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11월
구판절판


그래, 울자.
이번을 마지막으로 한바탕 오지게 울자.
눈물이 마르게 하자.
스펀지를 꾹꾹 눌러 짜듯이,
이 슬픈 몸뚱이에서 물기를 빼 버리자.
그리고 나서 이 모든 것을 지난 일로 돌리자.
생각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한다.
이제 걸음을 옮기자.
모든걸 새로 시작하자. -18쪽

담배 한 대 피웠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이없는 생각이었다.
담배를 입에 대지 않은 게 벌써 몇 년째인데...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인생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닌가...
금연을 결심하고 오랫동안 굉장한 의지력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겨울날 아침 다시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십리 길을 걸어가는 것,
혹은 어떤 남자를 사랑해서 그와 함께 두 아이를 만들고서도 어느 겨울날 아침 그가 나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미안해, 내가 실수를 했어." 라고 말하는 걸 듣는 것,
그런게 인생이다.
전화를 잘못 걸어온 사람이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군요."라고 말하면,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것, 그런 게 인생 아닌가...-42쪽

우리 둘이서 방금 커다란 돌덩이 하나를 들어올렸다가 곧바로 다시 내려놓은 느낌이 들었어. 돌덩이 아래에서 우글거리는 것들이 너무나 흉측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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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식은 노부부가 서로를 상채기낼뻔 하다가 서로를 토닥거리고 애써 상황을 덮는다. 그런데, 그게 더 무섭다. -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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