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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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읽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로제나>가 더 재미있고, 여운이 길긴 했다. 로재나가 로재나를 찾는 이야기였다면,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에서는 사라진 남자 한손을 찾는 이야기이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실종되는 것은 주로 '여자' 이지만, 그러고보니, 왜 항상 '여자'인지 생각해봐야겠다. 남자 탐정이 찾아야 하니깐? 무튼, 이번에 사라진 것은 남자, 기자이다. <로제나>에서 미국 경찰과의 공조가 눈에 띄였다면, 이번에는 전보나 전화로만이 아닌 직접 만난 헝가리 경찰과의 협력이 눈에 띈다. 스웨덴이 배경인 마르틴 베크의 모든 이야기가 이국적이지만, 스웨덴에서 읽을 때의 부다페스트가 배경인 이야기의 묘사는 이국적이고 특별했겠지 싶다. 


스웨덴의 사회문제를 깊이 보여주고 있다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인데, 몇십년전 이야기인데도, 너무 달라서 헛웃음이 나올때가 있는데, 시작이 마르틴 베크 휴가 전날이어서 그렇다. 일에 찌들어서 부인에게 맨날 원망 사는 경찰 직업이지만, 그래도 여름 휴가는 한 달이야. 섬에 있는 별장에서. 다음날 호출 받아 다시 경찰서로 오긴 하지만, '이 사건을 맏는 것은 자네의 선택이네' 는 정말 '선택' 같아 보였다. 그리고, 마르틴 베크는 '직업병'인지 뭔지, '사명감'인지 뭔지로 일을 맡아 하게 되고, 또 부인과 사이가 안 좋아지게 되는데.. 


이 시리즈를 부부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베크 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들도 일 때문에 부인, 가족과의 갈등을 겪는 장면들이 꾸준히 나온다. 그것 참.. 예전 같았으면, 남자가 일하는데! 싶었겠는데, 요즘은 일은 뭐고, 가족은 뭐란 말이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그냥 술술 읽히지 않는다. 가족을 팽개치고 정의구현하는 경찰들. 결혼은 왜 하나. 많이 없지만, 여자가 주인공 탐정인 경우를 떠올려보면, 비혼이거나, 이혼했거나, 싱글맘이거나,, 헐, 어째 정말 그렇네. 부부간의 갈등이 나오거나 이혼남으로 나오는건 대부분의 남자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사이 좋은 부부들도 많다. 뭐, 당장 베크 시리즈 작가들이 영향 받은 에드 맥베인의 카렐라 부부만 하더라도 사랑꾼들이지. 


발 맥더미드의 서문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내가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굳이굳이 베크의 부부관계에 관심을 쏟는게 그렇게 과한 일은 아닐꺼다. 작가가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 '서서히 결혼의 해체를 겪는' 을 넣었다고. 1편과 2편에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고. 근데, 예전 같으면 베크에 이입되었겠는데, 베크 입장에서의 지겨운 아내지만, 아내 입장도 왠지 알 것 같아서, 베크 이 나쁜놈. 하게 된다. 이혼해. 얼른 이혼하라고. 


"그는 늘 일에 쫓기는데다 소화불량이며,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결혼의 해체를 겪는 중년 남성일 뿐이다. 부부간에 파국적인 배신이 있었다거나 가치관이 정면충돌했기 때문은 아니다. 한때 서로 사랑했으나 이제 아이들과 집주소 외에는 공유하는 것이 없어져버린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쌓여갔기 때문이다."


라고 나오는데, 베크가 아무리 집에 안 들어가는 일벌레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의 설정이 필요했을까 싶긴 하다. 그만큼 더 복합적으로 느껴지니깐 나쁜건 아니지만. 지금의 나에게 '아이들과 집주소 외에는 공유하는 것이 없어져버린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쌓여갔' 다는 글은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 결혼으로 망한 연애 소설 같은 설정으로까지 느껴지니깐. 


책 내용 이야기는 없는 이상한 리뷰가 되어 버렸지만, 이 책을 읽고,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에는 3번째로 읽는) 아, 정말 이 시리즈 맘에 든다. 는 결론이다. 정말 손색 없는, 흠마저 매력을 더하는 경찰소설 시리즈다. 10권 쭉쭉 나와줬으면 좋겠다. 나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좋아해서 꽤 많이 읽었지만, 마르틴 베크. 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이 시리즈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3편부터는 새로운 팀원들도 나오고, 뒤로 갈수록 경찰일에 환멸을 느껴 떠나는 캐릭터도 나오는데, 기대되고, 이 시리즈는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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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1 1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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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1 1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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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1 2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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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1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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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1 2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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