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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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를 펼치고 나면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책을 놓기 힘들다. 

집 나간 집중력 찾는데 도움되지 않을까.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인데, 너무 재미있었다. 첫 페이지부터 충격적이고, 마음이 굉장히 불편하고 힘든 상태에서 책을 읽게 된다. 루이즈라는 완벽한 보모가 왜? 아이들을 살해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면서 이야기가 쌓이는 것을 따라가게 된다. 


미리엄은 아이를 낳아 완벽한 엄마가 되고, 가족을 이루고 싶었지만, 육아와 집안 일에 지쳐가고 일 나가는 폴이 미워지며, 다시 일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둘째를 낳고, 상황은 악화되기만 한다. 폴 또한 자신의 세상이 좁아져서 지옥같다고 느끼며 회피한다. (니가 그러면 집에 있는 미리엄은 얼마나 더 지옥이겠니) 


친구를 만나도 열등감만 느끼며 자신의 모습을 자학하다가 우연히 만난 법학과 동창 파스칼에게 일자리를 제안 받고 계시로 여기며, 보모를 뽑게 된다. 엉망인 여럿을 지나 첫 눈에 반한 금발 머리 인형 같은 루이즈를 들이게 된다. 루이즈의 나이를 계속 궁금해하면서 읽었는데, 루이즈의 외모가 완벽하게 단정하고, 인형 같다는 묘사가 반복되는 것에 비해 나이는 모호하다. 루이즈의 딸 스태파니를 생각해보면, 4-50대 정도가 아닐까. 5-60대일 수도 있고. 


저자는 모로코에서 17세까지 살다가 프랑스로 이주해서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배우로도 일하다가 기자가 되어 소설을 쓰고, 이 소설은 두 번째 소설로 공쿠르상까지 수상하며 대히트를 쳤다. 


영어 제목은 미국판은 perfect nanny, 영국판은 lullaby 이다. 이번 모임에서 이 책을 우리말로 읽은 사람들과 영어로 읽은 사람이 이 있었고, 감상이 크게 달랐다. 아시아 저자의 책을 영어로 읽으면 굉장히 다른 느낌인데, 프랑스어 소설을 영어로 읽어도 다른 느낌일까 궁금하다. 제목만 보면 '달콤한 노래 changson douce' 와 perfect nanny 완벽한 보모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고 보인다. 


이 소설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걸로 알려지는데, 깔끔한 엔딩이 아니라 앵? 했다는 사람도 있어서 실제 사건을 찾아봤다. 뉴욕에서 내니로 일하던 사람이 각각 여섯 살, 두 살 아이를 키친 나이프로 찔러 죽이고, 자신의 목과 배를 찔렀으나 자살에는 실패했다는 사건이었고, 동기는 시간당 18불을 받았는데, 돈문제가 있어서 더 일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거절 당해서 그런 것으로 나와 있다. 


소설과 많은 부분이 겹쳐 있다. 


요즘 많은 소설들이 읽고 나면 비슷비슷해서 여기서 봤나, 저기서 봤나 싶고, 읽을 때는 재미있지만, 읽고 나면 금새 잊혀지는데, 이 이야기의 많은 부분들은 오래 남을 것 같다. 


미리엄은 아이를 가지고 싶고, 아이에게 가장 좋은 엄마이고도 싶고, 변호사로서 성공도 하고 싶다.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이라도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진리인데, 둘 다를 욕심낸다. 그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정도의 차이이지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아이러니일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 좋은 것을 하기 위해 해야할 번거롭고 힘든 일들이 잔뜩이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완벽한 보모. 아이를 돌보는 것 뿐만 아니라 (정당하게 돈을 주고) 요청하거나, 부탁하지 않은 집안 일까지도 완벽하게 해내서 아이를 낳기 전보다도 더 완벽하게 집이 꾸려져 돌아가게 된다. 


그런 완벽함이 현실에 존재할 리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의존하게 되고, 그 완벽해 보이는 현실에 안주하기 위해 루이즈로부터 받게 되는 쎄한 신호들을 무시하고 회피하게 된다. 


루이즈라는 인물은 내게 캐릭터라기보다는 '실제하기에는 완벽해 보여서 말이 안 되는 어떤 것'으로 느껴졌다. 그런 루이즈라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루이즈의 비인간성은 작품 속에서 인형 같은 외모로 자주 묘사된다. 청소와 정리, 그 외의 집안 일들을 완벽하게 해내고, 아이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길들이고, 결국은 미리엄과 폴까지도. 그런 어른스럽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남편 자크로 인해 얻은 빚과 청구서들, 그리고 월세까지 외면하면 없어질거라는듯, 묻어두고, 변호사인 미리엄이 도와주겠다는 제안까지도 거절하는 생활력 없는 모습, 아이 같은 모습이 대조적이다. 인형 같고, 아이 같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묘사되는데, 완벽한 보모인. 비인간적이고, 비현실적인 아슬아슬한 완벽함이다. 


그런 루이즈가 미리엄과 폴에게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둘 다 선택하고 누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달콤한 노래' 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 책의 첫 장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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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ormous Crocodile (Paperback) ㅣ 로알드달 스토리북 (New Format) 2
로알드 달 지음 / Puffin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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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한 악어는 거대했고, 다른 한 악어는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다. 


In the biggest brownest muddiest river in Africa, 


two crocodiles lay with their heads just above the water. 


One of the crocodiles are enormous. The other was not so big. 


그래서 Enormous 악어랑 Notsobig 악어랑 얘기를 하는데, 


내가 오늘 점심으로 뭐 먹을건지 알아? I would like a nice juicy little child. 


어린 아이들을 너무나 싫어하던 롤 달의 다른 책 마녀들 Wiches 가 바로 떠올랐다. 그러고보면, 굳이 마녀나 악어처럼 아이들을 잡아먹거나 없애버리려고 하지 않아도 롤 달의 책에 나오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저자가 어린 시절 당한 아동학대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근데, 롤 달이 그 시기에 특히 더 심한 상황이었던 건 아니고, 롤 달이 자라던 시절의 영국 분위기가 좀 그랬던 것 같다. 


롤 달의 책들은 워낙 많이 읽어서 챕터북으로도 구하기 쉽지만, 컬러로 퀜틴 블레이크의 일러스트가 맞깔나게 그려져 있는 스토리북 시리즈도 좋다. 30여페이지 정도에 그림이 정말 재미있다. 


엄청 큰 악어는 아이들을 잡아 먹으로 강 밖으로 나가고, 정글을 빠져 나가, 아이들이 있는 마을까지 가는데, 그 과정에서 원숭이, 새, 코끼리 등을 만나며 못된 말, 못된 짓을 하면서 간다.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계략들을 짜내는데, 


" Now for Clever Trick Number One, Two, Three..." 

아이들이 따러 오는 코코넛 트리로 변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노는 시소로 변하기도 하며 아이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위험할 때마다 그동안 마주쳤던 동물들이 나와서 경고를 하고, 아이들이 도망친다. 


악어는 점점 배가 고파지고..! 


글 맛, 그림 맛, 이야기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로알드 달의 스토리북 추천 


이번 달 영어책 읽기 모임에서는 로알드 달과 데이빗 윌리엄스 책을 한 권씩 읽는다. 영국 미들 그레이드 책 읽기의 달.

로알드 달의 책은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고, 아이들한테는 잔혹한(그래서 재미있는) 어른들에게도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전연령 책들이다. 









이미지 크기 자동 조정이 안되네. 알라딘 요 며칠 자꾸 사소하게 계속 에러 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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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캔터베리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현대 영어 번역이고, 영어번역은 펭귄, 우리말 번역은 민음사와 을유의 책을 챙겼다. 

AR 레벨은 8점대 정도로 높지 않지만, 이제 초반이라 운문에 적응하는데 시간 좀 걸릴듯 하다. 


14세기 배경으로 흑사병의 광풍이 지난 직후, 굳건하던 봉건계급제도가 흔들리는 시기, 

각양각색의 다양한 계급의 순례자들 서른명이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순례를 떠난다. 

왔다 갔다 심심하니깐 재미있는 이야기를 두 개씩 해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 멋진 저녁을 몰아주기로 한다. 


지난 번에 읽은 발터 벤야민의 이야기꾼 읽으면서 픽션 읽을 때마다 소설과 이야기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이건 이야기지. 서로 이야기해 주는거라 할 수 있는한 소리내서 읽고 있다. 중세영어로 읽으면 더 좋겠지만! 


펭귄 현대 영어로 프롤로그/이야기 하나 읽고, 민음 번역본 읽으면서 다 읽고, 을유꺼로 한 번에 쭉 읽을까 싶다. 

그리고 나서 노 피어 캔터베리 사서 중세영어랑 현대영어랑 보면 될듯. 


왜 갑자기 캔터베리냐면, 4월이니깐. 


When in April the sweet showers fall

And pierce the drought of March to the root, 


4월의 달콤한 비가 3월 가뭄의 뿌리까지 쏟아져 .. 


어제도 엊그제도 4월은 비로 시작했다. 제주에서는 이즈음의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한다. 고사리가 쑥쑥 자라는 비. 











1984 읽을까, Enchanted April 읽을까 하다가 캔터베리가 제일 어려울 것 같아서 제일 먼저 시작했다. 

1984는 위와 같이 시작한다. 1984 스티븐 프라이 오디오가 있어서 엄청 혹하고 있다. 들어보니, 작년에 백시간도 더 들었던 해리 포터의 스티븐 프라이가 1984 나레이터라서 1984 갑자기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It was a bright cold day in April, and the clocks were striking thirteen. 

맑고 차가운 4월의 어느 날, 13시를 알리는 시계 종들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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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6-04-0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과 출신이라 문학개론 신청해서 들어갔었습니다. 그랬더니 중세영어 전공자인 서지문 강사가 <켄터베리 이야기>를 교재로 써서 두 번 강의 듣고 수강 취소한 적 있습니다. ㅋㅋㅋㅋ
아주 오래 세월이 지난 다음에 읽어봤습니다.... 제가 읽은 건 한국외대 출판부에서 찍은 책이었습니다. 히스 레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기사 윌리엄>에 제프리 초서가 조연으로 뜨잖아요, 그래서 새삼스레 <켄터베리...> 읽은 겁니다. 당시엔 표절 개념이 없었는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이야기 몇 개가 그대로 올라 있더군요. 사는 게 다 그렇지요. ^^;;

하이드 2026-04-06 17:00   좋아요 0 | URL
저는 제이슨 레이놀즈 책 읽는데, 주인공이 캔터베리 숙제 때문에 힘들어하는거 보다가 주문했더랬어요. 데카메론도 펭귄 미니북에 나온거 서너개만 읽었는데, 엄청 막장스럽고 재미있더라고요. ㅎㅎ 캔터베리 이야기에 데카메론 이야기 올라와 있는건 몰랐네요. 캔터베리도 재미있는 이야기 시합이니깐 재미있겠죠! 이번에는 공부로 안 읽고, 걍 재미로 술술 읽히는만큼만 읽어보려 합니다.
 
The Correspondent (Paperback) - A Novel
버지니아 에반스 / Penguin Random House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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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좋다고 한 책들은 좋다. 나에게 별로일 수는 있지만, 좋지 않을 수는 없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이 좋다고 했다. 영미권 출판계에서 북클럽이나 북톡등의 붐업 없이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내려오지 않는 희귀한 케이스라고 한다. 


기대했다. 서간문이었다. 평소 편지글, 일기글을 좋아하고, 즐겨 읽지만, 이렇게까지 다음 편지가 궁금한 적은 없었다. 아니, 일흔 세살 시빌의 편지글들을 읽으면서 편지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면서 잠을 미룰 일인가. 


여느 인생처럼 대단한 미스터리나 로맨스나 스릴이나 서스펜스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놀라운 독서 경험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내 안에 많은 새로운 것들이 들어왔고, 내 생각들 몇몇이 바뀌었다. 


편지글의 놀라운 점. 


시빌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들과 그들에게 받는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편지들마다 장르가 바뀔 수 있다는 것. 십대 해리의 편지를 읽을 때는 미들 그레이드 소설 같았고,DM 의 편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피오나와의 편지는 모녀 가족 드라마, 로잘리와의 편지는 오래된 우정, 보내지 않은 계속되는 편지에서는 미스테리, 그 외에도 로맨스, 로드트립, 문학, 등등 생각할 수 있는 아주 많은 장르가 이 편지글 모아둔 책에 담겨져 있었다. 


한 사람의 삶은 당연히 이 모든 장르를 담고 있을 것이다. 

교외 마을에서 편지를 쓰는 것이 일상인 시빌의 삶은 심심하고 지루해 보이.. 그럴리가. 매일이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고, 기대된다. 그것이 70대여도 여전히.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공포들에는 화재와 시력을 잃는 것이 있다. 둘 다 책과 관련된다. 

이렇게까지 책과 밀접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뭐, 그렇게 되었고,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에서라도 벗어난 이후에도 이 연결이 다 끊길 것 같지는 않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시빌은 엄청난 독서가이다. 시빌 주변도 다. 편지의 말미에 혹은 편지의 주제가 '책'이다. '무슨 책 읽어?' '나 요즘 이 책 읽는데, 어떻더라.' ' 당신의 책을 읽고 정말 놀라웠습니다.'로 시작하는 작가들에게 보내는 편지들까지도. 40여권의 책이 나오고, 검색하면 당연하게도 리스트 나온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여기 나온 책들의 리스트들을 만들지 않을리가 없지! 


나역시. 


작년 말에 앤 패쳇이 파르나서스북 계정에서, 그리고 PBS 인가에서도 올해의 책으로 샤라웃 했었는데, 이 책 앞에 몇 장 읽자마자 시빌이 앤 페쳇 파르나서스 북( 앤 패쳇이 운영하는 서점) 으로 편지 보낸거 보고 너무 즐거웠다. 그 편지에서는 State of Wonder 에 대한 이야기였고, 책장에서 그 책 포함해서 앤 패쳇 책들 다 꺼냈다. 


책의 후반부는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밀려와서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는 눈물이 꽤 헤픈 편인데,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닥치니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는 찌그러진 얼굴로 이 책을 읽고, 마지막 편지에서는 아, 정말 이렇게 끝내다니 반칙이다. 오더블 들으면서 읽었는데, 나레이터들도 다 굉장히 훌륭해서 오더블도 추천. 


사람은 모두 다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면들을 서로 견디고 벼텨주고 거꾸로 나의 불완전한 면을 상대가 견디고 버텨주며 그렇게 연결된다. 


이 책을 세 팀과 같이 읽기 시작했는데, 두 팀은 극초반이다. 앞으로 함께 읽어나갈 시간들이 엄청 기대된다. 

낭독하며 읽는 딥리딩의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읽으면 내가 책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책 속의 인물들이 늘 내 주변에 있는 것 같은 느낌들을 받는다. 다섯달째 아침마다 읽는 블루 시스터즈가 그렇고, 코레스폰던트는 이제 시작. 카슨 매컬러스의 Reflections in a Golden Eye 도 그렇지. 


코레스폰던트의 세계를 나눌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다시 매 주 읽을 생각하니 좋고. 


이 책 국내 출판사 계약되서 번역본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냥 읽은 책보다 딥리딩으로 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 신경 쓰며 낭독하며 읽은 책들은 번역본도 무척 궁금하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많은 것들 중 하나만 더 얘기하면서 리뷰를 마무리 한다면, 

책을 읽을 수 있을 때 더 부지런히 많이 읽자.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자조하면서 그걸 적극적으로 고칠 생각 안했지. 얼마나 아까워, 그 시간들. 책 읽어라,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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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픈 것이다 ㅣ 위픽
J. 김보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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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참, 그렇지. 말하지 않았던가. 

오늘 비현실적인 일은 하나도 없었다. (76)


좋아하는 작가, 김보영, SF 작가인 그의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공상의 세계를 그려낸다. 그런 그가 써낸 '사실주의 소설' 

이 책의 배경은 암으로 투병하다 떠난 엄마의 장례식장이다. 싫은 사람들이 잔뜩 모이는 시간과 공간. 


맘 먹고 사이비를 전도하려는 큰아버지와 각종 미신에 혹하는 친척들의 이야기, 허드렛일의 신, 하녀들의 제왕인 큰 고모가 반주를 하다 엄마를 보고 들국수를 만들어줘서 잘 먹고 갔다고 말하는 것, 오랫동안 연락 없었던 친구, 어릴적 엄마가 돌봐줬던 친구 꿈에 나타나 옆에 있어주라고 했던 것 "참말이다. 나한테만 참말이다. 너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다." 자각몽을 꾸고, 변위를 겪으며 엄마와 생전 엄마가 가고 싶었던 곳들로 다녀온 것. 


이런 것들, '신비'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되게 헤픈 것이다. 흔한 것이다. 사실주의인 것이다. 


그냥, 그런 흔한 장례식의 한 조각을 펼쳐보인 것 뿐인데, 나는 읽는 내내 내 엄마가 떠나면 나는 혼자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감정들이 올라온 건 아니고, 그냥, 그렇겠구나. 내가 사적으로 사람들과는 가족이든 친구든 지인이든 느슨하게만 연결되어 있지만, 그 느슨한 연결이나마 자주인 유일한 사람이 엄마여서 그렇다. 엄마는 주변 인맥이 대단하고, 엄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엄마의 장례식이 아마 나는 엄마를 통해 받았던 많은 수혜들을 그 때 마지막으로 눈으로 보게 되고, 그게 마지막이겠구나. 느슨하게 엄마랑 자주 연결됨으로써 엄마와 서로 마음을 다했던 남녀노소의 진심과 성심을 엄마를 통해서 전달 받았는데, 그런게 다 끊기겠구나. 아니, 뭘 받아서 좋았다는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서 전달되는 그런 것들. 그런 세상이 좁아지겠구나 생각한 것이다. 


신비한 일들을 믿어도,그렇구나, 믿지 않아도 그렇구나. 할 일이다. 그런 것이 다 헤픈 것이니깐. 


덧: 위픽 시리즈 이야기를 해야지. 위픽 시리즈에는 단편, 작가의 말, 작가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수십권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단편, 작가의 말, 작가와의 인터뷰가 실린 이 작고 가볍고 예쁜 책들 중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책들도 많고, 하나의 단편이라서 더 기억에 오래 남는 조각들도 많다. 이 책은 후자다. 

한국 소설을 읽지 않던 나에게 많은 한국 작가들을 소개시켜준 시리즈이고, 만원이면, 요즘 치킨 배달을 한 번 시켜도 위픽 두 권 사고도 남는데, 아무리 별로였던 위픽이라도 위픽 두 권이 치킨 배달보다 돈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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