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읽는 책은 특별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것이 불투명한 연인의 마음 한 조각을 엿볼 수 있는 창문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당신이 접어놓은 페이지나 밑줄 친 문장, 그런 흔적들은 내게 당신의 영혼으로 건너가는, 허공에 걸린 흔들다리처럼 생각되었다. 언제 어디서 끊어질지 모르는 허술한 다리였다.

크기가 다르고 그 질이 다른 비대칭적 사랑 때문에 괴로운 인어공주는 밤마다 네루다의 시를 읊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밤 나는 제일 슬픈 구절들을 쓸 수 있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때로는 나를 사랑했다."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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