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 보육원 의무 교육화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한연 옮김 / 민음사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이름이 낯익어서 보니 제작년에 흥미롭게 읽었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의 저자이다. 그 이후로 <희망난민> 이 나왔는데, 아직 못 읽었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젊은 남자 사회학자로 알고 있는데, 보육문제라니, 읭? 싶었지만, 이전 책에서 보여줬던 리서치와 필력, 설득력이 대단하다. 요즘 가장 관심가는 주제이기도 해서 더 쏙쏙 들어왔던 것 같다. 


가벼운 주제는 아니지만, '노동력이 부족하고, 저출산이 문제라면, 왜 보육을 국가에서 책임지지 않지? 여자들의 노동력을 쓸 수 있고, 출산률도 높일 수 있는데 말이야' 라고, 굉장히 단순강력한 명제로 무겁지 않게 접근했다. 이 책을 무슨 마피아게임 하는 멤버들이랑 마피아게임하러 갈 때마다 회의하고 썼다고 하는데, 페이지 수는 많지 않지만, 심플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일본의 문제와 우리의 문제..를 비교해놓고 보면, 우리랑 비슷해! 하지만, 우리는 늘 거기에 더한 괴로움과 힘든 레이어가 몇 겹이나 있다는 점에서 절망.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에서 사토리 세대, 달관 세대가 아르바이트 하고, 직업 가지지 않는다고 썼는데, 그 나라랑 우리나라 시급 차이 같은 거. 그런 레이어. 


시간 없는 사람은 이거라도 읽어라. 정리해 놓은 책인데, 거기서도 또 정리 해놔서 맨 앞장에 읽는 방법을 써 놓았다. 

어느 장부터 읽어도 상관 없는데, 바쁜 엄마는 '시작하며', '1장', '2장', '7장' 읽으면 되고, 정말 바쁘면 '시작하며'와 '7장' 

'저출산'과 나라 경제'에 관심 있는 어르신은 '2장', '4장', '6장' 부터 읽으면 좋고, 교육 문제에 관심 있는 분께는 '2장' 을 권한다. 각 장에는 각 장의 포인트까지 요약해 써두었다. 


2016년, 올해 봄에 일어난 일이었다.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 


 굉장히 최신의 이슈를 다룬 책이다. 위의 제목은 500자 안되는 블로그 기사였는데, 출산 후에 일하려고 했던 여성이 보육원에 떨어져서 분노하는 내용의 글이었다고 한다. 익명의 이 글이 바이럴을 타고, 급기야 티비 방송에서도 특집을 편성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시외가 열리고, 마침내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이 글을 근거로 일본 보육제도를 문제 삼고, 아베 수상이 답변에 나섰다고 한다. 정부측 태도에 사람들이 더 분노하고, 여당인 자민당이 '대기 아동 대책 특별팀' 을 만들었다. 


일본의 보육원 문제는 잠재적 대기 아동이 100만명에서 300만명 까지 이른다고 한다. 들어가는 말에서 한국은 무상보육도 하고, 이미 해결되어 자기 책이 안 팔리는거 아니냐고 했는데, 그거 아니구요.. 


1980년대의 가족계획 슬로건을 들여다보면 '둘도 많다' , '하나만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에서 넓게 살자' 였는데, 2002년엔 합계 출산율이 1.17까지 급격하게 내려가고, '한 명의 아이보다 두세 명의 형제자매가 더욱 행복합니다' 로 바뀌었다. (합계출산율은 2.0 이상이어야지 인구가 유지되고, 그 이하면 줄어든다) 


장난치나, 덧붙이면, 저출산, 저출산 하지만, 현재의 출산율은 더 높다. 다만, 아이를 낳는 여자의 수 자체가 적다. 왜? 지금 가임기의 여성들이 '하나만 낳자' 가족계획 슬로건 아래 페미사이드 당했거든.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성비가 가장 극악하던 때의 여자들이거든. 


'시작하며' 에 나온 또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 


한국도 일본도 여성, 특히 '엄마'에게 유독 차가운 나라인 듯싶다. 일본의 여성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물론, 노동자로서 여러 가지 책임까지 사회로부터 떠맡고 있다. 


이것은 뒤에 좀 더 설명되는데, 한국 이야기인줄 알았다. 어떤 면에서는 일본이 더 심한데, 누가 더 심하냐의 차이이지, 나쁨. 나쁨. 


저자는 주로 일본 젊은이들에 대한 책을 써 왔고, 자주 받은 질문에 대해 차근차근 대답해왔는데, 

"장래 일본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까?" 라는 물음에 대해 이 책<아이는 국가가 키워라>는 

"일본이 이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라고 선언한 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목차를 보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알 수 있다. 


한국어판 서문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시작하며 엄마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1장 엄마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나라에서 아이가 태어날 리 없다 
2장 인생의 성공은 여섯 살 때 판가름 난다 
3장 모성 본능이라는 말, 사실 의학 용어도 아닐뿐더러 근거도 없다 
4장 저출산이 나라를 멸망시킨다 
5장 초식남이 나라를 망친다는 헛소문 
6장 여성이 기대받는 시대 
7장 0세부터 시작하는 의무 교육 
후기 누구나 즐겁게 육아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목차를 죽 이으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다. 


엄마도 인간이다. 엄마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나라는 저출산이 당연하다. 인생의 성공은 여섯 살 때 판가름 난다. 영,유아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비인지 능력'이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길러지기 때문이다. 영유아 교육에 대한 투자가 가장 효율적이다. 모성본능은 의학용어도 아니고, 근거도 없고, 역사 속에도 없었다. 근거 없는 3세 아동 신화 탄생의 기원 (우리나라도 요즘 3살까지는 엄마가 .. 하는 얘기가 슬 나오던데, 이거 일본에서 건너온거구나!) 저출산이 나라를 멸망시킨다. 저출산을 극복한 프랑스의 예, 초식남이 나라를 망치고, 성욕이 없어서 요즘 젊은이들이 애를 안 낳는다는 망언, 여성이 기대받는 시대, 보육원 의무 교육화는 성공하는 사람을 늘린다. 


어머니도 우리와 같은 인간일 텐데, '엄마'라는 이름이 붙은 순간 무엇이든 들어주는 초인적인 존재로 여기곤 한다. (..) 엄마가 직장을 열심히 다니면 '아이가 불쌍하다.'라며 혀를 차고, 어린아이를 어딘가에 맡기고 여행이라도 가는 날에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 취급까지 받는다. '전철에 타는 것'도,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도, '여행을 떠나는 것'도 대다수가 권리라고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당연히 누리고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도 '엄마'가 이러한 행동을 하면 사회의 반응은 달라진다. '엄마'가 되면 아무에게도 불만을 듣지 않을 스트라이크 존이 극도로 좁아진다. 일본의 '엄마'에게는 기본적 인권마저 인정되지 않는 듯싶다. 


9호선과 1호선을 주로 타고 다니는데, 임산부 배려석 처음 생겼을 때에 비해, 지금은 많이 비워두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채워지거나, 비워둔다. 일부러 빈자리 앞에 서 있기도 하는데, 임산부 표시마다 엑스표 치고 다니는 미친놈이 있다는 것, 빈 지하철 안에서도 일부러 임산부석에 앉아서 일베마크 인증하는 놈들이 있다는 것도 현실. 


일본에는 지금 두 가지 큰 사회 문제가 있다.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이다. 그런 시대에 아이를 낳고(저출산 해소에 공헌), 심지어 일까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노동력 충당에 공헌) 엄마들이 많은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나라가 나서서 그들에게 표창장을 줘도 모자를 정도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노동력 부족과 저출산 해소에 공헌하는 부모들이 지옥같은 보육원 찾기에 고통받고, 고육지책으로 일시적 이혼까지 선택하고 있는데도 여기저기서 비판받고 있으니 말이다.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진심으로 어떻게 이렇게 뻔한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고착되고, 악화되고 있는지 분노하고 있다. 그러게, 왜일까?


저자가 일본을 방문한 피케티를 만났을 때 일본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많이 논의했다고 한다. 

"일본에선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은 일본에게 큰 위기다. 그러므로 일본은 여성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거나 남성이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육아에 더욱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라고. 


고령화 문제에 대한 책은 다양한 형식으로 많이 나오고 있는데, 같은 식으로 접근한 보육문제에 대한 책은 잘 못 본 것 같다. 단순히 내 관심사가 아니였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챕터 중에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 키우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아이는 줄어들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늘어난다고. 자신만해도 고양이를 키우면 키웠지, 아이를 키울 생각은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를 가지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아이를 가지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아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적극 도움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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