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신해경 외 옮김 / 아작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페미니즘에 관련된 다양한 소설/비소설이 나오고, 기존에 읽었던 책들도 페미니즘 안경을 끼고 읽게 되면 더 재미있어진다. 그 동안 사두기만 하고, 읽지 않았던 SF 장르의 책들 중에 여자 작가가 쓴 여자 이야기들이 많은 것은 좀 신기하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을 읽고 봤어서, 남자가 여자로 바뀌기만 해도 신선하고 흥미진진하다는 걸 왜 모를까. (이건 요즘 한국 영화 이야기) 여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은 아직 사지 않았던 책인데, 애인이 도서관에서 빌려줬다. 단편집인데, 정말 너무 아름다운 책이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을 읽고, 정말 단편이고, 장편이고, 너무 훌륭하고 재미있어! 감탄했는데,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책에는 옥타비아 버틀러와 또 다른 감동과 여운이 있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이 더 이야기 공식에 충실한 재미가 있다면,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이야기들은 아름답다. 어슐러 르 귄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해피엔딩이라 할 만한 것은 한 편도 없다. 주인공이 죽거나 파괴되거나 멸망하거나 엄청 슬픈 사실을 알게 되거나 등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찝찝하거나 우울하지 않다. 아름답고,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그 세상이 이어질 것 같은 기분인데, 좀 더 나아질 여지가 있는 세상일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더 여운이 많이 남는 이야기들.


단편들이지만, 이야기의 어떤 부분을 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것 같다. 표제작인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은 얼핏 공익적인 소설같이 보이기까지 하지만, 모험심 가득한 소녀의 여행, 우정, 순수한 열정 같은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면, 전형적인 헐리우드 해피앤딩으로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서쪽으로 가는 배달 여행>도 다양한 감상을 끌어내는 소설일 것 같다. 이 단편집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영화적이고, 많은 영화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는데,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왠지 <로건>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에서는 <로그 원>! <서쪽으로 가는 배달 여행>에서는 현실과 현실을 외면하고 배달부가 된 온 세상 사람이 자매인 배달부가 나오는데, 나 역시 현실보다 배달 여행을 가는데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내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목차가 1. 사랑은 운명 2. 운명은 죽음 으로 나뉘어 있는데, 음.. 역시 의미심장하다. 

사랑은 운명, 운명은 죽음. 

나는 앞의 이야기들이 더 좋았다. 불멸의 사랑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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