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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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에는 확고한 시스템과 주먹구구가 동시에 존재한다. 테라노스는 거대 기업이 아니지만, 그렇게 될거라 믿었던 많은 사람들 덕분에 기업가치 10조원에 실리콘 밸리의 유니콘이 될 수 있었다. 그 믿음을 견인한 것은 제2의 스티브 잡스, 제2의 빌 게이츠로 불리던 20대의 카리스마 CEO 엘리자베스 홈즈였다. 시스템은 없었고, 주먹구구만 있었다.

 

어떻게 이런 사기극이 가능한가 생각해보면, 이름 빌려주며 주식 받고, 명예 어쩌구 자리 차지하는 유명인들. 공익에 기여하고 싶다는 기업가 정신이 기반한 나라에서 그 비전을 팔아 먹음. 맘 먹고 속이고자 하는 이에게 속아넘어감.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음.  

 

정말 이상한 회사였다. 기밀 유지를 무기로 텅 빈 집에 인류의 미래가 있는 것처럼 속여서 인재들을 끌어들이는데, 그 인재들은 당연히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챈다. 이슈를 제기하고, 짤린다. 이것의 무한 반복. 절대 충성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즉각적으로 공격 한다.

 

동서양 막론하고, 사람 건강 관련된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생명을 상대로 하는 일에 대한 윤리가 없고, 그럴듯한 비전만을 가지고 있다. 보이는 것 외에 대부분의 모든 것이 사기인 모럴 헤저드 상태로 십여년을 끌어가며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고, 미디어의 총아가 되었다.

 

피 한 방울로 집에서 편하게 수백가지 질병을 알아낼 수 있다.  이 비전을 대차게 팔아먹었다. 테라노스를 돕고, 테라노스에 투자한 유명인들 중에는 이 비전을 보고, 끝까지 테라노스를 지지한 자들이 있다.

 

엘리자베스 홈즈의 첫인상은 활발하고, 밝은 성격의 젊은 여성,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적이고 이상적인 기업가의 자질을 가진 카리스마 있는 리더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만나면 그녀의 젊음과 아름다움과 열정과 목소리에 놀라고 빠져들었다고 한다. 

 

저음의 목소리에 놀랐다고 하길래, 목소리가 어떻길래 싶었는데, 엄청 저음이다. 그녀는 평소 목소리를 숨기고, 저음의 목소리를 꾸며 냈다. 잡스를 선망하여 검은 폴라티와 검은 바지를 입었다. 애플 광고사를 찾아갔고, 잡스 전기를 보고, 매 주 수요일 그들과 미팅했다는 것을 따라했다. 매 주 수요일 광고회사와 미팅함. 스티브 잡스처럼.

 

결말을 알고 보는 실화 바탕의 논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에너지의 대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즈와 그녀의 연인인 이쪽은 누가봐도 정말 이상한 서니라는 인도계 남자가 나온다. 영화화된다고 하는데,  실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픽션이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테라노스의 사기를 밝히려던 똑똑한 인물들이 모두 짤리고, 고소로 협박당하다가 결국 월스트리트의 존 캐리루에게 내부고발이 전달되는데, 정말 짜릿하다. 역시 실화 기반인 영화 스팟라이트 생각이 많이 났다.

 

십여년간 이어진 동시대의 대사기꾼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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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예찬
예른 비움달 지음, 정훈직.서효령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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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식물. 예찬.

 

나는 늘 식물과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삼십년을 넘게 봐도 풀잎파리 같기만 한 난을 애지중지 키웠었고, 우리 집에서 식물은 서열 1위였다. 여름에는 선풍기, 겨울에는 난로를 독점했지. 본업이 있음에도, 가족과 함께한 시간보다 식물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다. 가족 중에 아무도 난을 좋아하지는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스무살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이 유일하게 식물이 없었던 시기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꽃을 하게 되면서 다시 식물과 함께 하는, 이번에는 밥벌이로 함께 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식물을 준밥벌이로 하는 것은 맞는데, 처음으로 내가 좋아서 식물들을 집에 들여놓게 되었다. 돈 벌기 위한 것이 아닌, 내가 좋아서. 예전에 셀링포인트였던, 실내에서 잘 살고 쑥쑥 자라고 비싸지 않은 초록 식물들이다.

 

키우기 좋고, 예뻐서 잘 팔리는 것이었던 식물들을 집에 들여놓고, 식물 물주기가 일상이 되었다.

 

집안 곳곳 초록 식물들이 있고, 이미 고양이는 있는 내게, 이 집은 완벽하다.

 

저자는 식물과 빛을 들이는 것은 자연을 들이는 것, 자연스러운 것, 현대인이 잃고 있던 것이라고 말한다.

북유럽에서는 햇빛이 모자라는지, 식물과 함께 자연의 빛(식물등)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북유럽에서도 식물 맨날 죽이는지, 가장 키우기 쉬운 식물 (표지 사진의) '스킨답서스'를 정답으로 내밀고, 3주에 한 번씩 물만 한 번 줘봐바.를 말하고 있다.

 

식물 키우는 것이 정말 좋거든요. 정말 좋아요!

 

식물 생활이 좋은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인데, 나사의 공기정화 프로젝트 연구자들, 생물학자들과의 연구와 교류로  그 연구들을 함께 했던 저자이다.

 

 

" 30년도 더 전에 내가 직업을 바꾼 이유는 자연을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숲속 통나무집에서 살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그전까지 살던 대로 계속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때까지 해왔던 방식과는 다른 식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었다."

 

 

좋아하는 것과 사명과 직업을 일치시킨 좋은 예이다. 식물벽을 전파하는 저자의 일은 분명 '공익'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식물이 실제로 신체 건강에 좋은 것, 그리고 정신 건강에 좋은 것.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은 함께 가는 것이고, 식물은 그 두가지 모두에 기여한다.

 

"생물학에서는 가장 강력한 힘이 늘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아있는 생물학적 체계를 바꿀 경우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결코 예측할 수 없다. 생물학적 체계는 복잡하다. 아주 작은 변화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드시 직접적으로는 아니어도 진행 중인 과정을 통해서라도 말이다.

산림욕을 연구한 일본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산림욕 사진만으로도 실험 대상 집단의 혈압이 낮아졌던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아주 좋아했던 이야기.

 

숲속 공기 식물 벽의 효과는 "아주 작은 뭔가가 아주 큰 뭔가로 이어진다" 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아주 작은 뭔가가 아주 큰 뭔가로 이어지고, 그건 집에 화분 하나 들이는 것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아주 작은 뭔가를 아주 큰 뭔가로 이어지게 만드는 과정. 식물 예찬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일에도 적용되는 일이 아닌지.

 

또 좋아했던 이야기.

 

" 우리가 목표로 하는 일에서 '건강한 성장'은 크기가 큰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균형잡힌 발달과 무성함이다. 이는 식물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균형잡힌 발달과 무성함.

 

중요.

 

 

마지막으로 실내에서 잘 크고, 예쁘고, 무성하고, 저렴한,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아주 큰 뭔가로 이어질 수 있는 식물들을 추천해본다. 북유럽에서도 한국에서도 '스킨답서스'는 잘 자라지만, 꽃가게 5년 경험으로 잘, 많이 팔았던, 강한 식물들이다.

 

식물이 잘 자라는데 중요한 것은 물, 빛, 환기이다.

이 중에 당장 컨트롤할 수 있는건 '물'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북유럽에서도 사람들이 물 많이 줘서 죽인대. 아..

식물이 잘 사는 곳이 사람도 살기 좋은 곳이라고 믿지만, 그게 뭐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깐.

 

물만 잘 줘도 살 수 있는 식물들로 추천한다.

 

스킨답서스, 페페로미아, 필로덴드론, 제라늄, 틸란시아( 에어플랜트), 디시디아, 몬스테라, 콜레우스, 싱고니움, 테이블 야자 호야,돈나무 등등

 

사람과 장소와 식물의 상성이 있는 것 같다. 싱고니움류는 키우기 쉽고, 잘 자라는데, 우리 집에서는 쑥쑥 무성하게 자라지 않는다. 지금 집에서 가장 많이 죽인건.. 베고니아와 제라늄이다. 왜 죽었는지 몰라. 물 많이 줘서 물렀나? 내가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은데.

 

나는 거의 평생 식물과 살아왔다고 말했지만, 그린썸은 아니다. 근데, 많이 키워보면, 나랑 상성 맞는 식물들, 누구와도 대체로 맞는 순한 식물들이 많다. Try!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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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9-19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킨답서스. 잘 자라더군요.
수경재배 한다고 가지 꺾어 했는데 죽이고
넘 자란 거 같아 분갈이 한다고
뿌리 나누다가 죽이고...
이런 경험 쌓이면 언젠가는 잘 되겠죠 ^^
지금도 진행중인 식물 사랑~

하이드 2019-09-19 21:20   좋아요 1 | URL
그럼요. 잘 자랄 수 있도록 계속 정리도 해줘야 하구요!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 - 슬기로운 집사 생활을 위한 고양이 행동 안내서
김명철 지음 / 비타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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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집사들이 보기 좋은 책. 분량은 적지만, 영역동물인 고양이를 알아가기 위한 사례들과 꼭 알아야할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저자가 문제 고양이 집사들을 컨설팅하는 프로그램을 했고, ‘세상에 나쁜 고양이는 없다‘ 인간이 문제를 만들거나, 방치한다.는 것을 좀 알라고 조곤조곤 좋은 말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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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 이미 충분히 행복하지만 행복한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앨릭스 파머 지음, 구세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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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헤도니아(hedonia) 적 행복과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적 행복이 있다.

쾌락적 행복인 헤도니아는 즐거움을 최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일시적이거나 피상적이고, 에우다이모니아적 행복은 자신의 행동이 개인적 목표와 가치관에 부합하고 사회적 공익에 이바지한다고 느끼는 심리적 행복감이다.

 

한 마리 제비나 화창한 하루가 봄을 가져오는 게 아닌 것처럼 단 하루나 짧은 기간의 즐거움이 사람에게 복을 내리거나 행복하게 하지는 못한다.

 

- 아리스토 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발달심리학자 앨런 워터먼이 말하는 에우다이모니아적 행복이란 '인생에서 갈망하고 가질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으로 나아가는 상태' 이다. 행복은 성격을 바탕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타고나는 부분이 있음. 성격도 팔자라는 말, 타고난 성격이 운명을 좌우한다는 말에 살면서 계속 공감한다. 성격이라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의 대응들이 모여 형성되는 것이고, 순간의 선택과 대응들이 누군가의 운명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

 

심리학 교수이자 행복전문가인 소녀 류보머스키에 따르면, 행복의 50퍼센트는 유전적으로 타고나고 (성격!) 10퍼센트는 현재 상황과 직접적으로 관련. 나머지 40퍼센트는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그 퍼센테이지야 어쨌든, 타고난 거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관련 있지만, 꽤 많은 부분을 내가 바꿀 수 있다는 것.

 

이 책에서는 내가 바꿀 수 있는 '40퍼센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 따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내 성격의 타고난 50프로 외에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잔뜩 나와 있고, 결론은 '사실 행복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고' '너무 행복하기만 해도 당연히 안 좋고' 라고 하는 것까지도 유용했다.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인 일터에서 행복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시작한다.

 

누구나 자신에게 던져야 하는 기본적인 질문

자신의 일이 자신의 핵심 가치관과 긴밀히 연결되거나, 심리학자들이 '자기일치적'이라 부르는 업무상 목표를 추구하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일터에서 만족감을 얻고 업무를 잘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 나의 화두는 '일' 이어서, 이 부분 건져 간다. '핵심 가치관'과 연결되거나 '자기 일치적' 일 것. 예를 들자면, 동물권자가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일하지 않는 것.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일터에서 행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것이 기본이다. 이 글을 보고 내가 평소에 정리하지 않고 있던 생각 하나를 버렸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현실적으로 그게 되지 않는다면, 그냥 돈만 빠짝 벌어서 돈을 목표로 하면, 덜 불행하겠지. 여기서 더 나아가 빠짝 벌고, 합리적 지출 습관 만들고, 경제적 활주로 만들고, 조기 은퇴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것.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돈'이 목표가 되면 안된다. 라는 것이 기본 명제여야 한다. 돈을 위해 하는 일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연봉은 대략 평균적으로 7,500만원 정도면 '행복감 정체기'에 들어선다고 한다. 연봉이 7억이라고 열배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

 

일터에서 다양하게 시도해볼만한 것들로는 일터를 개인적으로 꾸미기. 화분을 가져오면 좋다고 한다. 식물 최고. 통근 문제는 걸리는 시간보다 통근 방식이 더 행복도에 영향을 끼친다. 다음 순서대로 만족도가 높다. 걷기>기차>자전거>자가용>지하철>버스. 이 부분 읽으며, 과거 회사 다닐때 가장 싫었던 기억은 지옥철이었다. 통근 시간이 길어져도 기차를 타고 가며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그 시간에 책 읽으며 너무 좋을 것 같다. 지금의 통근 방식은 '걷기' 이다. 걷기가 만족감 최고인 이유는 여러개 생각나는데, 그만큼 통근시간이 짧게 걸림. 가까움. 몸을 움직임. 변수가 적음. 건강. 등등

 

그리고, 휴식을 자주 취할 것. '우리 두뇌는 제한된 양의 에너지만을 가지고 있어 수시로 재충전해줄 필요가 있다.'

17분 휴식하고, 52분 쉼없이 일하는 것이 가장 생산성 높았다고 하는 연구가 있고, 전세계를 강타! 나도 강타! 했던 포모도르 기법도 나온다. 업무 시간을 30분 단위로 잘라 25분동안 일하고 5분 동안 쉬는 것. 이건 사람마다 다르더라. 40분 일하고 20분 쉬기도 하고. 여튼 이것은 집중하는 시간보다 '휴식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휴식도 잘 해야 한다. '업무 부담을 중단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낮잠, 휴식, 멍때리기, 명상, 독서, 수다 등.

 

업무에서의 휴식 뿐 아니라, 어떻게 쉬어야 제대로 충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 외에도 여가 생활을 잘 보내는 법, 우정과 사랑과 결혼, 집, 공간 등등에 관한 삶의 전반에 대해 싹 훑는데, 읽는 각자에게 와닿거나, 생각해볼만한 부분들을 건져볼 수 있다. 아, 내가 하는 이런이런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구나. 아, 이런것들을 더 하면 좋겠다. 감상과 행동을 더할 수 있다.

 

행복에 관한 연구들을 잔뜩 쌓아두고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이 거기에 그치지 않았던 것은 행복 추구의 뒷면을 마지막 장에 썼기 때문이다.

 

행복도가 가장 높은 곳의 자살율이 높다. 자신의 행복은 자살을 막아주지만, 타인의 행복은 나의 불행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에? 행복을 추구함으로써 행복해지지 않았을 때 더 불행해지기도 한다.

 

행복감도 그냥 행복해.로 그치지 않고, 긍정적 감정의 다양성 emodiversity 를 추구해야 한다고 한다.

긍정적 감정만 있는 것의 해로움 또한 많아서 긍정적 감정대 부정적 감정의 이상적인 비율은 약 3대 1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의 전체적인 어조와 이야기는 행복하기 위해서! 이지만, 마지막 장이 부정적인 면 또한 짚어주면서, 그 비율을 맞춰준게 아닌가 싶다. 10장 중에 1장뿐이지만,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강하다" 더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행복 책에 이 정도가 딱 좋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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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과 프로파일러 김경옥의 프로파일링 노트
이수정.김경옥 지음 / 중앙M&B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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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중심이지만, 그간 읽어왔던 범죄 프로파일러들의 책들과 다르게 느껴졌던 것은 한국 사례를 여성의 눈으로 읽은 것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그리고 그 외 각종 시사뉴스 에서도 여성혐오 범죄에 당사자성과 전문성을 지닌 여성 전문가의 코멘트를 접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고, 여전히 부족하다. 현장의 귀한 여성전문가인 이수정 교수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프로파일러 김경옥의 책이다.

보통은 미디어에 나오는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있지만, 강력범죄 희생자의 대다수가 여성인 나라에서 이 분야의 여성 전문가가 가능한 많이 노출되어 더 많은 여성이 이 분야에 진출하기를 바란다.

 

크라임 픽션, 논픽션 가리지 않고 많이 읽어서 내용을 짐작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좋은 책이었다. 잠자리가 뒤숭숭할 정도로 뉴스에 나오는 현실과 그에 대한 분석이 냉철하고, 와 닿았다.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식 낳을 자격 없는 자들이 아이를 낳아 학대하고, 범죄자로 만드는 악순환을 공고히 했다는 것, 그리고, 술에 대해 너그러운 문화를 박살내야 한다는 것이다. 강력범죄자들 중에 사이코패스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열악한 환경과 복지의 부재로 범죄자가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고, 모든 범죄자를 감옥에 가둬둘 수 없는 이상, 교정과 재사회화가 필수인데, 너무나 미흡하다. 정신감정에 대한 테스트는 다양하고 전문적이지만, 그것을 이용하고 해석하는데 있어서 악의와 선입견, 공범의식들이 작용한다.

 

제소자와의 면담 시 대부분의 범죄자는 면담 초기에는 경계심을 갖지만, 이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곤 한다. 그들은 지금껏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들어준 사람을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모성 결핍이 있고, 결손가정에서 자라 누구와도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는 것이 묻지마 범죄자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

 

범죄자와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범죄자를 직접 면담해 왔던 저자는 범죄자와 일반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범죄자 중에 인상 좋은 사람도 많고, 범죄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나누는 차이는 결국 순간적인 자제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불행한 사건을 겪을 때마다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희망 때문이다. ,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거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지켜야 할 그 무엇이 있다면 오늘의 괴로움을 참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범죄자처럼 이번 생은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참지 않는다. 지킬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는 이에게는 지금 당장의 욕망을 풀어버리는 것 외에는 사람의 목적이 그 무엇도 없다.

 

첫 장에 나오는 연쇄살인범 G, G의 최초 범행은 초등학생 납치와 살인이었다. G는 어렸을 때 동네 아저씨로부터 성추행과 강간을 당했고, 고등학생 때는 친구와 선배에게 구타 당하는 등 학교 폭력에 시달렸으며, 군복무 중에는 동료와 고참에게 가혹 행위와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G의 인생이 아동기부터 왜곡되었고, 첫 범행이 남자 초등학생에 대한 성폭행과 살인이었음을 고려해보면 학대받은 성장기가 범행에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범행 대상은 아동과 여성이었다.

 

여자들은 아동기에도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피학대자인 경우가 많지만, 그 많은 여자들 중에 누구라도 연쇄살인범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뭐가 문제일까. G의 아동기에 영향을 끼친 남자들도 다른 남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던걸까?

 

G는 구치소에서 자살했고, 이 꼭지를 쓴 것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G의 마지막 순간을 재구성한 장면은 불필요하고, 역겨웠다.

 

경기 서남부권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T, “그는 평소 이웃 주민과도 잘 어울리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역시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자주 구타하는 등 폭력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매점에서 음식을 훔쳤는데, 어머니가 훔친 물건을 변상해주고, 매점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음. 이런 식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절도와 같은 비행을 반복했지만, 군입대까지 한 번도 전과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종종 매점에서 빵을 훔쳐 먹었어요. 처음에는 잘못이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처벌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나쁜 일을 해도 감옥에 가진 않겠지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학창시절부터 범법행위를 일삼았는데, 금전적 해결 등을 통해 단 한 번도 징역을 살지 않은 것이 특이한 점이었다고 한다.

 

결혼 네 번하고, 여자들 꼬셔내서 살해함. 만난 여자가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한다. 읽는 내내 경고벨이 띠링띠링 울린다.

 

호감형의 남자.

 

그의 살인 행각은 소름끼치게 잔인했다. 여성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문을 잠근 뒤,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운전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반항하지 못할 때까지 여성의 얼굴이나 머리 등을 가리지 않고 폭행했다.”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 강간을 저지르고 목을 졸라 죽임. 스타킹으로 목을 조르는데, 신축성이 있어서 피해자가 숨을 거두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여자들아, 모르는 남자 차에 타지 마. 처음 보는 남자랑 자지 마.

 

소아기호증 범죄자 J, 초등학교 교사 출신 삼십대 유부남이다. “평상시에 야한 동영상을 좀 봤어요. 보통 남자들이 즐기는 정도였죠. 스트레스 해소랄까요. 그냥 재미 삼아 봤던 것 같아요.” 우리는 이제 보통 남자들평상시에즐기는 야한 동영상이 어떤 것인지 알고, 아동성범죄자들에 대한 공범의식 짙은 판결이 얼마나 깃털같이 가벼운지도 안다. 범죄자들을 키워내는 문화를 용인하고 있다. 아동 치한범 중에는 잘 아는 이나 친족강간범이 많다는 점에서 배로 괴롭다.

 

강간범들이 나오는 장을 읽다보면, 이들이 진정으로 여자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알 수 있다. 전자발찌를 차고 여자를 강간 살해한 Y, 사람을 죽이고도, ‘그렇게 심하게 저항하는 여자는 처음 봤어요신기해한다.

 

성인 여성을 상대로 한 강간범이 모두 동일한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들에게 나타나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여성에 대한 반감, 강간 통념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남성적 역할을 과도하게 과시하는 점,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재하다는 점 등이다.”

 

가정환경 이야기 또 나온다. Y가 적절치 않은 여성관을 가지게 된 되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의 폭력 행위를 고스란히 전수 받은 나이 많은 형들”, 어린 자신을 구원해줄 수 없었던 어머니의 모습은 여성의 존재 가치를 격하시키는 모델이 됐을 것이라고 한다.

 

그 다음 장인 정신질환범죄에 대한 장에서는 정신질환도 질병이라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과 범죄를 저지른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해서는 치료 및 관리를 통한 재범 예방이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성 범죄 사례들도 나온다. 산후우울증으로 아기를 죽인 엄마, 사연 보면 갑갑하다. 결혼 5년이 지나도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고, 시부모로부터 압박이 있었지만, 남편이 위로해 줬다. 결혼 생활 5년이 넘어서면서 남편이 예전 같지 않고, 야근과 회식으로 늦은 귀가, 아내가 서운한 마음 비추면 화를 내고, 집에 들어와도 재미가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가슴앓이 해온 S는 남편을 예전의 다정한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라도 아이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굉장히 흔한 이야기. 자식을 가질 자격이 없는 부모들. 남편이 무시할수록 아이에 대한 집착이 커져가고 3년여를 고생하던 끝에 임신에 성공, 남편의 반응 시큰둥하고, 여전히 늦게 들어오고, 외박하는 날이 더 늘음. ‘아이가 태어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에 점점 신경질적이 되고, 남편은 한심해 함. 아이가 태어나고 남편이 아이를 보며 즐거워하자, S는 남편의 모습이 반갑고 좋지만, 불안감을 느낌. 남편이 출근한 후 아이와 둘이 있을 때는 아이를 쳐다보기도 싫고, 아이를 미워하고, 그런 자신이 혐오스러움. 자신이 겪은 고생을 알아주지 않는 남편이 야속함. 계속되는 남편의 무관심. 어느 날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 울고, S는 아이의 얼굴을 베개로 덮는다.

 

산후우울증 전 부터 너무 큰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걸 아이로 해결하려고 한 것부터가 문제다. 아이 낳을 자격 없는 부모.

 

4부 성격장애에 나오는 범죄자들도 끔찍하다. 사람을 조종하고, 기만해서, 경계선적 성격장애를 지닌 친구 L로 하여금, 역시 심리적으로 취약한 K군을 학대하고, 때리고, 화상 입혀 쇼크사로 죽게 만드는 R 이야기 나오는데, 딱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더 섬찟했다.

 

의존적 성격이 강하고, 자아 정체감이 낮아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하며, 이 같은 욕구에도 불구하고, 정서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여 상대방과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사람을 도구로 살아가는 이들.

 

마지막 장인 한국형 범죄에서는 묻지마 범죄, 가정폭력, 주취폭력 이야기가 나온다.

 

묻지마 범죄에 대한 전문가의 정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뚜렷한 이유 없이, 묻지마 식으로라는 말과 함께 사용된다. ’불특정 다수란 범인과 피해자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고,’묻지마 식이란 범행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의미이다. , 범인이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고, 왜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묻지마 범죄에서 묻지마의 의미는 뚜렷한 목표나 합리적 이유 없이 즉흥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을 뜻한다. ’자세한 건 내게 물어보지 마 (또는 나도 잘 몰라, Do not ask me)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여혐범죄들을 묻지마 범죄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비판들이 있어왔는데, 왜냐하면, 남자 말고, 명백하게 여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여서. 이 책 읽고 나니, 여혐범죄는 그 상위단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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