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수집광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60
존 딕슨 카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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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침한 전설에 찬 런던 탑을 무대로 영국의 명물인 짙은 안개, 낮에도 어두운 그 탑 안에서 실크햇을 쓰고 중세기 무쇠 화살을 등에 맞은 채 죽어 있는 사나이. 모자도난사건 괴마를 쫓는 펠 박사의 명쾌한 추리'

이 이야기도 언제나 일어나는 사건과 마찬가지로 펠 박사가 술 한잔 마시는 사이에 막이 올랐다.

존 딕슨 카의 팬이 되기에는 '황제의 코담뱃값' 에 이어 이제 겨우 두 작품 읽었을 뿐이지만, 두 작품 모두 엄청 재미있고 신선하다. 는 공통점이 있다.

이 소설에서 웃기는 점은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추리소설에서는 어떻지만, 현실은... ''영화나 소설 속의 탐정 흉내를 내려나본데...' 하는 식으로 추리소설 아닌척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가장 큰 이유는 카리스마 있는 독특한 탐정.이다. 이 작품에서는 기디온 펠 박사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내가 맘에 꼭드는 펠 박사를 드러내는 문구는 '펠 박사는 본디 프랑스 요리를 좋아했다. 더 적절하게 표현한다면, 프랑스 요리뿐 아니라 어떤 레스토랑에서든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쟁반들을 계속 먹어치우고 술병을 비워 죽 늘어놓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동안에는 범죄 이야기는 금물이었다'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목소리는 기차 화통 삶아먹은냥 대따 크고, 보통의 경우는 왁자시끌한 거구의 인물이다. 사건을 해결할때는 '추리소설 속의 명탐정인냥' 분위기 잡고 경감이 열심히 추리해 놓으면 마지막에 '사실 범인은...'다. 라고 결말짓기/뒤집기를 즐기는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등장인물중 하나인 비튼양의 말에 의하면 '바다 코끼리' 같은 외모.

미국청년인 렌폴이 왓슨처럼 나오기는 하지만, 더 웃기는 존재감의 해드리 경감.이 있다.
'추리소설에서 언제나 그렇듯이' 명탐정에게 뒤통수 맞는 역할이면서도 꽤나 존재감이 있는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238쪽에 나오는 플라톤의 철학자와 탐정소설의 탐정 비교관같은건 정말 그 재치가(본인은 심각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기발해서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렌폴의 존재는 조금 우둔한 독자와 같아서
"잠깐만요.!" 랜폴이 외쳤다. "너무 속도가 빨라서 나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군요. 왜 그렇게."
"그런 결론이 나오게 되었느냐는건가?" 박사는 지루한 듯이 대답했다. "나는 아까부터 설명하고 있었는데 이해를 못하는 것은 자네의 머리가 나쁘기 때문일세."
친절한 펠박사님.

황제의 코담뱃값에서도 대단한 사건은 아니였다. 이 책 '모자수집광 사건' 역시 책선전문구처럼 음침한 런던탑, 중세의 화살, 어쩌구 할만큼 음침기괴하지는 않다. 런던에 모자도둑놈이 활개를 치고, 그 모자도둑에게 세개나 모자를 도둑맞은 윌리엄경은 이번에는 세계소설사를 바꿔 놓을 에드가 알렌 포의 첫 추리소설.을 도둑맞는다. 그 와중에 조카이자 기자인 드리스콜이 도둑맞은 실크햇을 쓰고 중세의 화살 맞고 안개 짙은 런던탑에 죽어 있다.

여러가지 사건들이 샛길로 새지 않고, 끈끈한 개연성으로 결말을 향해 차곡차곡 나아간다.

'에드리, 이거 문제가 너무 심각해져 버렸는걸, 나는 이미 사건의 성질을 아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오후에 심문할 때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우스워서 못 견디겠더군. 사건의 대부분은 장난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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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6-10-1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펠박사가 나오는 작품으로 <연속 살인 사건>이나 <세개의 관>이 이 작품보다 괜찮다고 슬쩍 운을 띄워봅니다.

하이드 2006-10-1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평들이 별로더군요. 이런 결말과( 우연이 겹친 허무한) 런던탑의 음침함에 아마 제가 점수를 더 주었을꺼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