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증 에를렌뒤르 형사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지음, 김이선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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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배경인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뒤르 시리즈를 워낙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작가 이름이랑 주인공 이름을 외울 정도로! 미스터리 팬들에게 워낙 평이 좋은 시리즈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정말 오래간만에 나온 <저체온증>의 평이 유독 좋았던 것은 시리즈에 대한 애정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다 읽고 나니 알겠다. 


기존 작품들이 전자책으로라도 나와주면 좋겠지만, 이 작품만 읽어도 무리 없이 좋은 작품이다. 

에를렌뒤르에 대해 내가 쌓아 온 애정은 지금 이 책에서 최고점을 찍긴 했지만, 이 작품으로 에를렌뒤르를 접한다고 해도 좋은 작품이라는 말이다. 


몇 가지 이야기가 에를렌뒤르를 중심으로 동시에 진행 되는데, 하나는 에를렌뒤르 본인의 가족 이야기. 이혼하고 십년이 넘게 보지 않았던 전부인과 딸과 아들, 부인이 아이들을 못 보게 했고, 이 전시리즈 어디에선가 딸도 아들도 알콜 중독에 마약 중독으로 사건이 나왔고, 여기에선 회복중이지만, 여전히 불행한 걸로 나온다. 자식을 돌보지 못한 죄책감과 아이들, 그 중에서도 큰 딸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에 용서를 구하고, 관계를 개선하고자 노력한다. 

실종된 아들에 대한 단서가 있냐며, 에를렌뒤르를 꾸준히 찾아오는 노인, 그런 그에게 늘 똑같은 답밖에 못 주지만, 성실히 노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노인이 폐병으로 이제 죽을 날을 받아놨다며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다. 전혀 단서 없이 실종된 아들의 미결 파일을 꺼내서 보던 중, 그 시기에 전혀 흔적 없이 사라진 다른 실종자가 있음을 알게 되고, 오래된 사건을 재조사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중심되는 이야기는 마리아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호수에서 마리아와 엄마가 보는 중에 빠져서 사망하고, 엄마와 강한 애착관계로 지내다 엄마마저 암으로 죽게 되고, 마리아 마저 자살하게 된다.(이것이 작품의 시작) 누가 봐도 자살인 현장을 마무리 했는데,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가 에를렌뒤르를 찾아와 마리아의 자살에 의문이 있다고 하며 그녀가 영매를 찾아갔던 테이프를 넘기게 된다. 


나쁜 일은 잔뜩이지만, 범죄자는 적고, 그 범죄자의 악랄함 보다는 희생자의 가련함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침울하고 침잠하는 성격의 에를렌뒤르가 가슴에 담은 유령의 정체를 알게 되어 더 이상 침울하고 침잠한 캐릭터로만 볼 수 없게 된다. 


너무나 오래 엉켜 있어서 자르는 것 외에 방법이 없을 것 같았던 사건, 단순한 올가미 매듭 같지만, 복잡했던 사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아이슬란드 깊은 산 속에 묻혀 버린 사건까지.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과 현재 진행형 마무리까지 여운이 깊고 길다. 


누구나 자신만의 유령을 떠안고 있다. 그 유령과 함께 가는 것도, 그 유령을 놓아 주는 것도 선택이다. 선택할 수 없는 선택일까? 그럴지도.. 다음 작품이 나와주면 정말 좋겠는데, 몇 년이라도 기꺼이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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