  
 



그녀의 글에는 그녀가 닮은 일본의 나라의 낡음이 담겨져 있었따. 오사카, 고베, 나라, 히로시마, 나가사키, 교토, 도쿄. 그곳을 돌아다니면서 경험하고 느낀 글들이 담긴 이 책은 친숙한듯 하면서도 낯설었다. 그녀의 마음은 평범한 한 사람인냥 친숙했지만 일본이라는 곳은 낯설었다. 내가 만난 낯선 것들을 나열해본다면, 일본은 고양이에게 아주 후한 인심을 가졌다는 것, 가게가 혼자서도 잘 먹을 수 있도록 인테리어가 되어 있다는 것. 다코야키 가게조차도 3대가 이어갈 정도로 오래된 것을 유지하고 답습한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유카타가 도쿄에서 여름 전통축제 하나비가 열리면 모든 사람들이 입고 나간다는 것, 비가와도 언제든지 길가에 있는 우산을 빌려쓰고 비가 그치면 놔두고 가면 된다는 것, 사슴이 많았던 도시, 이름이 웃겼던 '구라시키', 캔디 미술관, 대항해시대4로 나에게 잘 알려진 나가사키, 원칙은 하루에 3번 가야한다며 나중에라도 꼭 체험하고픈 온천문화, 나가사키의 노면전차,길거리를 돌아다니며 100엔에 '치린치린 아이스'라는 아리스크림을 파는 할머니, 나가사키 비드로(유리제품), 악연을 끊어주는 신사 '야스이콘피라구' 등이 있었는데, 이 책은 나에게 너무나 다양하고 낯선 일본을 모습을 안겨주었다.

 

 

    
 

 

 

특히 낡은 것들, 오래된 것들이 많았던 일본. 사실 우리나라는 오래된 것들은 싫어하고, 오래되면 가게도 리모델링 하기 바빠 정해진 역사물이 아니면 버리기 십상인데, 『우리 흩어진 날들』에서는 그 낡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담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뭐랄까.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고 해야할까? 강한나씨는 자신이 이성이 앞서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 담긴 강한나씨의 모습은 감성이 가득한 모습들이었다. 그녀의 감성이 나의 감성에 맞닿아 함께 그 자그마한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함께 느끼는 기분이었다.

 

이름처럼 '강한' 나(자신)를 가진 강한나씨, 당신의 생각들이 나에게 너무나 와닿아 조금은 불편할때도 있었고 조금은 행복할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이러한 당신을 만난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고마워요. 나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