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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평점 :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와 같은 말발을 언제 봤나 싶을 정도로, 리뷰에 보면 '맛깔나는 글' 이란 말이 나오는데, 말대로 맛깔나는 글을 쓰며 일상 이야기를 풀어낸다. '독서', '책'에 관한 '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데, 저자의 일상이 '책'과 엄청 밀접하기에, 일상만담이 독서만담이 된 경우가 아닌가 싶다. 헌책계의 큰손인 저자의 희귀 헌책 구입에 대한 이야기들 재미있었다. 500원짜리 희귀본 이야기는 읽다 말고 애인에게 이랬대, 저랬대 얘기해주면서 웃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책이야기로는 좀 아쉬웠던 것은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만 보면 시계를 십년- 이십년쯤 거꾸로 돌려야 할 것 같아서이다. 여자 문제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 권하는 식. 뒤로 갈수록 일상 이야기에 그것과 관련된 책 이야기 추천인데, 일상 이야기가 재미있었던 만큼 책 이야기는 지루했다.
저자의 글이 재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한 평이 박한 것은 '독서만담' 에 기대하는 책이야기가 기대에 못 미쳤던 부분, 그리고, 경상도 출신의 50대 저자가 '평범하게' 경상도 출신 50대 남자 저자였던 점. 예전에 좋아했던 작가들 책도 지금 읽으면 신경 쓰이는데, 요즘 나온 책이 이렇게 가부장적이면 읽다가 신경 안 쓰일 수가 없(는데, 남들은 신경 안 쓰이나 봄)다.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다. 라는 이야기들, 아내와 딸에게 늘 지는 공처가인 것 처럼 보이지만, 요즘 남자의 서열이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보다 아래'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게 그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내와 맞벌이인데, 아내가 밥차려주지 않으면 굶고, 자존심 세우며 김밥천국 가는 것도 한없이 갑갑하다. 집에서 야구 보며 딩굴고 있으면 아내가 뒤늦게 퇴근해 장 보러 가고, 밥 차리는 그런거.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가 그런 타입인 것 같다.
추천하는 책들로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그 책들이 좀 많이 업데이트 되었으면 좋겠다.
아내에게 기죽고 못 살고, 밥 못 차렴 먹는 이야기는 요즘 어떻게 이야기해도 재미있을 수 없으니, 책이든 뭐든 다른 재미있는 일상 이야기라면, 다음 책은 기꺼이 구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