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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평점 :
13.67 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찬호 께이. 대만 작가가 쓰는 홍콩 경찰 이야기다. 누아르 느낌이 물씬 나서 미스터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옛날 홍콩 누아르 영화 좋아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글도 좋지만, 영화처럼 장면장면이 생생하다.
임신한 아내와 남편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현장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3.67에서도 기가막히게 솜씨 좋았던 시간과 시점을 오가며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을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반전으로 가득하지만, 반전을 알고도 또 읽고 싶은 그런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천재 형사과의 이야기는 이전 작품인 <13.67>에도 있었고, 찬호 께이를 읽고 관심 가지게 되어 읽기 시작한 중화권 미스터리 중 <사신의 술래잡기>라는 작품도 역시 천재과의 탐정과 법의관이 나오는데, 비교해보면, 얼마나 세련되고 그럴듯하게 천재 탐정을 묘사하는지 알 수 있다.
치정으로 인한 살인으로 결론 나려했던 6년전의 사건, 당시의 범인과 관련된걸로 보이는 스턴트맨, 그리고, 기억을 읽는 형사와 스턴트맨은 각기 마음의 아픔을 가지고 같은 병원의 같은 정신과 의사를 찾는다. 병원에서의 상담 이야기도. 분량이 많지 않지만, (이 책의 분량이 13.67 반 정도밖에 안 되는 길지 않은 미스터리다.) 인상 깊다.
그러고보면, 잠깐 등장하고 마는 조연이라도 다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름은.. 중국 이름은 낯설어서 책 덮으면 기억나지 않지만, 도장에서 깝죽거리던 수련생부터 죽은 범인의 아내까지도 이야기의 연결고리로서만이 아니라 생생한 한 캐릭터로 살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다.
독자를 속이고, 속이는 트릭을 일찌감치 눈치챌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다. 언제든 기꺼이 다시 읽고 싶은 책.
다음 작품이 정말로 기대되는 작가.